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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1024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예술공간 세이 art space SAY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2가 2번지 2층 Tel. 070.8637.4377 artspacesay.blog.me
어느 계절의 어느 날. 바람이 불었다. 유난히 거칠게, 부딪치는 이것저것들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의지 약한 것 들은 스스로를 놓아 나뒹굴고 있었다. 나. 내가 들어앉은 이 안은 그 흔들어댐에서 자유롭다. 여기서 나가지 않는다면 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의지가 강하지 않아도 괜찮고, 막아낼 힘이 없어도 괜찮다. 여기서 나가지 않는다면. 흔들린다. 여기서 나가지 않았는데도.
변명: 흔들림과 이미지, 흔들림의 이미지. 바람이 흔드는 것은 머리카락이나, 몸뚱이가 아니라 그 안쪽의 무엇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실체가 없으므로, 실체가 없는 것은 무한한 자유이거나 두려움이다. 일단 같이 흔들려 천천히 움직인다. 시작도 끝도 중간도 확신은 어디에도 없듯, 뚜렷한 형상도 없다. 이동만이 있다. 실체 없는 것에 흔들리는 실체 없는 흔들림은 현상을 형상화하려는 것에서 시작되어 진행 한다. 형상이라고 해서 명확한 무언가 이지 않을 수 있듯이 무엇이 되지 않고 그 언저리로 스친다.
바람이다. 바람이 분다. 엉키고 엉키고 또 엉켜서 도무지 풀 엄두도 안 나던 덩어리가 흐르는 물에, 지나는 바람에, 구르는 돌에 얽힌다.
하얀 표면에 선을 긋는 순간은 숨을 쉬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오염된 공기도 여과 없이 들이 마시는 것처럼, 밖으로 부터의 자극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번 그은 자리는 지울 수 없고 지나온 시간은 사라질 수 없으며, 지겨운 시간이 흘러 무뎌진 몸의 고통이 더딘 채워짐이 되어갈 때, 내 속처럼 펜의 속도 비어간다. 비어있는 곳에는 바람이 분다. 남겨진 그림의 여백에도, 남겨진 생의 시간에도 바람이 분다.
서랍에 담긴 시간 ●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마지막 사랑, 마지막 만남, 마지막 시간……. 마지막 전시를 생각하니 등에 땀이 맺힙니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것이 지금의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아빠의 작은 서랍을 열어 보았습니다. 용도를 잊은 물건들이 오랜 시간 들어 있습니다.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마지막을 만나지 못하고, 그렇게 마지막이 될 것들입니다. 엄마의 서랍을 열어보았습니다. 옷을 뜨고 남은 나머지 실 뭉치들이 들어 있습니다. 다시 풀고 다시 뜨고, 무엇이 될 준비를 하고, 그렇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람이 꺽은 가지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싸 봅니다. 바람이 날리는 실 한 올에 바람望을 담아 봅니다. ■ 김미란
Vol.20151026f | 김미란展 / KIMMIRAN / 金美蘭 / draw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