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1108_일요일_02:00pm
* JMP음악발전소 기타앙상블(정경아_고영관_김가현_김수영) 공연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그리다 GALLERY GRID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2길 21(창성동 108-12번지) B1 Tel. +82.2.720.6167 www.gallerygrida.com
사람은 평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가진 재산이나 능력, 명예, 외모 같은 외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받은 사랑, 인기, 남자 복 같은 사람의 내적 매력을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걱정'입니다. 우리 앞에는 항상 걱정거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걱정거리들이 생깁니다. 어떤 이들은 큰일이 아닌데 걱정에 사로잡혀 어쩔 줄 모르고, 어떤 이는 엄청나게 큰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걱정거리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서 인생 전반에 걸쳐 한 사람에게 놓여진 걱정의 양은 동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어렵고 피하고 싶은 일은 약한 부분을 극복할 때까지 계속 더 큰일로 다가옵니다. 가장 싫고 힘든 사람은 그 사람의 싫은 부분을 통해 나를 보게 합니다. 그것은 이러한 시련 속에서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큰 시련을 많이 겪은 이들은 바로 이 부분이 많이 단련되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걱정거리도 많이 없어집니다. 그렇기에 사람은 지구라는 학교에서 영혼을 학습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시간을 지불해가면서 혹은 시간 속에 갇혀서, 혹은 시간을 넘어선 이들에게 배우면서 말입니다. 지구라는 학교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시간 너머라는 느낌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넘어 남아있는 것과 사람의 흔적이 합해져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을 말입니다. 내가 무엇을 찾아야하는지 보고 , 느끼고, 배우며 지구라는 학교를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구라는 학교에 대해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심봉사와 심청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도, 돈도 없는 심학규가 왕후가 될 미모를 가진 딸을 둘 정도의 미모의 곽씨 부인을 만나 결혼합니다. 순전히 동냥만으로 하루 세끼 11년간 일하지 않고 한 아이를 키워냅니다. 먼동이 뜨고 두레박에 물을 뜨는 소리가 들리면 심봉사가 나가 '여보시게, 우리 아이 심청이 굶어죽게 생겼으니 젖좀 주오.'라고 말하면 '내 젖은 없으나 우리 동네 아이 낳은 이 많으니 어느 누가 괄시하리오.'라며 젖동냥 할수 있는 곳을 알려줍니다. 또 젖동냥 하러 가면 '오늘말고 내일도 글피도 오소, 우리 아이 굶긴다 해도 심청이 굶길소냐.'라며 이야기 합니다. 장승상댁 부인도 공양미 3백석(요새 시가로 10억이 넘는 돈이라 함)을 청이 대신 무리해서라도 마련해주겠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주변 여자들의 호의 속에 기대던 심학규가 심청이를 떠나보낸 후의 삶은 그 혼자 스스로 서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과거의 버릇처럼 뺑덕어멈을 만나고, 고생하며 심청이를 만났을 때 사실 눈 뜬 것은 육체가 아닌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심청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찌 왕후가 될수 있었을까요? 자신을 구속하는 것을 모두 던져버리고 죽음을 각오하고 새로운 장소를 향해 뛰어듭니다. 저는 용궁이 플라톤의 이데아의 세계같은 깨달음의 장소라 생각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그 장소가 다시는 언급되지 않는 것도 인식 너머의 세계여서 아닐까요? 촌부의 예의와 왕후의 예의가 다른데 그것을 배웠기에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구에서의 학습은 큰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하나의 틀을 깨어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을 하나씩 깨닫고 홀로 서는 것, 그것이 바로 살아가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 박영경
Vol.20151030h | 박영경展 / PARKYOUNGKYOUNG / 朴嶸耿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