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36.5도를 바라보다.

이민희展 / LEEMINHEE / 李旻嬉 / photography   2015_1027 ▶ 2015_1111 / 월요일 휴관

이민희_Boundaries of heaven and earth_피그먼트 프린트_30×30cm_2015

초대일시 / 2015_102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월요일 휴관

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Tel. +82.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길, 36.5도를 바라보다.』에 부쳐 ● 작가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인 듯싶다. 가끔 작업에 대한 열의로 몸과 마음을 혹사하는 작가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작가와 작업을 위해서 별로 좋지 않은 일이다. 이민희 작가를 최근 만났을 때도 건강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타고난 체질적으로나 작업을 위해 작업실까지 이동하는 거리로나 웬만한 체력으로는 버티기 힘든 일상과 작업인 듯이 보였다. 그럼에도 작가는 많은 스케줄을 잡고 있었다. 그 만큼 상상력과 창조력이 앞서는 탓이리라. ● 그런 이유에서 인지 작가는 최근에 건강과 몸, 체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생각을 한 것 같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과 몸의 조건들이 그런 이야기를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 사실 이민희의 몸은 다르다. 이민희는 어머니의 난산으로 인한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민희의 부자유스런 몸은 사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사진을 찍기에도 부적합 할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애예술가가 그렇듯 몸의 어느 한부분의 기능 상실은 대체되는 다른 부분의 기능강화로 이어져 더욱 독창적인 작품세계의 원천이 된다.

이민희_Light in the forest_피그먼트 프린트_25×25cm_2015

이민희의 몸도 그렇다. 이민희작가가 서있는 자세는 사진을 안정적으로 찍기에는 부적합한 자세다. 서있기 위해 끊임없이 몸의 균형을 맞추며 흔들리는 몸은 일반적으로 선명한 사진을 얻기에는 어려운 조건이다. 사진의 1차적 기능에 있어 기술적으로 선명하지 못한 사진은 폐기 돼야한다. 사진은 작가의 시선을 기록하고 재현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이민희의 사진은 사진의 1차적 기능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사진의 최초기능은 기록이었다. 그것은 회화나 조각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여 준다고 믿었다. 사진은 그것에 찍히는 대상이 존재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그 증거는 또한 무한하게 복재되고 확산됨으로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여기서 우리는 사진이 단순히 기록과 증거가 아닌 이미지와 언어가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회화와 달리 사진에서 만큼은 아직 남아있을 현실에 대한 재현을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민희 사진은 그런 관객의 기대와 달리 자기언어의 문법과 이미지를 현상한다. 이민희 사진의 문법은 몸이고 이미지는 떨림이다.

이민희_The attractive flowers in the wind_피그먼트 프린트_35×40cm_2015

그러므로 이민희의 사진에는 이민희의 몸이 드러나 있다. 그의 몸은 수많은 떨림과 힘들의 부조화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을 찍는 기술에 있어 이러한 몸의 흔들림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왜냐하면 찍히는 대상이 존재해야 의미를 지니는 사진이 사진가의 눈, 카메라의 눈, 그리고 사진을 바라보는 관객에게 사진 속의 대상을 분명하게 보여 줄 수 없다는 것은 그 대상의 존재 유무를 관객이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희의 사진은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것은 사진 속의 대상이 갖는 존재감이 아닌 사진을 찍는 주체의 존재. 사진을 찍으며 카메라를 떨리는 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작가의 존재. 그 사진은 사진에 찍히는 피사체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흔드는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 이로써 이민희는 자기언어의 문법을 구축(構築)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몸이고 몸의 맥박이며 인위적으로 조절될 수 없고 통제되어서도 안 되는 생명의 고동이다. 작가는 그 맥박의 떨림으로 자기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며 작가가 작품에서 자기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작가는 자기 예술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 나는 이민희 작가가 자기예술의 주인이 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작가에게도 몸의 건강은 필수이므로 끝없는 창조력의 원천이 건강이기를 바란다. ■ 문승현

Vol.20151027c | 이민희展 / LEEMINHEE / 李旻嬉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