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with drawing

유영희展 / YOUYOUNGHEE / 柳英熙 / painting   2015_1103 ▶ 2015_1122

유영희_Play with drawing, blu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오일 파스텔_73×61cm×3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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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1103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이브갤러리 EVE GALLERY 서울 강남구 삼성동 91-25번지 이브자리 코디센 빌딩 5층 Tel. +82.2.540.5695 www.evegallery.co.kr blog.naver.com/codisenss

견고한 화면 ● 한지란 야성적인 종이이다. 유영희가 쓰는 일백호 크기의 한지(손으로 뜬 종이 중 가장 큰 종이라고 한다)는 "촉감" 이라는 말만으로 이해하기보다 더한 어떤 견고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일본종이인 "와시"가 지닌 나긋나긋하고 섬세한 표정과는 달리 지지체인 "면으로서의 강인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 그렇다고 유영희가 종이의 텍스츄어에 타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지지체이며 그리기위한 필드(Field)로서의 요청에 따르고 있을 따름이다. 종이의 바탕 면은 젯소 등으로 덮여서 오히려 시각적, 촉각적 유혹은 표면으로부터 배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프레임에 끼워진 캔버스라는 인공적인 지지체와는 분명히 다른, 일종의 야성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평온한 가운데 강인함을 느끼게도 하는 한지만의 "소박한 정취"를 간직한 표면인 것이다.

유영희_Play with drawing_한지에 아크릴채색, 오일 파스텔_73×144cm_2005
유영희_Play with drawing, yellow flower_한지에 아크릴채색, 오일 파스텔_47×63cm_2008
유영희_Play with drawing, deep blue_한지에 아크릴채색, 오일 파스텔_93×63cm_2008

거의 모든 작품에서 우선 젯소 위에 아크릴 물감을 바르고 그 위에 오일파스텔로 선을 반복해 그린다. 다이나믹하게 진동하는 무수한 선은, 붓질의 방향은 즉흥적이지만 화면을 일정한 간격으로 분할하는 그리드(분할선)의 틀에 거의 맞아들어 가도록 그려져 있다. 전체적으로는 바람에 설렁이는 초목과 같기도 하고 퍼붓는 빗줄기나 물결이 이는 수면과 같기도 하지만 그 분방한 선들이 그리드의 지배를 무난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화면에서는 카오스와 방법론적 통제라는, 본질적으로 상반되기 마련인 요소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 물론 이 규칙적인 구조는 미니멀리즘에서 온 것은 아니다. 유영희의 말에 의하면 접혔던 종이를 펼쳤을 때 생긴 우연한 그리드의 표정에 끌려 드로잉 선을 그 접힌 자국에 따라 그어 본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하나하나의 단위가 어느 정도 자립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아름다운 호응을 보이는데, 최근의 대작에서는 그것이 네 장(100호×4)의 한지로 이루어진 장려한 진동으로 전개된다. 인위적인 것과 자연스러움이 부드러운 호흡 속에 서로 녹아들어 있다고나 할 이러한 감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좋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거기에 하나의 "풍경"이 나타나는 것은 아마도 우연은 아니리라. 직접적인 의도는 어떠했든지 그녀는 자신의 공간이 바람이나 파도와 같은 현상과 저절로 통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그리드는 손의 움직임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부와 내부를 잇는 풍요로운 통로(파사쥬)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영희_Play with drawing_한지에 아크릴채색, 오일 파스텔_73×44cm_2009
유영희_Play with drawing, brown_한지에 아크릴채색, 오일 파스텔_93×63cm_2012
유영희_Play with drawing, red_한지에 아크릴채색, 오일 파스텔_93×63cm_2012

레몬. 진동하는 화면 안에서 그 둥근 형태가 별안간 모습을 드러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레몬에는 가끔 입체적 음영이 더해져 그리드의 시스템이나 평면적인 드로잉의 선과는 별개의 요소로 존재한다. 유영희는 추상표현주의를 계승한 다소나마 올 오버(All over)의 공간에 다시 한번 현실적인 일루젼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듯하다. 그러나 소품에서는 콜라지쥬도 자주 시도하고 있는 점을 보면 그것은 금욕적인 평면성을 타파하기 위한 일루젼이라고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왜 하필이면 레몬인가. ● 그녀는 레몬이 가까운 생활의 주변에 굴러다니고 있기 때문일 따름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 사실을 뒤집어 보면 레몬이 단순히 레몬이 아니라 견고한 현실성을 지닌 어떤 물체일 따름이라는 말도 된다. 그것은 화가에게 있어서 화면에 투영된 현실, 순수한 회화적 진동에 의해 이질적인 존재로 끼어 들어오는 현실이다. 여성화가로 생활 속에서 작업하는 유영희에게 이 모티프는 고유의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

유영희_Play with drawing, orange_한지에 아크릴채색, 오일 파스텔_93×63cm_2012
유영희_Play with drawing, yellow_한지에 아크릴채색, 오일 파스텔_47×63cm_2013
유영희_Play with drawing_183×120cm×4_2015

물론"부엌"의 레몬을 성급하게 페미니즘과 관련지울 수는 없다. 그것은 전통적인 정물화의 주제일 수도 있는 물체이며, 사실 앞에서 말 했듯이 그녀는 이 이미지를 "회화적" 음영을 동반한 일루젼으로 그려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묘사의 부드러운 터치에도 불구하고 레몬은 화면 속에서 역시 어딘가 이질적인 존재로서의 형태를 보여준다. 부드럽고도 심상치 않은 물체, 그녀는 그 실루엣을 거대하게 확대해 회화를 엿보는 "창"으로 인스털레이션에 끼워 넣기도 할 것이다. ● 자유자재로 달리는 선, 그리드, 일루젼 그리고 야성적인 종이, 그녀의 회화를 둘러싼 사색은 다양한 요소가 층을 이루어 쌓여가면서 우리들의 눈을 깊숙이 매혹하는 아름답고도 견고한 화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다테하타 아키라

Vol.20151103e | 유영희展 / YOUYOUNGHEE / 柳英熙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