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수요일_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비컷 갤러리 B.CUT CASUAL GALLERY&HAIRDRESSER'S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37-7 Tel. +82.2.6431.9334 blog.naver.com/bcutgallery
더 이상 사람의 발길이 없는 곳에도 시간의 풍경은 남아 있다. 『모든 바퀴는 멈춘다』 2인전은 그렇게 남겨진 풍경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시작된 방옥, 김수연이 그려낸 시간의 초상이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폐주유소와 폐철로의 모습은 한때 풍요로웠던 과거를 생각하면 어떤 희망도 없는 초라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 모습이 마지막일수도 있지만 반대로 또 다른 시작이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방옥은 폐주유소가 '인생' 같다고 했다. 더 정확하게는 그녀가 모시고 있는 노환의 어머니가 떠오른다고 한다. 그녀는 외진 길목들을 찾아 점점 도심에서 멀어져 갔고, 멀어질수록 더 고립된 채 남아있는 주유소는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되어 있는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 버리기에는 무례하다고 느껴질 만큼 그녀가 담아낸 주유소에는 알 수 없는 당당함이 있다. 그녀는 사실 더 깊숙히 버려진 대상을 찾아내어 아직은 살아서 여기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한편 김수연이 찾은 폐철로는 자칫 근대화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낡은 상징으로 보여지기 쉽다. 하지만 그녀의 풍경 속 철로는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대상의 기능도 소진한 지 오래되어 속도 제로인 채로 정지된 이미지인데 흔한 풍경 속에 녹아들어 있어서 지시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이다. 그 위를 달리던 기차의 이야기는 이미 과거가 되었는데 속도 때문에 우리가 지나쳐 버린 것들, 계절을 달리하며 펼쳐지는 폐철로 주변의 소소한 풍경에 그녀는 주목하고 있다.
주유소와 철로 앞에 붙은 '폐'라는 글자의 의미는 더 이상 쓸모없어 버려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회적 기능과 역할은 끝났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통제와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새롭게 시작된 시간이기도 하다. 부여받은 역할을 다 마치고 바람과 더위를 견뎌온 대상들을 이 둘은 사람의 초상을 담아내듯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작업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닮은 꼴이며 이런 지점에서 서로 만난다. 누구나의 인생도 존엄하기에 그 대상들은 지금 이대로도 위축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알 수 없었던 그 당당함도 설명된다. ● 시간을 굴러온 바퀴는 모두 멈춘다. 하지만 그때부터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폐주유소와 폐철로가 지내온 여정을 넘어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보는 일은 그 세미한 음성에 귀기울이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수연
Vol.20151104j | 모든 바퀴는 멈춘다-김수연_방옥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