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Scape in Mullae

송호철展 / SONGHOCHUL / 宋糊哲 / installation   2015_1106 ▶ 2015_1120

송호철_Sound-Pattern in Mullae_Vibration Speaker, Aluminum plates_ Vibration Speaker installation_2015

초대일시 / 2015_1106_금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01:00pm~07:00pm

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 SEOUL ART SPACE MULLAE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88길 5-4(문래동1가 30번지) 1층 스튜디오 M30 Tel. +82.2.2676.4300 www.sfac.or.kr

송호철 작가의 "문래 소리풍경 : Sound-Scape in Mullae" ● 문래라는 곳에서 송호철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한 전시에서 문래동의 골목에서 노니는 길고양이들을 찍은 영상작업 「주인님의 영토」(2011)를 보여주었다. 그 영상에서는 머나먼 몽골의 초원으로부터 울려오는 전통음악 흐미(khoomei)소리와 여기도 저기도 자기집인냥 들낙이는 길고양이들의 움직임들이 문래의 불 꺼진 공장의 어두운 적막과 한 낮의 공장들에서 울려퍼지는 기계음들 사이로 삶과 예술의 풍경 속에 병치되고 있었다. ● 그 후로도 그는 문래를 서성인다. 마음은 몸을 통해 표출된다. 철공장과 예술공장 사이에서 송호철 작가는 그렇게 문래를 서성이며 관상(觀想)한다. 그의 도시 관상(觀想)은 지역과 현대인의 삶에 대한 경험의 '서술'로 지속되어 왔다. 그리고 사진, 영상이라는 시각적인 것들로, 낮과 밤, 일상과 노동, 내재된 자의 시선과 외재된 자로서의 시선, 그 '사이'의 시간들을 중첩한다. 기계적인 작동과 편집보다는 몸으로 느껴지는 거리와 현실을 담기위한 그의 일련의 작업들은 공장의 밤에 내려진 철문에 도시의 소비적 현실을 담은 영상들이 투사되게 된다. 개인전 『City-Scape in Mullae』(2012)의 작업들에서는 문래의 노동의 공간과 소비사회의 일상들을 교차하고 현대인들의 도시적 환영을 발산하였다.

송호철_SoundScape in Mullae_Lightweight Steel Frame(프레임 설치 실제건물)
송호철_SoundScape in Mullae_lightweight steel frame, speaker_ 350×2200×300cm, architectural installation+10 channel sound_2015

송호철 작가가 문래에 와서 창작한 작업들은 그렇게 문래에 대한 '수집'과 '기록'을 통해 시작되었다. 그것은 지속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변함없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 아니었고, 더구나 장소에서 발생된 사건을 예술 행위로 포장된 것으로 전이하지도 않았다. 도리어 그것들은 문래의 일상과 예술 간의 '차이'를 알아차리기 위해, 문래의 일상에서 발견되는 작은 '차이'들을 수집하고, 경험하며, 작업화하는 것들이었다. 그가 바라보는 무변의 일상과 개인의 경험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예술적 실천방식은 '기록'이었다. ● 일상(日常)이란 한자를 조금 비틀어보자면 매일의 상(象)과 매일의 상(想)이 된다. 그리고 현실에서 상(象)과 상(想)은 매일 같지 않은 차이를 가진다. 그리고 그것들은 근원적으로 늘상 같은 것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다.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os)의 "모든 것은 변한다(Panta-rhei)"라는 세상의 이치에 대한 언명은 역설적으로 변화하는(그것이 미묘한 것이든 전폭적인 변화이든)것들을 '기록'하는 행위가 도리어 위대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송호철_SoundScape in Mullae_lightweight steel frame, speaker_ 350×2200×300cm, architectural installation+10 channel sound_2015

문래에서 매일 반복되는 인간의 행동 패턴들은 노동을 통해 더욱 집약되어져 인식된다. 항상 같은 철을 깎고, 자르고, 두드리고, 붙이는 과정들이지만, 그러나 그것들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따라서 그 소리와 파장은 다르다. 같은 동작의 반복이지만, 그리고 같은 패턴의 제작과정들이지만, 때로는 길게, 어떨 땐 짧고, 혹은 굵게 나타난다. 그러한 노동의 패턴들이 행동을 통해 진폭을 가진 파장으로 울려퍼지는 것들은 매일의 날씨와 기후, 환경의 조건, 매일의 소리의 생산자들의 기분과 그리고 시간에 따라 변화무쌍한 폭으로 발산된다. ● 1856년에 세르비아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의 발명가이자 전기공학자였던 니콜라 테슬라(Nikola Telsa)는 "If you want find the secrets of the universe, think in terms of energy, frequency and the vibration."(당신이 우주의 비밀을 찾기를 원한다면, 에너지, 주파수 그리고 진동을 생각하라)는 말을 남겼다. 이제 소리공학은 산업기술로서만이 아닌, 자연의 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연구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의 삶, 일상의 영역에서 차이를 변별하는 방법으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현재에는 테슬라가 예언한대로, 제어할 수 없는 일상의 소리들은 인간과 사물의 행동과 움직임의 결과로서 새로운 소리의 패턴들을 그려내고 있고, 쉽게 가시화되지 않는 인간과 환경-세계를 너머 우주와의 관계를 드러낸다.

송호철_SoundScape in Mullae_lightweight steel frame, speaker_ 350×2200×300cm, architectural installation+10 channel sound_2015

송호철 작가가 실험하고 있는 소리의 패턴에 대한 작업들은 소리의 진동과 파장의 패턴으로 시각화하는 클라드니(chladni) 패턴실험(진동 제너레이터를 이용하여 원형과 사각형 모양의 클라드니 판(chladni plate) 위에 모래를 뿌린 후, 주파수를 바꿔가며 진동시키면 특정한 주파수에서 공명이 일어나 판위의 모래가 일정한 형태의 무늬를 만든다.)이다. 패턴의 모양들은 진동수가 많아질수록 그 크기가 작게 분화되고, 진동파가 일어나지 않는 지점에 모래알갱이가 모여져서 마치 검은 클라드니 판 위에 그림처럼 나타난다. 모래의 패턴그림은 소리와 소리간의 간극, 즉 무음(無音)과 무진동(無振動)지점에서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 즉, 음과 음 사이, 진동과 진동사이는 소리와 진동을 발생하는 개체 수에 따라 크기와 모양은 변화되고, 서로 다른 패턴그림으로 시각화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그는 이와 같은 실험이 특수한 것이 아니며, 도리어 이러한 실험들이 앞으로의 작업에서 더욱 다른 '예술의지'로 발산하게 되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동파로 그려내는 패턴들의 움직임에 몰입하는 작가는 이미 진동파 그림들을 필자에게 해석해준다. 소리의 파장을 제너레이터의 진동으로 전환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소리와 진동파마다의 패턴을 읽어 내리는 그의 모습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그것들의 징후들을 읽어내려는 미세한 떨림이 감지된다.

송호철_SoundScape in Mullae_lightweight steel frame, speaker_ 350×2200×300cm, architectural installation+10 channel sound_2015

형태, 그것이 예술적이든 일상적이든 아니면, 어떤 모양과 기능이든 공간에 놓여 그 존재를 드러낸다. 시각적으로 무엇을 그려내고, 세우고, 구축한다는 것은 공간에 에너지의 집적과 무(無)의 상태에 질서를 부여함으로 형성된다. 질량을 통해 증명되는 예술의 존재는 그러나 그것의 외형적인 것에만 있지 않는다. 예술로 구현되는 사고, 즉, '상(想)'은 원인으로 무상(無相)(무상(無相), 모든 사물은 공(空)이어서 일정한 형태나 양상이 없다는 뜻이고, 차별과 대립을 초월한 무한하고 절대적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수 없는 과정의 결과로 '상(像)'을 만드는 것이다. 작가가 본유(本有)의 삶 속에 있을 때, 행복한 무상(無相)적 사고는 그것이 아주 작은 철심을 깎는 사이에도, 그리고 예술로 공간을 구축하는 리벳을 조일 때도 형성될 수 있다. 그리고 도시에 움직임에 몰입하고, 비가시적 움직임들이 만들어내는 매일의 소리들을 채집하면서도 형성될 수도 있다. 송호철 작가는 소리를 채집하였지만, 그 소리들에는 움직임이 없는 것들도 기록된다. 그것은 '공간'과 '형' 그리고 '정지'의 찰나들이다.

송호철_SoundScape in Mullae_lightweight steel frame, speaker_ 350×2200×300cm, architectural installation+10 channel sound_2015

그는 문래의 공장을 실측하고 다시 축적하여 전시공간에 문래의 공장을 재현한다. 시멘트와 기계들로 얽기고 설켜진 형태와 질료들로 꽉 찬 공장건물이 아닌 뼈대만 앙상하게 회색앵글로 조립되어 있는 공장과 같은 모양의 구조물은 전시공간의 바닥에서부터 천장에 닿을 크기로 설치되었다. 실제 속에서는 잘 가늠할 수 없는 공장건물의 형태는 전시공간 속에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적 퍼스펙티브를 관객들에게 경험케 한다. 그것은 노동의 공간도, 생산의 장소도 아닌, 그리고 간판도 없고, 주인도 없고, 노동자도 없고, 기계도 없는 공간으로서 차이와 구별을 초월한 무한하고 절대적인 상태에 대한 순수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회색의 선(線)으로 보이는 것과 공(空)의 사이의 것들로부터 소리들이 울려댄다. 그것은 앙상한 회색앵글로 만들어진 거대한 공장건물 모양의 구조물에 부착된 스피커로부터 전파되어 나온 문래의 소리들의 공명(共鳴)이다. 소리의 생산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소리와 진동만 있을 뿐이다. 거기서 관객은 소리의 수용자로 무작위의 중립적인 존재로서, 일상의 관객으로 전시공간을 꽉 채운 문래의 소리를 듣는다.

송호철_SoundScape in Mullae_도면, 3D 드로잉_2015
송호철_SoundScape in Mullae_진동스피커 제작도면_2015

이전에 그 소리의 주체가 생산자였건, 기계였건, 아니면 문래의 일상을 알아차릴 수밖에 존재의 증명들이건, 이 소리들은 관객에게 전달된다. 소리의 진동파들은 앙상한 회색앵글의 구조물을 진동케하고, 그것이 스피커로부터 나온 것인지, 아니면 앙상한 철재들이 부딪치며 만들어 내는 것인지 불분명할 만큼 그 진동의 파장이 커졌을 때 구축물들은 무너지게 될 수도 있거나, 혹은 소리들이 공간에 부딪쳐 반사를 통해 인간의 귀로는 감지할 수 없는 고주파 진동으로 증폭되어서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은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다. ● 관객은 이 소리의 진동과 파장이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그러나 예상할 수 없는 변화라는 필연적 사건의 우연한 목격자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오늘의 문래에서 서성이는 작가들은 도시의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의 파국적 변화의 우연한 목격자가 아니며 예술의 노동과 실천으로 문래의 현장의 소리를 공명(共鳴)하는 자들임을 필연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러한 깨달음 속에 필자는 문래의 작은 아우성들의 진동들이 정지되어 아무것도 울릴지 않는 무음(無音)의 적막한 풍경으로 변화하지 않기를 바라고, 그리고 문래의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부단한 예술을 생산하는 작가들의 움직임의 파동들이 다양한 그림들을 그려내기를 기대한다. ■ 성원선

Vol.20151108d | 송호철展 / SONGHOCHUL / 宋糊哲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