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 Sonogram - City Man

ZION.T_강현선 2인展   2015_1111 ▶ 2015_1204

초대일시 / 2015_1111_수요일_06:00pm

협찬 / 아르크비어

관람시간 / 12:00pm~07:00pm

에이에이 디자인 뮤지엄 aA Design Museum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8-11번지 B1 Tel. +82.2.3143.7312 www.aadesignmuseum.com

Urban Sonogram: 공명된 음파의 이미지: 강현선 & Zion.T 2인전 ● 도시 초음파사진이란 전시 제목을 생각해내게 된 건 순전히 두 작가의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이다. 음향이 공간을 종횡하여 찾아낸 이미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가 그려낸 사진이 바로 이번 공동전이 실로 적절한 장소인 aA 디자인 뮤지엄에 소환하는 것들이다.

강현선_apart scape C_디지털 프린트 설치_가변크기_2014
강현선 _rear window_영상 스틸, 영상 설치_00:05:00 loop_2013

a. 실내를 관통하는 이미지/리듬 ● 물론 강현선에게 이 음악이란 분모는 Zion.T처럼 선연하게 드러나지 않고 작품 속에서 공간을 관통하는 변칙적 리듬으로 표현된다. 이전 전시 "이중도시"에서 창 속 인물들이 동일한 동작을 시차를 두고 반복하는 방식으로 나타난 이 엇박자는 이번 "Catch Me If You Can"에서는 일관된 연속성으로 공간 속을 흐르고 장악한다. 이전에는 단지 끼어든, 살짝 손 댄 위반을 담아냈다면 이젠 실내 공기를 유린하는 역동적 리듬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창문 속 스크린의 두 사람을 병치한 영상 작업에서 이런 대비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Zion.T의 페르소나에 다름 아닌 중절모를 쓴 양복차림의 남자가 실내에서 바운스하며 공간에 시각적 균열을 일으키는 동안 바로 옆 창문 속 남자, 음악과 리듬을 갖지 못한 이 남자는 실내에, 창틀에 의해 규정된 채 오롯이 갇혀 있을 뿐이다. 벽을 스크린 삼아 춤추는 실루엣으로 영사되는 "시티맨"은 강현선이 줄곧 추구해온 다른 시공간의 경험이 현실에 스며드는 모습을 Zion.T의 페르소나를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한 또 다른 예다. 아파트 연작이 매끈한 파사드로 관찰자의 응시를 태연하게 돌려줬다면 "시티맨"은 창속을 훔쳐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내 속에 잠입하여 음악처럼 벽을 타고 흐른다. 시선이 닿지 않는 창속의 실내 공간에 음악은 쉽게 도달하고 머물 수도 있기 때문이다.

ZION.T_TV_same

A. 도시와 익명성, 지워진 얼굴 ● Zion.T의 중절모와 양복은 Soul, Jazz적인 그의 음악과 만나 마치 1940년대 미국의 재즈 하위문화인 주트 수트(Zoot Suit)를 연상시킨다. 2차 대전으로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옷감이 귀하던 시절 바지통이 넓고 어깨가 과장된 주트 수트는 단순한 의상이 아닌 흑인 재즈뮤지션들과 멕시칸계 미국인들의 반항의 상징이었다. 특히 L.A.에서 "앤젤레노 Angelenos"라고 불리던 멕시칸 청년들은 인종차별에 항거하는 제스처 중의 하나로 무리지어 주트 수트를 입고 swag을 휘날리며 거리를 활보했다. 물론 Zion.T의 "시티맨" 연작에서 보이는 양복은 바지통이 주트 수트처럼 넓지도 않고 양복이 과장되게 크지도 않지만 흑인문화를 자신들의 문화 코드로 재창조한 앤젤레노와 "양복 입어도 한복 입은 듯/내 정체성, 꼬레아노"(모던보이)라고 읊조리는 Zion.T는 묘하게 조우한다. 흑인음악에 뿌리를 두었지만 단순하게 소울이나 알앤비 등으로 규정될 수 없는 확고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Zion.T는 시각적으로도 이런 정서를 담아낸다. 어렸을 때부터 세상이 중절모 쓴 양복차림의 시티맨들이 벽돌처럼 도시를 구성한다는 생각을 해왔다는 Zion.T. 아마도 그의 분신들인 듯 한 시티맨은 그러나 단순히 자기자신을 객관화하여 보는 관점의 형상화, 그 이상의 미학적 정동(affect)을 추동한다. 채도높은 붉은색으로 물든 방에 TV앞에 앉은 시티맨과 벽 앞의 또다른 벽처럼 나란히 앉은 시티맨들은 모두 얼굴이 지워졌다는 그 익명성 때문에 도시생활이 주는 불안과 자유를 동시에 드러내는 듯하다.

ZION.T_TV_Television

aA. ● "그러니까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이 도시로 온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여기서 오히려 죽어가고 있는 것 같다"로 시작하는 릴케의 『말테의 수기』는 근대 초 대도시 파리에 나타난 도시의 역설을 감지한다. 생계를 위해, 더 잘 살기 위해 도시로 이동하는 사람들과 이들 덕분에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는 도시경제, 그러나 도시가 비대해질수록 더욱더 피폐해져가는 개인의 내면이라는 역설이 바로 그것이다. 흥미롭게도 말테는 이런 도시 문화와 기차/산업 혁명의 영향이 한 개인에게 충돌과 침입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실내공간을 관통하는 소음/음향으로, 즉 기차가 꿰뚫고 들어온다는 상상으로 표현해낸다.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 버릇을 나는 도저히 고칠 수가 없다. 전차가 미친 듯 경적을 울리며 내 방을 가로질러 달려간다. 자동차는 내 위를 지나간다." 이렇듯 사적 공간인 실내를 침투하는 것은 이미지가 아닌, 눈을 감아도 들리는 소리이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내면의 자아와 외연에 드러나는 공적인 자아를 분리하여 사적 공간에서나마 개인적 정체성을 지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강현선과 Zion.T 2인전이 그려내고 들려주는 도시 초음파 사진은 이런 도시 속 익명성과 불안, 그 안에 깃든 지극히 개인적인 창조적 영감의 기록이다. ■ 진주영

Vol.20151114f | Urban Sonogram - City Man-ZION.T_강현선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