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Drawing 27_증/층 Multiplication/Layering

이정동展 / LEEJUNGDONG / 李正東 / drawing.installation   2015_1030 ▶ 2015_1115 / 월요일 휴관

이정동_기계덩어리_비닐에 펜 드로잉_180×550cm_2015

초대일시 / 2015_1029_목요일_05:00pm

주최 / 국민체육진흥공단

관람료 성인, 대학생_3,000원(단체 1,500원) / 청소년(13-18세)_2,000원(단체 1,000원) 어린이(12세 미만)_1,000원(단체 500원) / 단체_20인 이상 『소마 드로잉_무심』展 관람시 무료관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문화가 있는 날 주간(매월 마지막주 수,금요일)_10:00am~09:00pm * 마감시간 40분 전까지 입장 가능

소마드로잉센터 SOMA DRAWING CENTER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88-2번지) 제5전시실 Tel. +82.2.425.1077 www.somamuseum.org

이미지와 환상 ● 이정동은 디자인을 전공한 후 최근 3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자신만의 회화적 작업방식을 형성하였다. 이정동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은 비닐이라는 소재와 이미지의 중첩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디지털 가상공간과 현실의 간극에서 오는 환상이며, 가상공간과 현실 사이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본질에 대한 고찰이다. 작가는 '나는 항상 내가 아니며, 나는 항상 내가 아닌 어떤 것이다'라고 한 백남준의 말과 「TV를 보고 있는 부처」라는 백남준의 작품을 함께 언급하며 작업의 참조로 삼고 있는데, 결국 이정동의 작업은 디지털 시대에 '나'라는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가상공간의 이미지를 현실공간으로 끄집어냄으로써 갖는 작가적 카타르시스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정동_길을 잃은 사람들_벽면에 시트지 설치_200×600cm_2015

이정동의 작업방식을 살펴보면, 크게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컴퓨터에 저장한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그림을 그린다. 컴퓨터 프로그램 상으로 여러 개의 레이어(layer)를 겹쳐서 만드는 드로잉 작업은 컴퓨터가 허용하는 최대의 용량에 도달할 때 1단계가 완성된다. 다음 단계는 각각의 레이어를 작가의 손을 통해 비닐에 옮기는 작업이다. 초기에는 비닐 여러 장을 겹치는 방법을 쓰기도 했으나, 현재는 한 장의 비닐에 앞뒷면을 모두 활용하여 드로잉을 무수히 덧입히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때 드로잉의 재료는 아크릴, 펜, 연필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정동_검은 모래_비닐에 펜 드로잉_300×180cm_2015

이에 따라 이정동의 작업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와 작가의 손을 거친 비닐 형태 두 가지로 존재한다. 1단계의 매체인 컴퓨터와 2단계의 매체인 작가 자신은 곧 대등한 관계이며 각각 디지털 감성과 아날로그 감성을 대변하며 상호작용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가상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전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가상 이미지란 손이 아닌 단지 지각체계의 감각만으로 형상화되는 이미지이다. 이정동의 작업은 가상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 정보와 데이터 기록으로 만들어진 '나(작가)'를 현실 공간 속의 '나'의 신체가 하나의 매체가 되어 투명한 비닐 위에 그려냄으로써 가상과 현실 속에서 교감하는 '나'를 표현하고 있다. 요컨대, 작가는 가상 이미지를 손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의 이미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정동_자세_비닐에 아크릴채색, 펜 드로잉_200×160cm_2014

이처럼, 작가는 가상공간의 '나', 현실의 '나'의 상호관계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자아'를 탐구한다. 가령 작품 명제에 등장하는 표정, 포즈, 조작, 상처 등은 자화상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명제에 따라 중심이 되는 '본질'적 형상이 있고 이것을 골조로 하여 컴퓨터 가상공간에서 변형시킨 이미지가 덧입혀진다. 레이어가 더해질수록 각각의 이미지들은 점점 더 모호하고 기이한 '덩어리'가 된다.

이정동_숲 A Forest_비닐에 드로잉_가변크기_2014~5

형태가 실제에서 멀어질수록 이미지 덩어리는 환상을 불러일으키는데, 불투명한 비닐의 표면은 이러한 환상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이미지의 중첩은 가상공간을 가시화함과 동시에 환상적인 공간을 창조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가상공간에서 조작된 이미지들은 현실의 자아를 포장하기 쉽다. 지극히 미(美)화하거나 또는 혐(嫌)화하는 것, 혹은 그 사이 어디쯤일지라도 모두 현실과는 동떨어진 '자아'를 생산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결국 본질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움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본질에 근접한 깨달음임을 피력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이정동_검은 모래 Black Sand_비닐에 드로잉_300×180cm_2015

매일매일 일기를 쓰듯 이정동은 때론 컴퓨터로 때론 손으로 드로잉을 한다. 작업의 특성상 작품을 단시간에 만들어낼 수 없기에 수행과도 같은 일상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한번 완성된 작품일지라도 상황이 바뀌면 다시 작업이 추가될 여지가 남아 있다. 예컨대,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의 용량은 계속 커질 것이고, 그에 따라 가상공간의 드로잉 레이어도 계속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드로잉이 지워지거나 희미해지는 변형이 생길 수도 있고, 비닐이 훼손되거나 썩어 없어지지 않는 한 작가의 뜻에 따라 드로잉 수작업도 얼마든지 덧입혀질 수 있다. 게다가 작가는 비닐에 국한시키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시험하며 표현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정동의 작업은 작가가 살아있는 것을 증명하듯 계속 현재진행형이며 미완성인 상태로 중첩(重疊)되고 증식(增殖)할 것이다. ■ 정나영

이정동_자세 A Pose_비닐에 드로잉_180×370cm_2014
이정동_표정 A Look_스크래치 기법_180×550cm_2015

드로잉 단상 ● 현시대 우리는 매순간 현실과 가상공간(SNS, computer program) 속에서 교감하며 본질의 변화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존재하는 그 어떤 본질도 현실공간 속에서 한 순간에 포착된 이미지나 형상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며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타인과 교감하는 무수한 순간들에 의해 그 본질은 변화한다. 나의 작업은 그 본질의 이해, 조작되고 변화된 형상과 의미에 대한 표현이며 겹겹이 투영된 점과 선들의 조각들은 형상과 공간에 한계가 없는 디지털 시대에 존재하는 본질의 감성을 표현한다.

이정동_표정 A Look_비닐에 드로잉_180×550cm_2014_부분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시각적 노출빈도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디지털 이미지는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아날로그적 감각이 무뎌졌다고 느껴왔다. 하지만 디지털 이미지에 적응하고 더욱 진화해야할 시대에 사는 인간으로써 디지털 기기와 나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인정하고 디지털 이미지와 아날로그를 섞어 보았다. ● 그래서 나의 작품은 일차적으로 디지털 작업 이미지지만 이를 아날로그적 감각으로 직접 다시 그려내는 작업을 포함한다. 비닐의 앞과 뒤를 모두 이용해 선으로 다시 그려내는 디지털 이미지는 실제적 양감과 현실감을 만들어 내며 기계와 나의 관계성을 보여준다.

'드로잉이란 미술의 뼈대와 같아서 드로잉만으로도 작업의 깊이나 생각을 읽을 수 있다'(화골, 김동화, 2007). 나의작업의 기본은 점과 선을 이용한 드로잉이다. 선이 그림의 골격을 이루듯 인터넷의 컴퓨터 이미지는 픽셀로 이루어지는데 픽셀들은 세포처럼 증식하고 확장해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비닐위에 표현된 나의 드로잉은 디지털 작업공간의 이미지(드로잉)와 같이 정해진 프레임이 없고 한계에서 자유로우며 앞, 뒤가 없다. ■ 이정동

Vol.20151030b | 이정동展 / LEEJUNGDONG / 李正東 / drawing.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