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A People)

박윤삼展 / PARKYUNSAM / 朴允三 / video.photography   2015_1027 ▶ 2015_1115 / 월요일 휴관

박윤삼_국민 (A People)_9채널 비디오_2015

초대일시 / 2015_1027_화요일_06:00pm

PT & Critic / 2015_1107_토요일_04: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2: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서초구 방배동 777-20번지 2층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아무래도 박윤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설치 과정 동안이 가장 즐겁지 않았을까 싶다. 이 작가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 출근하는 몇 해간 옆에서 관찰해 본 결과 독특한 습관이 있는데 유난히 딱 떨어지도록 열을 맞춰야 하거나 가운데 정렬로 배치가 되어야 하거나 아끼는 물건에 흠집이 생길 때와 직선이 되지 못한 구불구불한 선을 못 견뎌 하는 등이 그것이다. 그는 이러한 성향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반적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의 이러한 성향은 일반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두드러진 성격이 있는데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열린 대부분의 전시에 대해 맘에 들지 않는 점을 또박또박 열거하며 까다로움을 과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시선은 호불호를 드러내고자 하는 명확한 태도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만들어 놓은 잣대로 재단을 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번 전시를 만들면서 그는 원 없이 스스로에게 까탈을 부리고 줄 맞춤에 완벽을 기하고 정렬을 가다듬으며 전시장을 누비고 다니고 있었다.

박윤삼_국민 A People展_스페이스 윌링앤딜링_2015

이번 전시의 제목 「국민」은 9개의 대형 모니터 속에서 취임 연설을 하는 역대 대통령들의 클로즈업된 얼굴들로 가득한 영상 작업의 제목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 각 대통령들이 연설 중인 내용은 취임 연설이다. 작가는 이 연설 속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만 남기고 모든 음을 소거해버린다.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고자 한 임기 초반 결의에 찬 연설문 속에서는 꽤 많은 수의 '국민'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리고 한자리에 모아진 그들의 모습 속에서, 관객은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다 떠나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국민으로서의 대면을 해보게 된다.

박윤삼_여의도순복음교회 (Yoido Full Gospel Church)_사진 42장_2015
박윤삼_조계사 (Jogyesa)_사진 33장_2015
박윤삼_명동대성당 (Myeongdong Cathedral)_사진 30장_2015

「조계사」, 「여의도 순복음 교회」, 「명동 성당」은 사진 설치 작업으로서 불교, 기독교, 천주교를 대표하는 세 개의 기관에서 찍은 사진들로 구성된다. 각 기관의 건물의 안팎을 관찰한 이미지들로서 총 105개의 사진이 열거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종교적인 모양새가 표현된 사진은 거의 발견할 수가 없다. 적어도 작품의 제목을 알아채기 전에는 그저 지나가다가 발견한 구석구석을 찍은 흔한 사진처럼 보인다. 그것은 '종교적인 것'이 주는 강력한 시각적 이미지가 소거된 채 남겨진 일상의 모습일 뿐, 다시 한 번 우리를 종교적 입장의 중립지대에 위치시킨다. 한편, 각 종교기관이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신과 의심의 태도로도 읽혀진다.

박윤삼_국민 A People展_스페이스 윌링앤딜링_2015

전화기의 벨이 울려 수화기를 들어볼 수 있도록 센서를 장치한 작품 「전화」에서는 2007년 한미 FTA 타결 대국민 특별 담화문, 1964년 비상계엄령 선포 담화문, 1969년 국민 투표 실시 관련 담화문,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 관련 담화문이 흘러나온다. 본래 대통령의 연설문인 이 문건들은 수화기 너머 일반 국민들 중 누군가가 읽어주듯 평범하게 들린다. 이는 더 이상 공적 문서로서의 발표문이라기보다는 지금 수화기를 들고 있는 개인에게 하소연하듯 혹은 변명하듯, 아니면 담담하게 이야기 해주듯 들린다.

박윤삼_전화 (Telephone)_개조된 전화기_2015

「자소서」라는 작품은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쪽으로는 취업에 실패한 취준생의 자소서가, 아래쪽에는 취업을 보장하는 자극적인 문구의 자소서 비법서들의 제목이 흘러간다. 글을 읽다 보면 실업자인 그들의 절박함이 느껴지고 안쓰럽기도 하면서 그 아래로 무심히 흘러가는 각종 제목들이 야속해 보이고 심지어는 얄밉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윤삼_정군의 자기소개서_단채널 비디오_00:07:08_2015
박윤삼_박군의 자기소개서_단채널 비디오_00:06:25_2015 박윤삼_김군의 자기소개서_단채널 비디오_00:07:54_2015

이처럼 박윤삼 작가가 다루고 있는 소재들은 정치, 종교, 실업문제이다. 이 거대한 이슈들을 하나의 전시 속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이들이 개인적인 미시적 관점을 위한 장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됨으로 인하여 일종의 반전으로 매듭지어진다. 그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직업군인이었고, 사관생도 및 장교로서 9년의 군생활을 마치고 미술 대학으로 편입하였다. 입시미술을 제외하고는 본격적인 미술 공부는 2년이다. 극과 극의 시스템을 체험하고 있는 박윤삼 작가의 작업은 그래서인지 이중적인 구조로 가득하다. 전시장을 허전하게 만드는 전시를 못마땅해 하더니 그는 이 갤러리의 모든 벽을 다 사용하였다. 신기하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이 답답해 보이거나 작품이 너무 많아 지겹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을 순수하게 잘 드러내면서 공간을 잘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박윤삼의 작업은 그 내용이 직접적인 만큼 단순해 보이면서 한편으로는 에두르지 않는 직설화법으로 명쾌하다. 거대한 담론을 건드리고 있지만 이는 개인의 차원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왠지 삐딱할 것 같았던 시선은 다시 중립을 유지하려는 조심성으로 보이기도 하다.

박윤삼_국민 A People展_스페이스 윌링앤딜링_2015

아직은 작가에게 정치적 관점이나 실업에 대한 조사, 그리고 종교적 맹점에 대한 집요한 개념을 묻는 것보다는 설치가 얼마나 아름답게 구현되었는지에 대한 감탄이 그를 더 즐겁게 할 것 같다. 첫 개인전을 가지면서 많은 고민이 뒤따라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PT & Critic 프로그램으로 전시를 제안하였을 때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미술 수업이 적었었던 만큼 많은 선배들로부터 많은 잔소리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형식적 완성도가 있는 전시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 김인선

Vol.20151027h | 박윤삼展 / PARKYUNSAM / 朴允三 / video.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