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 보여, 플라스틱 Metamorphosis of the moment

서한겸展 / SEOHANGYEOM / 徐漢兼 / painting   2015_1110 ▶ 2015_1124 / 월요일 휴관

서한겸_물병_캔버스에 유채_45.5×38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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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겸 홈페이지_www.hanseofingers.tumblr.com

클로징파티 / 2015_1121_토요일_06:00pm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 Gallery Jungdabang Project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4가 7-1번지 B1 Tel. +82.2.2633.4711 jungdabang.com

나의 작업은 주로 내가 죽으면 내 몸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내 나름의 대답, 상상 과정에서 파생된 이미지들이다. 손톱, 머리카락, 각질, 체액, 배설물 등이 언젠가 다른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상상한다. 분자나 원자 수준으로 분해된 나의 몸이 다른 사람, 동식물의 부분들과 합쳐져 다른 무언가로 태어날 것 같다. 많은 대상들이 잠재적인 미래의 나 또는 나의 부분처럼 느껴지곤 한다. ● 그러면서도 지난 몇 년간은 죽음이 많이 두려웠고 시간의 흐름이나 변화 자체가 죽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변화의 잠재력이 기대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시간의 흐름, 그 종결에는 죽음이 있는, 그런 것이 연상되었다. 이런 점에 매료되어 한동안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사람들의 얼굴을 많이 그렸다.

서한겸_CDP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15
서한겸_목욕 의자_캔버스에 유채_38×45.5cm_2015
서한겸_캐치볼_캔버스에 유채_38×45.5cm_2015

그러다 어느 날 플라스틱의 원료인 원유가 플랑크톤과 해조류 등의 시체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명과는 거리가 멀다 생각했던 플라스틱마저도 살아있던 것들에서 온 거구나 싶어서 충격이었고 나의 관심 대상이 인공물, 비생물까지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플라스틱마저 될 수 있을 것 같고 죽음도 두려워할 게 아닌 그저 변화의 과정인 것처럼 느껴진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플라스틱 물건들이 언젠가 나와 한 몸을 이룰 상대처럼 보여서 좋아하게 되었고 그리기 시작했다. 인물을 그릴 때처럼 죽음에 연연하지 않고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두려움 같은 것도 벗어난 듯한 평온함마저 느낀다.

서한겸_셔틀콕_캔버스에 유채_45.5×38cm_2015
서한겸_야쿠르트_캔버스에 유채_45.5×38cm_2015
서한겸_우주 선풍기_캔버스에 유채_45.5×38cm_2015

어느 옛날 먼 바다의 플랑크톤과 해조류의 흔적이라는 생각으로 플라스틱을 대하다 보면 박물관에서 고대 유물을 접할 때처럼 먼 시공간에 접하는 듯한 감동도 있다. 이들이 많은 시간과 경험들을 지닌 역사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싶었다. 대부분 공장에서 찍어 나온 제품들이지만 살아있고 유동적인 살처럼 느껴지게 하고 싶다. 인물을 그릴 때처럼 형태도 색도 특정해두지 않고 그날그날 기색을 살피며 그린다. 언젠가 나나 플라스틱 물건들이 분해되어서 섞여 들어갈 자연의 상징들을 같이 그려 보았는데 지금 나에게는 플라스틱 사물들이 더 사랑스럽다. 플라스틱이 분해, 순환되어 흙이 되고 구름이 되는 것은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플라스틱과 풀과 하늘도 아마 그렇게 돌고 돌아 만들어진 것이겠지 하는 생각이다. ■

Vol.20151110a | 서한겸展 / SEOHANGYEOM / 徐漢兼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