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사루비아다방 기획展 Ⅲ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PROJECT SPACE SARUBI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창성동 158-2번지) B1 Tel. +82.2.733.0440 sarubia.org www.facebook.com/sarubiadabang twitter.com/sarubiadabang
올해 사루비아다방에서는 국내 미술계의 지형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지점에 주목하고, 그것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세 가지 기획전을 마련했다. 마지막 『제3의 과제전』은 미술대학의 교육제도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과제전과 졸업전에 대한 미술계 현장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과제전과 졸업전은 여전히 교육제도의 평가시스템 아래 운영된다는 점에서, 좀처럼 학생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이 여과 없이 표출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사루비아는 평가와 결과중심의 교육제도, 나아가 이러한 교육제도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미술계 현장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제3의 과제전』을 기획하였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기획전에 참여할 예비작가를 국내 미술대학 4학년 또는 대학원에 재학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하였고, 전국 25개 대학에서 97명이 지원하여 최종 6명을 선정하였다.
선정의 기준은 창작언어를 취하는 과정에서 얼마만큼 주체적인 자각의 태도로 작업하고 있는가, 자기세계를 지향하며 기성 작가의 작품유형과 변별성을 갖고 있는가, 프레임․형식에 갇혀 있지 않고 유연한 사고력을 지녔는가를 판단하였다. 고은별은 최신 문화 트렌드를 반영하며 자기만의 상상력으로 독특한 아이콘을 형성하고, 동시에 그 안에서 무수한 작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돋보였다. 권빛샘은 시대적인 사회현상에서 목격한 사건을 채집, 기록, 맵핑하고 이를 다시 드로잉, 회화, 오브제로 전환시키고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왔다. 류민지는 소소한 일상적 풍경을 욕심내지 않고 일기를 쓰듯 계절별 서사를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풍경으로 담아내는 시선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전병구는 이 시대의 어둡고 모순된 현상과 시대적 감성을 내면의 서사로 가져오는 맥락에서 개성을 찾을 수 있었다. 정진욱은 매체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언어를 실험하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한 사고를 지니고 있다. 황민규는 삶의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포착하여, 이를 전통적인 예술이 지닌 기념비적 형태로 치환해 보여주는 독특한 방식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6명은 창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소통이 필요했고,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난 피드백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었다. 전시의 참여는 이들에게 개인의 조형적 언어가 공간에 온전히 발휘되면서 전체가 균형을 잃지 않고 조화를 찾아나가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지닌 조형언어를 '공간'이라는 또 하나의 여백과 연결하여 새롭게 확장·발현시켜 봄으로써 또 다른 발상의 전환점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기획취지 ● 왜 제3의 과제전인가? 이 질문은 '창작의 고민'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창작을 어떻게 풀 것인가를 평생의 화두로 삼고 살아간다. 창작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미술교육의 현장은 수 십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2000년대 들어와 미술대학 내부의 혁신과 미술현장에서의 개혁 의지가 서로 맞물려 변화의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지만, 미술현장에서 바라보는 교육현장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미술대학과 미술현장의 관계는 뗄 수 없는 필연적인 고리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관망과 대안 없는 비판적 시선으로만 미술교육의 현장을 바라볼 뿐이다. 제3의 과제전은 이러한 태도의 반성에서 출발해, 좀 더 적극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그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기획되었다.
2000년대 이후 미술현장의 제도권에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그 관심은 최근 몇 년 사이 보다 젊은 작가층으로 향하고 있다. 이 길목에서, 미술대학의 현장에 좀 더 개입하여, 학생들의 솔직한 내면의 감성과 목소리를 전문가적 비평과 시선으로 보고 듣고자 한다. 통과적 의례로 간주하고 길들여진 졸업작품전 및 과제작품전에 또 다른 의미와 소통의 방식을 제안해 봄으로써 교육현장과 미술현장의 간극의 깊이를 인식하는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자 한다. ● 제3의 과제전의 동기부여가 된 하나의 사건을 소개한다. 대안공간들이 한국미술계에 등장했던 1999년 11월, 졸업을 앞둔 경원대생 5명이 그룹 'BIJUS'를 구성하여 졸업전에 관한 개혁을 주장하는 프로젝트 『졸전이 밥 먹여 주냐!』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국의 미술대학 15개를 순회하며, 미술대학 졸업전에 관한 인터뷰 영상물과 소책자를 발간했다.
"미술은 문화적 타성이 만들어 놓은 바람직한 것, 당연한 것, 적절한 것에 저항해야 한다." (배종헌, 『졸전이 밥 먹여 주냐!』(1999) 전시도록 중에서) ● 졸업작품전 자체를 문제 삼고 비판하는 일련의 사건 이후에도 아무런 파장 없이, 바퀴가 순환하듯 모든 것은 원래 제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큐레이터로서 오랜 기간 교육현장과 미술현장을 오가며, 이 문제를 놓고 학생들과 그동안 나누었던 창작의 고민과 의견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열어놓고 싶다. '학습의 결과'로서의 졸업전과 과제전은 창작과 작가 만들기의 과정으로써 때로는 목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수단이 되는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긍정과 부정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나 정작 가까운 미래에 현장에서 만나게 될 예비 작가들의 목소리는 독백에 가깝다.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관찰하고, 논의하여 새로운 비전을 위해 하나씩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 책임과 역할이 분명 본인에게 있음을 망각하고 있다.
분명, 이번 기획전은 일방적이고 지시적인 경쟁구도가 아닌 학생들의 '있는 그대로'의 고유 감성언어를 자연스럽게 끌어내어 학생들의 주체적인 자각을 일깨우고 싶다. 또 하나의 길잡이로서, 미술 제도권으로 나아가야 할 예비 작가들에게 자기 성향에 맞는 언어가 무엇이고, 전시를 통해 무엇을 찾을 것인지, 미술현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학교를 벗어난 제3의 장소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맥락으로 창작의 고민을 풀어 놓는 장(場)을 마련하고자 한다. ■ 이관훈
Vol.20151108j | 제3의 과제전 The 3rd Project Show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