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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1126_목요일_07:3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서산시 호수공원6로 19 108동 1104호 Tel. +82.10.9231.9750
내게 결혼에 대한 풍경은 바로 공간이고 거기서 벌이는 시간이다. 등을 달고 식탁을 들이고 옷가지를 들여놓는 세세한 그림들. 욕실에는 초를 켜두고, 나무처럼 뿌리내린 의자하나에 앉아 이 공간에서의 일상을 머릿속으로 떠올린다. 여기앉아 빗소리를 듣고 눈 쌓이는 소리도 보고 볕 좋은 날에 책도 읽고, 누군가를 기다려도 보고.. 결혼하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 눌러 살면서 오직 나의 공간과 남편, 이웃의 영향만을 받았다는 매우 희귀하고 흥미롭기 짝이 없는 사실을 깨달으며 차 한잔을 받들고 향과 맛을 음미한다.
내가 태어난 환경인 친숙한 자연과 생활에서 비장하지도 않고 단조로운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결코 다른 곳에서 모델을 찾지 않고 내면의 신앙을 그렸다. 조용하게 주시하는 인간, 성공에 급할 줄도 모르던 세계에서 그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성이나 그와 결부된 모든 것을 솟아나게 했던, 그러나 내가 그린 이미지에 각인된 깊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에 틀어박혀 살았다. 나를 보내신 것처럼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 성실과 거룩의 자리이고 감당해야 할 사명을 감당하는 것,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의 자리로 나가는 과정. 밤이 아닌 빛 된 삶을 살기 위해 빛을 담고 빛과 함께 살아간 시간. 내게는 사랑의 능력이 없기에 주님의 사랑이 내게 임할 때. 그 시간의 기록은 어느덧 나의 그림을 통해 예수그리스도를 보게 되는 삶이되었다. 결혼 이후의 공간은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주님 안에 머물고 거주하는 볼품없지만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삿갓조개 같은 모습으로 이동하였다.
한 줌의 빛. 내가 올려보며 마음을 문질렀던 하늘 위 둥근달, 내 눈동자에 비친 별 무릇, 이 모든 것을 헤아릴 수 있는 시간과 자리를 빌려 주는 것, 내 마음 따뜻하게 데웠으니, 흰나비와 작은 날벌레들, 새들의 지저귐 대신에 세상 것 몇 개를 곁들이고 싶다. 푸른 풀밭, 느긋한 발걸음, 볕 좋은 테라스 등 특유의 여유가 뭉쳐 만들어내는 것, 무엇보다 빛이 오래 드나든 흔적이 깃든 공간과 특유의 시간 냄새를 음미하는 이들은 누구나. 그 시간의 기록에 초대한다.. ■ 이현주
Vol.20151126d | 이현주展 / LEEHYUNJU / 李炫周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