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thmark:Benandanti trail

차혜림展 / CHAHYELIM / 車惠林 / painting   2015_1110 ▶ 2015_1212 / 일요일 휴관

차혜림_몽유병자들_맹점의 위치_캔버스에 유채_130×100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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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림 블로그_hyelimcha.wordpress.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시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마크 GALLERY MARK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20길 3 B2 Tel. +82.2.541.1311 www.gallerymark.kr

7층의 하늘이 돔을 이루던 날, 살수차량이 초원의 눈들을 피해 물을 뿌렸다. 스산한 바람이 불 뿐, 그 흔한 회전초 하나 없는 황량한 곳, 2014년 12월 바위 아래 병원인 Budapest Sziklakórház 에서 잉여의 뼈가 발견되었다. 미세하게 어긋난 뼈로 맞춰진 Benandanti의 주변에 온전하지 못한 몸의 구성체인 뼈를 제외한 여분의 뼈가 발견된 것이다. 발견 당시 그는 무영등에 비춰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조각을 구성하는 그림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Kovács 씨를 만나기 위해 헬기에 오르던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의 한쪽 손에는 Kovács 씨가 에너지 사원에서 알려준 알 수 없는 하얀 기체가 나온다는 곳의 주소가 들려있었다. 그는 숲을 헤매다 독버섯을 먹었고 그로 인해 깊은 잠에 들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 기억은 그를 지켜보던 숲 속의 짐승들로부터 얻게 된 것이었다. Kovács 씨를 만났을 때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몸의, 덩어리의 일부인 기억 속에서 Kovács씨는 연신 벌어진 이 사이로 푸른 연기를 뿜어댔다. 이 사이에는 어느덧 이끼가 자라 있어 연기가 뿜어나올 때마다 풀향기가 났다. 마쟈르어를 쓰는 그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습관적으로 Gresham Palace 호텔의 방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것을 반복했다. 그 호텔은 그 세계의 집약체였다. 미리 훔쳐보는 재미가 있었기에 그는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미리 보는 것에 대해, 뒤집힌 옷에 얼굴을 새기는 듯한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는 귀로 된 산에서 살았다는 얘기도 있었고 아코디언 건반으로 만들어진 전차를 타고 왔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는 나무로 깎은 공의 썩은 구멍에서 자랐다는 말이 있었고, 역류하지 못하는 식도를 가진 말이 뱉어버린 세상에서 살았다는 말도 있었다. 양 극을 오가는 추가 부채꼴의 공간으로 인식될 즈음, 공간의 귀퉁이는 살짝 접어서 보류되었다. 기억으로 만든 인간,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동안 그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 두번째 깨어났을 때 Benandanti의 옆에는 작은 스푼 위에 올려진 불을 옮기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덕분에 그는 그의 틈을 채울 수 있었지만, 채울 수 있는 시간은 아무런 맥락도 없이 가변적이었다. 불을 옮기는 사람은 뭔가에 홀린 듯 이리저리 발길을 옮겼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누군가의 옷에 부착된 금속성의 소품 표면에 그의 엇갈려 있는 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작은 소금통에 그려진 잠자리의 날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별의 한쪽 끝을 갈아대는 소리가 들렸고, 얇아진 화면의 막을 찢고 달려들어오는 짐승들의 소리도 들렸다. 그의 몸이 찢겨졌다. 가추법에 의해 그의 몸은 여러 개의 가설로, 또 그 가설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태어났다. 이 과정에서 그에게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었고 땀이 맺힌 몸 위로 하얀 기체가 솟아올랐다. ● 세번째 깨어났을 때, 그는 자유로웠다. 7개의 가지를 가진 나무 위로 오를 수 있었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 하늘에 닿을 수 있었다.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표시 해 두었기에, 걸어온 길에 대해서, 걸어오지 않은 길에 대해서도 명백한 확신을 할 수 있었다. 그의 뼈가 재조립되었을 때 가슴에 찍힌 두 개의 점, 그 점은 액자에 보관되었지만, 콘센트를 연결해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 구멍이 난 해골과 같이 전시되었다. Benandanti는 박물관에서 그의 기억 속에 있던 친구를 발견했었다. 박물관 유리 속에서 그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잠시 하루의 일부를 가지게 된 것이다. 뭉툭한 나사 머리가 회전을 한다. 끝이 뭉툭한 나사는 정해진 점을 향하지 못한 채 계속 헛돌면서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버렸다. ● 그의 인생에서는, 여분의 사람들이 점증적으로 등장하면서 그는 작아져갔다. 계속되는 호명 속에서 그의 혼자였던 곡은 어느새 합창이 되어갔다. '끈을 자르면 너는 자유로울 수 없다.''끈을 타고 깊은 바다 속으로 내려가 바다 속에 잠자는 눈을 깨워야 한다.' 그에게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인간이 있었다. 어디서나 존재하는 인간, 혹은 타라우마라 부족처럼 빠르고 혹은 끈끈한 용액 속에서 굼벵이처럼 기어다니는 극도로 느림을 알았던 인간... 그와 같이 발견된 여분의 뼈는 마치 악기와 같았다. (중략)

차혜림_회전 운동 악보_캔버스에 유채_90.8×65cm_2015

2014년 12월 부다페스트와 근교 소도시들을 다니며 일상을 경유하는 여행을 하였고, 사람과 물건과 물질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Benandanti trail은 부다페스트에서 만나게 된 샤먼이 준 메시지, 수의학과 학생들과의 대화, 기차의 프레임 속에 머물던 사람들과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밤 사이 육체와 분리된 영혼이 빠져나가서 여러 가지 짐승과 곤충의 모습으로 분하여, 마녀와 전투를 벌였다는 Benandanti를 본인의 소설 속으로 소환하였고, 이 외에도 본인의 이야기 속에 타인들은 계속해서 소환되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이야기로 지은 집과 같다. 점 주변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지속적으로 흡수되면서 변주되어 무조음악을 완성한다. 본인의 소설과 작업들은 헝가리가 독특한 문화를 구성하게 된 방식과 비슷한 절차를 따른다. 또한, 단서를 포착하여 의미를 재구성하며 해체와 재조립의 과정을 통해 재탄생하는 헝가리 신화 속에 존재하는 매개자가 되어, 치환불가능한 개체들의 틈을 메워가는 느슨한 접착을 시도하였다. 본인은 미지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짐승의 발자국과 체취를 따라가거나, 혹은 일종의 매핑을 해 두었고 그 흔적들은 나와 별개로 떨어져 아직 그 장소에 머문다.차혜림

Vol.20151110f | 차혜림展 / CHAHYELIM / 車惠林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