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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1029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UNC 갤러리 UNC gallery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86길 6 지산빌딩 B1 Tel. +82.2.733.2798 www.uncgallery.com
무수한 원의 반질반질한 표면에 거울처럼 내가 비춰질 것만 같다. 하지만 빛은 산산조각 부서져 나를 담지 아니하고 저마다의 운율로 공기 중으로 퍼져간다. 그 곳에는 내가 없고, 나를 가만히 관찰하는 수많은 눈인 듯, 무심하게 바람에 흔들리는 은사시나무 잎사귀인 듯, 수면 아래 군무를 추는 물고기 무리인 듯, 여러 심상이 부유한다. '그 곳'은 권순익의 캔버스이다.
권순익의 회화는 평면이라기보다는 부조에 가까운데, 이는 재료를 오랜 시간에 걸쳐 겹겹이 쌓아 올리고 담금질하는 그의 작업방식 때문이다. 무채색 계열의 바탕색을 입힌 후에 수많은 원을 그리고, 모래 질감의 특수 소재를 물감과 혼합하여 그 위에 모양을 잡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 돌출된 군집의 원들은 흑연으로 셀 수 없이 덧입혀져, 마치 연금술의 기적으로 물질의 속성이 변한 듯 은은한 광채를 띠게 된다. ●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 작품들은 '무아(無我)' 시리즈로 권순익이 최근 몰두하고 있는 작업이다. 오랜 시간 그림을 통해 자아를 찾고자 했던 작가는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백의의 청년 또는 수저나 신발 등의 일상의 기물을 작가 특유의 따뜻함과 자연스러움으로 화폭에 담아내어 왔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내부로 들어가 자신을 비워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 장주영은 "따뜻한 감성을 통해 한국적 자연과 전통 문양을 그려온 작가는 이번 '무아' 시리즈를 통해 동그라미 모양의 원소들이 무한 반복 되며 하나의 움직임을 이루는 추상의 세계로 진입했다"며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일종의 '수련'을 하는 행위로 흑연을 문지르고 칠하는 반복 작업에 몰입함으로써 작가 자신뿐 아니라 관객을 무아의 세계로 이끈다"고 평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봄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작품들을 통해서 작가의 자의식에서 무아의 경지로 떠난 모험이 이내 자연 혹은 우주의 질서에 다다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무채색이 주조를 이루며 흑연의 광택과 율동이 느껴지던 기존의 작업에 비해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운 색상의 군무가 눈에 띈다. 한 생명이 태어나서 피고, 여물고, 지고 다시 태어나는 에너지가 마치 씨앗처럼 원형의 마띠에르에 심어져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는 듯 하다.
한편 권순익 작가는 베네수엘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하여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Museo de Arte Contemporáneo, Caracas, Venezuela)에서 열린 초대 개인전을 시작으로 줄리아 현대미술관, 메리다 근대미술관 등지를 순회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는 서양의 재료를 기본으로 하나 한국 고유의 정서와 색감을 이용한 추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동서양의 면모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유추된다. ● 가을의 정취가 만연한 이 때, 계절 따라 속이 가득 차 겸손한 몸짓으로 고개 숙인 벼를 닮은 한 중견 작가가 빚어온 세계를 더듬어봄으로써 감상자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스며드는 자연의 순환과 우주의 고리를 느껴보기를 기대한다. ■
Vol.20151029h | 권순익展 / KWONSOONIK / 權純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