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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5:00pm
갤러리 한옥 GALLERY HANOK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4(가회동 30-10번지) Tel. +82.2.3673.3426 galleryhanok.blog.me www.facebook.com/galleryHANOK
엄마. 나는 왜 자꾸 엄마에게 원망을 쏟아낼까. 나는 왜 자꾸 닮지 않은 엄마의 얼굴을 그릴까. 이 두 가지 질문에서 시작된 작업은,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어떤 얼굴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 생각해보면 나는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잘 모른다. 그녀의 인생에서 내가 존재했던 것은 절반밖에 되지 않으니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녀가 어떤 시간들을 어떤 마음으로 감내하며 살아왔던 것인지, 그래서 지금은 어떤 감정과 취향을 지닌 존재인지, 나는 전혀 모른다. ● 또 생각해보면 내 생각속의 '엄마'는 애초에 실재 존재와는 전혀 다른 대상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자꾸 원망하고 싶어 하는 것은 나의 지나간 운명들이고, 내가 자꾸 그리는 얼굴은 '엄마'라는 내 상상속의 캐릭터일 뿐이다.
내게 가족은 언제나 '나의 가족' 이었지만, 내 생활 속에서 '가족의 자리'는 애석하게도 근 20년간 비어있었다. 존재는 부재를 대체 하지도 못하도록 한없이 선명하게 했고, 그 불분명한 상실감은 마치 서로를 비춘 그림자가 겹쳐져 만들어진 또 다른 얼굴처럼, 나의 내면에 희미한 얼굴을 만들어 냈다. 그 막연한 얼굴을 거듭 더듬어 시각적 현전으로 환원해 낸 것이 '엄마'의 얼굴 이었다. 그것은 실재의 어머니와 전혀 다른, 내 마음이 상실했고 열망했던, 불분명한 '가족의 빈자리'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 '엄마'란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비슷하게 여길 '엄마'라는 캐릭터는 그러했다. 무조건적 사랑을 본능적으로 지니는 희생적인 인물. 타인을 돌보는 것이 유일한 자기 욕망이어야 하는, 누구보다 강인하지만 자의는 없는 그런 존재. 성과 출산으로 갖는 역할이지만 순결하고 고귀하며 아름다운. 누구보다 '여성'스럽지만 '무성'인, 그런 존재. 그 '엄마'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이미지는, 내게 존재했지만, 또한 상실했고, 또 바랬던 '가족'의 관념적 얼굴 이었다.
나는 이 꿈속의 관념적 '엄마'와 실존하는 '어머니'의 사이에서 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딱히 탓할 수 없는 지난 나의 시간에 대한 원망과 상실감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그것들을 실재 대상에게 이입하여 퍼부으며 느끼는 자괴감, 이상적인 관념과의 차이에서 오는 실망감, 그리고 그걸 해소해 주지 못하는 실재 대상에게 또 다시 원망을 덧씌우면서 내 인지 속의 '엄마'는 더욱 알 수 없는 얼굴이 되어갔다. ● 우리는 어떤 대상의 이미지를 회상 할 때에 대상과의 연속된 시간을 마치 한 순간처럼 압축하여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연속적 시간 속에 우리와 우리의 자아,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세계는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고 있다. 때문에 회상은 순간의 유일성과 특별함을 지니기도 하며, 나와 너의 모든 시간을 합한 총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재에 따른 왜곡 · 생략 · 재해석으로 사실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되기도 한다. 결국 어떤 대상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일은 나와 대상과 관계를 모두 나를 통해 담아내는, 나만의 자전적이고 인지적인 초상이 된다.
내가 열망했던 꿈속의 '엄마'는 무엇일까. 그것은 나와 어머니, 우리 가족, 그리고 날 키워주신 외할머니에 대한 나의 인지적 얼굴이다. 내가 그것에게 바랬고 언젠가 나도 되어 주고 싶었던, 나의 어머니도 애달프게 되고 싶고 바랬을, 불가능한 환상의 얼굴이다. 그러나 이제 조금은 그 관념과 인지를 벗고 말간 진짜 얼굴이 보이는, 여전히 아름다운 나의 어머니의 초상이다. ■ 이은규
Vol.20151126g | 이은규展 / LEEEUNGYU / 李恩揆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