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Time Story-태워지는 순간의 기록

다발킴展 / DABALKIM / mixed media   2015_1023 ▶ 2015_1113 / 월요일,10월24일 휴관

다발킴_딩고의 드림 The Dream of a Dingo_ 나무껍질에 아크릴컬러, 앤틱 프레임_23×18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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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1023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10월24일 휴관

아트 컴퍼니 긱 Art Company GIG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1 Tel. 070.7795.7395 www.artcompanygig.co.kr blog.naver.com/suntory0814

100년 전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술혁신으로 낡은 것을 파괴·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 후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을 설명한다. 즉, 그는 혁신적 기술 발달에 경제가 얼마나 잘 적응해 나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개념어를 제시한다.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이 개념을 주창했으며, 경제, 사회 전반적인 발전 과정에서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를 강조하였다. 슘페터는 이윤은 혁신적인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행위'에서 파생되며, 이윤이란 바로 창조적 파괴행위를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가의 정당한 노력의 대가라는 것이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는 오래전에 나온 용어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21세기에 더 들어맞는 논리이기도 하다. ● 기술발전과 예술혼. 얼핏 보면 참 맞지 않아 보이는 조합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발 킴의 작품을 보면 기업가의 혁신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기 중에 부유하듯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잉크자국의 현란한 드로잉, 호주 사막에서 채취한 나무껍질 위에 원주민들의 언어와 이야기를 입힌 유물화된 작품, 불로 그을린 흔적들로 이루어진 소품들 등 작가의 표피적인 작품 속에는 죽음과 탄생, 파괴와 생성, 멸실과 창조 등 얼핏 보면 대척점에 서있는 두 개념들의 연쇄적인 화학반응이 터져 나온다. 새로운 창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동양신화 속 제강의 모습처럼 다발 킴 작가는 생성을 위해 죽음을 찾아 나선다.

다발킴_노마딕 컬렉션 Nomadic Collection_ 나무껍질에 아크릴컬러, 검은 펜, 오브제_45.5×54cm_2015

작가가 개인전을 앞두고 탐험에 나선 곳은 호주의 사막이다. 작가는 호주 중앙 원주민들의 거주지 속에서 전시의 캠페인적인 모티브가 된 동양신화 속 제강의 모습을 발견했으며 또한, 원주민들의 순수한 문화와 의식에서 무에서 유를 낳는 요람 속 풍요를 느꼈다고 한다. 그들의 환경 속에서 채집된 것은 붉은 사막의 대지 위에 자란 나무의 살갗들로, 벗겨진 이러한 나무껍질(Bark)은 들판을 불에 태워 땅을 회복시키는 그들의 토템이즘의 행위를 통해, 한 차원 더 상승된다고 한다. ● 죽음과 멸실을 부활시키는 과정을 발굴과 복원이라고 본다면 작가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발굴과 복원의 과정으로 보고 새로운 생성체를 찾기 위해 하나의 일체화된 전시행위로 퍼포먼스화 한다. 또한 이를 통한 부산물-작품이라는 소비자언어로 포장되는-로 진화와 창조의 경계를 넘어선 환상의 변주곡을 연주한다. 이 과정에서 프레임 속 표피적인 초상에는 자연 선택, 유전적 부동, 유전자 흐름같은 것이 보인다. 그래서 작품 드림타임스, 버닝패시지, 여왕개미의 변이 등을 보면 우성학적이면서도 해부학적인 냄새가 짙게 깔린다. 작품 속 주인공인 동물들의 모습은 기괴하고 분석적이며 더 나아가 해체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이는 동물은 살아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던 합리주의자 데카르트의 주장이 연상될 정도이다. 이런 초석은 환상 동물이야기 시리즈에 더욱 더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작품 속 모래알같이 쓰여진 흔적들은 과학적, 수학적 기호들로서 자연과 공간에 대한 예찬을 탐미하고 있고,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돌연변이를 창출해낸다.

다발킴_노마딕 상자 2 Nomadic Box_툴박스, 잉크펜, 아크릴컬러_27×70×24cm_2015
다발킴_근원의 지도제작 Mapping of the source_Burning drawing on paper, 오브제_41×46cm_2015

작가는 고문서에서부터 해부학적 편집과 과학적 명칭과 의미들이 드러난 소품들, 근원을 찾기 위한 지도제작, 광대한 붉은 사막의 파노라마의 파편들 속에서 땅, 하늘, 물, 인간, 그리고 변이된 또 다른 것들을 공존시키면서 그 내밀한 자아의 촉매자 역할을 자초한다. 이러한 촉매자로의 역할은 어디론가 흘러가는 종족들의 행렬을 묘사한 화려한 행렬이라는 작품에서 극적으로 빛이 난다. 작가 다발 킴은 미시적으로는 일종의 창작자이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본인이 이야기했듯이 촉매자이자 더 넓게는 파괴자 그리고 생성자이다. ●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술적 가치로 인한 자본주의의 파괴적 창조를 말했다. 아티스트 다발 킴은 작가적 가치로 이루어진 현대미술의 파괴적 창조을 말하고 있다. 물론 슘페터의 창조는 순차적이고 다소 기계적, 변증법적인 것에 비해 다발 킴의 창조는 회귀론적이고 순환적인 동양철학의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체감거리는 더 있어 보인다. 이렇듯 과학과 예술은 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과 극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그렇기에 자본과 예술은 이제 떨어질 수 없는 유동이자 동시에 부동의 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100년 동안 수많은 기술이 서로의 꼬리를 물며 창조하고 파괴해가며 새로운 영역의 경제, 사회, 문화의 아젠다를 만들어가듯 다발 킴 작가 또한 독특한 예술언어로 다채롭고 수많은 발굴과 복원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 21세기 컨템퍼러리 아트 시장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위치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 우리는 2015년 가을, 한 아티스트의 지휘 아래 이루어지는 화려한 변주곡을 듣는다. 이는 마치 헨델의 아리아에서 쇤베르크의 무조연주곡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듯하다. 우리는 생성와 소멸, 그리고 재조합 등 모든 순환언어들 속에서 작가가 고민하는 창조적 파괴의 모습을 본다. 다발 킴 작가의 본질적 가치와 이로 인한 궁극의 회귀적 이윤은 무엇일까? 같이 고민해보는 전시가 되었으면 한다. ■ 아트 컴퍼니 긱

다발킴_나의 환상적 실내장식 My Fantastic Interior Design_ 종이에 잉크펜, 마카_32×35cm_2015
다발킴_드림타임스, 트레이싱 Dream Times, Tracing_ Three-wheeled wagon trip, Burning drawing on paper, 마카_33×64cm_2015

태워지는 순간의 기록, 잉크 펜촉으로 나열되는 희열, 곤충들의 생물학적 관찰, 뼈들로 이뤄진 풍경, 사육동물과 주인 없는 들개(호주 사막의 들개, 딩고), 파리를 사냥하는 개미, 노마딕 채집들과 알수 없는 명칭들의 분류, 일종의 환상 동물시리즈 구현, 태워지고 구워지는 것에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으로 박제된 세상. 이것이 내가 그려내는 혹은 스스로 명상하는 정신의 교양 방식이라 말하고자 한다. ● 동양신화속의 혼돈의 신 '제강'이 죽음으로서 세상이 창조되었다는 신화이야기는 이 세상의 처음은 혼돈이었고, 그 혼돈이 질서를 잡으면서 세상이 창조되었다고 믿었기에 이러한 신화가 내려져 왔다한다.

다발킴_앙상블 Ensemble_나무껍질에 아크릴컬러_44×23cm_2015

천산이라는 곳에서는 금과 옥이 많이 난다. 영수가 여기에서 나와 서남쪽으로 양곡에 흘러든다. 이곳의 신은 그 형상이 누런 자루 같은데 붉기가 빨간 불꽃같고 여섯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날개를 갖고 있으며 얼굴이 전연 없다. 춤과 노래를 잘할 줄 아는 이 신이 바로 제강이다. (산해경 중에서) ● 이 제강의 형상이 유쾌하기도 하고, 혼돈 속에 갇힌 어두운 상황처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그의 모습이 마치 우리의 삶을 닮아 있기도 하고, 그러나 가무를 즐길 줄 아는 그의 재능과 속성은 창조하는 힘의 근원이였으니, 태초를 창조했다는 그의 모습이 "왜 여기서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그러나 눈, 코, 입, 귀, 7개의 구멍을 뚫다가 결국 숨지게 된다. 혼돈자연의 상태에서 인위적인 것, 별안간 순식간 순간은 덧없는 것, 인간의 작위(作爲)가 더해지면 파괴되고 사멸됨을 상징한다. 난 결국 그를 전구에 갇힌 제강으로, 태워지는 순간의 기록으로 남긴다.

다발킴_코끼리의 꿈꾸는 시간 Dreaming Time of the Elephant_ Burning drawing on Antique paper, 나무껍질에 아크릴컬러, 앤틱 케이스_29×40cm_2015

나의 작업은 신화속의 것, 잠재된 것들의 귀환을 더불어 생존의 인식지도를 그려내는 것, 노마딕 여정을 통해 익힌 루트를 다시 재공사하여 설계하는 도면과도 같다. 이번 호주 중앙 원주민 거주지의 사막 여정에서 펼쳐진 작품 프로세스는 동양신화에서 미래의 유토피아 관점을 교감하게 된 나에게 호주 원주민들의 순수한 내면적 스토리텔링은 무에서 유를 낳는 요람속의 풍요를 누리게 했다. 그들의 환경 속에서 채집된 것은 붉은 사막의 대지 위에 자란 나무의 살갗들이다. 벗겨진 나무껍질(Bark)은 들판을 불에 태워 땅을 회복시키는 그들의 자연적 행위를 통해, 혹은 자연발생적으로 강렬한 태양 빛에 의해 벗겨져 드러난 나무의 스킨(Skin)이다. 그 위에 애보리지널(Aboriginals)의 언어와 드림타임 스토리를 입히고, 채집된 현존의 유물처럼 각색한다.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오브제의 장소성과 문형에서 교감되는 감성과 순수성을 채집한다는 것이 발굴과 복원하는 하나의 행위를 통해 진화와 창조의 경계를 넘어선 단지 환상의 변이로 설명한다. 자연 선택, 유전적 부동, 유전자 흐름같은 여러 진화의 편집이 드림 타임 스토리, 나의 작업과정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 20일 가량의 호주 사막여정에서 한 예술가의 '노마딕 예술가의 가방'의 외적 형식으로 차용된 공구박스는 노마딕 창작유물컬렉션을 담고 있는 상자로 구현되었다. 5면의 입체의 면에는 호주 원주민들의 700여개 이상의 커뮤니티, 언어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원시적 기호와 문형(공통적 의사소통의 근원)을 갖고 있는 지형 텍스트가 나열된다. 드림타임 시대의 호주 지도 속으로 나의 흐르는 생각들이 맵핑되어 노마딕 박스로 박제된다.

다발킴_화려한 행렬 A Splendid Pageant_종이에 잉크펜_46.5×38.5cm_2015
다발킴_환상 동물이야기-The Fanciful Animal Tale_Burning drawing on paper_2015

어디론가 흘러가는 종족들의 행렬, 해부학적 편집과 과학적 명칭과 의미들, 근원을 찾기 위한 지도제작, 광대한 붉은 사막의 파노라마의 파편들 속에서 땅, 하늘, 물, 인간, 그리고 변이된 또 다른 것들을 공존시키면서 그 내밀한 자아의 촉매자 역할을 자초한다. ● 생각이 생각을 부르고, 친숙한 것인데 생소한 것들과 혼합시키며, 시간과 장소의 역할이 나약한 하나의 부름에 불과하고, 태워지는 냄새에 섭취하는 기쁨을 느끼며, 변이된 것들에 마음이 동하고, 꾸며낸 허상을 매 순간 나의 내밀한 통로로 삼는다. 난 이것을 나만의 잠재된 (혹은 이상한) 정밀화라고 말하고 싶다.다발킴

Vol.20151024d | 다발킴展 / DABALKIM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