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_02:00pm~07:00pm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Tel. +82.2.3141.8842 www.cyartgallery.com
감각 안으로 들어온 자아와 세계에 대한 기록들 ● 은유영 작가는 오랜 시간 자아와 세계를 관찰해 왔다. 이전 작업들이 자아를 집이라는 상징체계에 의해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면 근래의 작업들은 그 시선을 세계로 향하고 있다. 작가는 이에 대해 조형적이고 신비로운 시각적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최근의 작업은 좀 더 직접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으로 전환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품들은 얼핏 보기에는 선과 면의 조형적 표현 같아 보이기도 하고 우주공간의 일부 같기도 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세밀한 드로잉처럼 섬세한 선들의 집적으로 이루어져 있고 멀리서 볼 때 무질서해 보이던 화면은 가까이 갈 수록 선과 면이 교차된 공간 안에서는 기하학적인 구조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무질서와 질서 사이에서 일종의 숭고미 마저 느껴지도록 만들고 있는데 눈에 보이던 세계가 빛으로 그리고 하나의 거대한 스펙타클로 변모하게 되자 작가는 그곳에서 우주적 질서이자 존재의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 같다. 작가는 늘 바라보던 일상의 세계에서 시작된 개인적인 신비로운 시각적 경험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하였지만 작가는 그의 작업과정에서 다시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 그 세계는 작가가 언급한 바와 같이 장자의 방식으로 보면 현실과 피안의 세계 사이의 존재적 위치일 수도 있고 물리학적 우주의 질서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 의미에서 보면 작가가 본래부터 관심을 갖고 고찰해온 자아 그 자체일 수 있다. 왜냐하면 우주적 빅뱅의 순간처럼 표현된 작업을 보게 되면 그것은 혼돈과 질서 사이의 외부 세계를 발견한 것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 순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의 위치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은 결국 모호했던 영역에서 좀 더 명료한 지점으로 이동하게 되었다는 것일 수 있으며 미지의 세계이기에 억압으로 다가왔던 세계에서 해방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는 것일 수도 있다.
작가는 꽤 오랫동안 자신의 삶이 도시 공간 속에서 외로움 가운데 고립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작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그것을 떠나 보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한 면에서 보면 마치 애도의 예식을 보여주고 있는 같은 작가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선들은 작가의 내면 속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비언어적 시각 기호로 전환시켜 기록으로 남겨낸 흔적들처럼 보이며 결국 이 선들로 중첩하여 쌓아 올린 회화적 공간이라는 것 역시 작가의 삶에 대한 기록이자 사유의 흔적이고 동시에 이미지로 표시된 깨달음의 순간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 그러므로 은유영 작가의 작업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세계를 발견한 순간이자 자아를 발견한 순간인 우주적 질서일 수 있는데, 그 질서의 회화적 공간이라는 대상은 은유영 작가의 작업에 있어서는 관조적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방식으로 감상할 대상이라기 보다는 그 안에는 선과 면으로 축적된 독백과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이기에 좀 더 가까이서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그렇게 감상하게 된다면 아마도 작가가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긁어내거나 쌓아 올리는 선들을 새겨낼 때마다 들리게 되었을 필촉의 소리나 손의 떨림과 같은 작가의 미세한 호흡과 감각을 공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의 작업은 자아와 세계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하였지만 시각 안으로 들어온 감각의 기록으로 마무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승훈
여느 날 과 다름없는 산책하던 길이었다. 도심의 빌딩 숲 사이를 요리조리 지나서 동네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에 오르던 길이다. 습관처럼 빌딩의 가로 세로선들, 창문들, 전신주의 불규칙한 선들. 그 사이의 사람들의 형체를 관찰하던 중 나는 일 순간 모든 것의 부서짐을 느꼈다. 사물과 풍경은 늘 그 자리에서 굳건한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모든 것이 일제히 파편화되면서 서로 뒤죽박죽 해체되는 것을 보았다.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였으며, 머릿속에서 그것을 다시 재배열, 재배치하고 있었다. ● 어릴 때 숲속의 나뭇잎과 조약돌에서 느꼈던 아름다운 색감들, 그곳에서 느꼈던 자유를 다시 느끼는 순간이었다. 한동안 도시의 삶과 사람, 그리고 나의 불행에 대해 생각한 시간들이 있었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느낄 수 밖에 없는 고립감과 인간자체가 가진 외로움이 타인과 그리고 사물과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랫 동안 아팠다. 그 시절 속에 해는 지고 뜨고, 계절은 철마다 다른 옷을 입었지만, 오롯이 나는 남았다. 그 산책길 이후로 나는 평소에 보던 창문들 속에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서 빛을 보게 되었는데,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빛을 내는구나. 들리지 않는 탄성이 숨어 있구나'라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것을 화면에 옮기게 되었는데, 도시 건축물의 해체됨에서 나는 빅뱅의 순간을 떠올렸고 그것은 빛의 시작, 존재의 탄생이었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온 존재이며, 세계는 끊임없이 원자의 순환을 통해 이형한다. 존재는 되기(becoming)을 통해 존재함(being)함을, 나는 너가 되고 너는 내가 되고 우리 모두는 그렇게 연결되어져있음을. 세계에서 사라지는 것은 없음을 알게 되면서 나는 나의 상처를 어루 만질 수도 타인의 삶과 사물들을 내 안으로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자의식이 넘쳐 부유하는 섬에서 서로 공명할 수 있는 은유를 발견하고서 그것을 그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보니 나비의 형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세계의 시작함을 그리고 싶었는데, 내가 만난 것은 나비였다. 그 때 나는 장자가 호접지몽에서 나비를 은유적으로 선택한 이유를 그제서야 떠올랐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구분할 수 없었던 일장춘몽이 인생임을 사람임을 보여주는 우화였던 것이었다. ● 그것은 자유였다. 모든 것은 그렇게 자유로운 존재임을. 그리고 나서 나비의 문양을 보니 거기에 내가 생각했던 빅뱅의 순간이 조형적으로 담겨있지 않은가! 정말 자연은 놀라운 형상이었다. 자연에 이미 그 이치가 다 있었음을, 어리석은 나를 깨운 자연과 인간은 아름다움 자체였다. ● 그것을 그리는 나는 행복한 존재이다. 어둠속에 빛이 있었다. ■ 은유영
Vol.20151103j | 은유영展 / EUNYUYOUNG / 殷維瓔 / painting.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