초대일시 / 2015_1127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관계;대명사(문해주_서유진_손민지_한누리)
주최 / 서울시_서울문화재단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광학 전문기업 올림푸스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서교예술실험센터 SEOUL ART SPACE SEOGYO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6로 33(서교동 369-8번지) B1 Tel. +82.2.333.0246 cafe.naver.com/seoulartspace www.seoulartspace.or.kr
커뮤니티 아트팀 관계;대명사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5일 동안 진행된 엉뚱한 사진관 프로젝트 『3×4cm: 우리들의 초상』을 통해서 구직자들의 앞모습과 뒷모습 증명사진을 촬영하였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요구되는 이력서 속 증명사진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취업과정에서 개인은 일련의 증명 과정을 겪어야만 한다. 학력, 경력, 어학점수, 자격증 등 앞모습 증명사진과 더불어 작성되는 '나'의 모습은 진정한 '나'이기보다 사회적 기준으로 판단되는 대상(객체)으로서의 모습이다. 여기서 뒷모습 증명사진은 외부로부터 부여되는 판단에 대한 저항으로, 증명사진 이면에 감춰진 개인의 이야기를 상징하게 된다. 또한 프로젝트를 통해 형성된 '뒷모습의 익명의 다수'는 평등한 상태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 관계;대명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주했던 뒷모습의 의미를 더 확장하여, 앞모습이라는 사회적 편견(일용직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새터민, 백수 등)에 가려졌던 개인의 이야기(열정, 간절함, 분노, 분투 등)를 전시를 통해 구현하고자 한다. 직업이라는 결과물을 획득하지 못한 이들, 직업은 있으나 직업에 대한 편견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 자신의 꿈과 직업의 연관성은 없지만 생계를 위해 꿈을 포기해야 했던 이들 등. '직업'과 '일' 그리고 '생계'에 가려져 볼 수 없었던 그리고 보지 못 했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4인의 작가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담아내고자한다. 관계;대명사는 특정한 얼굴을 가지지 않는 뒷모습의 이야기들을 통해, 누구나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
문해주는 중장년층의 내재된 열정을 가진 뒷모습을 작품으로 담아냈다. 그들의 뒷모습 내면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온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나이와 직업을 떠나 예술적 세계, 집요한 한자의 세계, 현재 삶 안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만능손」은 한 사람의 예술적 기질과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떠나 수많은 시간을 스스로 쌓아 온 예술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 열정을 담은 사진과 그가 평생 써왔던 일기장 오브제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열정 순뎅언니」는 그녀의 분신 '순뎅이' 강아지와 삶의 중심을 잡아준다는 그녀의 머리 집게핀이 평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뒷모습에 숨겨진, 그녀의 한자세계는 매우 집요하다. 20대에 기록한 '청춘 한자사전' 오브제 작품을 통해 한자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김복명」은 평범한 주부로 보이는 그녀의 뒷모습은 설거지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영상작품이다. 그녀는 갑자기 찾아온 병으로 주부라는 자리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다시 힘든 과정들을 이겨내고 주부라는 자리에 선 그녀의 뒷모습 내면은 지금 살아있음을 더 강하게 보여준다.
전시에 있어서 조명이란 장치가 작품을 어떻게 인식시키느냐를 결정짓는데, 그저 대상을 보이게 하는 기능이 아닌, 스스로 능동적인 태도로 작품 인식에 영향을 준다. 서유진은 직업적 특성에 따른 열정과 현실적 상황, 그리고 개인이 처한 환경에 대한 분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상을 비추는 조명의 입장과 의미는 대상에 따라 다르지만, 결국 관객이 작품을 인식하는 과정에 개입하는 태도는 같다. ● 조명 받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조명하였다. 이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보이는 모습과 우리가 노력해도 보기 힘든 '그들의 뒷모습'이 있다. 대상을 이해하고 내면의 모습을 인식한다는 태도는 매우 어렵고 무모한 것이며, 소극적인 시선은 그저 눈에 스쳐 지나가는 모습만 진실이고 모든 것이라고 믿는다.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인간관계와 취업에 대한 고민과 분노를 사운드로 담아낸다. 들리는 오디오와, 보이는 뒷모습 사진으로 이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이해했다고 오해하기 이전에 이해는커녕 인식조차 불가능하다. 그가 말버릇처럼 계속해서 언급하는 '답답함'과 '이해를 못한다.'라는 것은 작품과 관객의 사이에 있는 것이다.
손민지는 새터민과 함께 한 선교활동 단체에서 신변상의 보호와 여러 이유로 그들의 뒷모습만을 촬영해야 했던 경험으로부터 '뒷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가져왔다. 실제 그분들과의 만남에서 진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남한사회는 그들에게 따뜻한 고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커다란 벽이기에, 자신이 남한 사람과 다르다는 괴리감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새터민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는 대신 인터넷상의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착수기를 찾아보았다. 오히려 익명으로 쓴 그 글들이 마치 그들의 '뒷모습' 즉, 가려진 진짜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작가는 말한다. 새터민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정착'이다. 남한 땅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그들의 생존이 달린 최대 고민거리이자 나아가 개인의 꿈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토대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만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wall_te×t」에서는 그들의 정착수기가 벽면 가득 빼곡하게 쓰여 있다. 관람자가 텍스트를 읽기 위해서는 벽으로 다가가야만 하고, 또한 텍스트를 가리고 있는 자신의 그림자를 이동하는 일종의 수고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관람자의 몸에는 텍스트가 흡수되고 관람자의 그림자는 텍스트에 흡수된다.
프로젝트를 실행하기에 앞서, 한누리는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과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취업이라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해가는 개별 주체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음을 알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누리는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모습과 그 개인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프레임」에는 카메라 앵글에 잡히기 위해 점프를 하거나, 몸을 최대한 움츠리는 개인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들의 노력은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애쓰는 몸부림 속에선 간절함과 동시에 불편함도 느껴진다. 이 영상은 어떤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개인의 모습을 담아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그 개인의 목표가 외부(사회/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틀(frame)이라는 사실은,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의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 「지혜」는 우리가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한 청년의 뒷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퍼즐로 제작된 이 작품은 재료의 성격으로 인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해체된 상태에서 출발하게 된다. 전시장에 놓인 퍼즐 주위로 관람자들이 앉아 조각을 하나씩 맞춰간다. 해체되었던 사진이 조금씩 완성되어가면서, 사진 속 청년 또한 제 모습을 찾아나간다. 많은 사람들의 협력 속에서 완성된 퍼즐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완성된 개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 관계;대명사
Vol.20151127g | 3×4cm: 우리들의 초상-엉뚱한 사진관 프로젝트 연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