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 길

정지영展 / JEONGJIYOUNG / 丁志榮 / painting   2015_1109 ▶ 2015_1118

정지영_Long Goodbyes_캔버스에 혼합기법_80.3×100.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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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1109_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일요일_01:00pm~07:00pm

미광화랑 MIKWANG GALLERY 부산시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2(민락동 701-3번지) Tel. +82.51.758.2247 www.mkart.co.kr

눈먼 세상 속에서 세상을 보는 일과 나와 당신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사실 세상은 언제나 나빴고 언제나 슬펐으며 내 눈도 진즉에 멀어있었다. 다만 그때는 보고도 보지 않았거나 내가 본 것이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내 눈이 멀었음을 알았을 때, 돌멩이 하나를 만났다. 이 땅 어디에나 굴러다니는 흔하디흔한 돌멩이 가운데 하나가 우연히 내 발길에 채인 것이다. 돌멩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속에는 물과 풀과 흙이 있었고 바람과 빛의 흔적이 있었다. 돌은 살아있는 덩어리였고, 나는 돌에서 생의 기운을 느꼈다. 너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 단순하고 미묘한 윤곽을 매만지며 이곳 너머를 가늠해보다가 나를 닮은 돌멩이를 발견했다. 그건 내 눈이 아닌 내 마음에 비친 모습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 옆에 당신도 있었다. 이만치 떨어져서 굽어보니 사람들이 보였다. 그 순간부터 돌은 내게 사람이었고 사람들은 색깔과 형태가 다른 돌멩이들이었다. 눈이 멀어버린 덕분에 나는 뜻밖의 시야를 얻은 셈이다.

정지영_마흔_광목천에 혼합기법_50×50cm_2015
정지영_하나 그리고 둘_광목천에 혼합기법_70×70cm_2015
정지영_After Cinema Club_광목천에 혼합기법_60.6×72.7cm_2015
정지영_강정의 춤_광목천에 먹_90×90cm_2015
정지영_억척어멈일대기_패널에 점토부조_60×90cm_2015
정지영_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를_캔버스에 혼합기법_20×20cm_2015
정지영_집으로 가는 길_한지에 먹, 수채_27.6×39.7cm_2014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나는 당신을 마주하고 있다. 그 자리에 내가 보는 당신의 모습과 당신이 보는 내 모습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우리 자신과 온전히 겹쳐지지 않고 스쳐간다. 당신과 나의 거리, 그 사이에 길이 생겼다. 나는 그 길 어딘가에서 내 마음에 비친 나와 당신을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담는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모른 채 나란히 지나가고 흘러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하나하나가 이어져 있음으로 살아있고 삶의 기운을 얻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 정지영

Vol.20151109d | 정지영展 / JEONGJIYOUNG / 丁志榮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