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마지막 소풍

이안순展 / LEEANSOON / 李安舜 / photography   2015_1023 ▶ 2015_1105 / 월요일 휴관

이안순_행궁동#001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4

작가와의 만남 / 2015_1024_토요일_04: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마을기업 행궁솜씨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눈 ALTERNATIVE SPACE NOON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82-6 Tel. +82.31.244.4519 www.spacenoon.co.kr cafe.daum.net/artspacenoon www.facebook.com/artspacenoon

행궁동, 마지막 소풍 ● 행궁동은 수원화성행궁을 중심으로 팔달로, 신풍동, 장안동, 북수동등 12개의 법정동이 모인 곳으로 다양한 사회문화적 특성이 서려 있는 곳이다. 큰길을 중심으로 실핏줄처럼 뻗어있는 그 꼬불한 행궁동 골목길들을 처음 알게 된 건 행궁동에 밀집해 있는 많은 점집에 주목하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현실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심리를 다룬 2013년 6월 기획전'행궁동을 보다展'을 하면서였다. ●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이 골목 저 골목 헤메고 다니던 나는 오랜시간 저마다의 기억을 담고 있는 낡고 허름한 건물들 사이에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북수동 274-7번지'에 주목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 떠난 그 곳에서 만난 세 할머니! 그네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2013년 5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작업을 하게 되었다. 할머니들은 처음에는 늙은이 찍어서 뭐하냐고 손사래를 치셨지만, 어느새 개인적인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누며 갈 때마다 끼니는 챙겼냐며 따뜻함과 정겨움으로 맞아 주시곤 하였다.

이안순_행궁동#002_피그먼트 프린트_50×75cm_2013
이안순_행궁동#003_피그먼트 프린트_20×30cm_2013
이안순_행궁동#004_피그먼트 프린트_40×60cm_2014
이안순_행궁동#006_피그먼트 프린트_40×60cm_2014

홍점순(91세)할머니는, 54세 때 할아버지와 사별하고 3남 2녀를 결혼시킨 후 16년 동안 홀로 정든 행궁동을 지키셨는데 결국엔 창문이 있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하셨다. 박카스와 담배, 꽃을 좋아하시고, 늘 단정히 머리를 빗어넘겨 91세여도 고운 여자이고 싶어하시던 할머니셨다. ● 박영숙(89세)할머니는, 풍이 온 남편을 25년 동안 병수발을 하셨고, 2남 2녀중 1남 1녀를 앞서 보내신 후 장가 안 간 65세 된 아들을 위해서 늘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시며 기도하시던 분이셨다. 지난봄 보상받은 돈으로 반지하 집으로 이사하셔서 신혼집처럼 꾸미고 즐겁게 사신다기에 기뻐했는데, 6월에 아드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전해 와 한동안 멍하니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님이 힘내시고 건강하시길 바랄뿐이다. ● 원정자(80세)할머니는, 뇌수술을 받아 27년 동안 걷지 못하는 81세의 할아버지를 수발하면서 살아오셨다. 지칠대로 지친데다 본인도 환자셨지만'내 십자가는 내가 지고 가야하고 그것도 내복이다'라고 하시며 숙명으로 받아들이시는 듯 했는데, 고통이 너무 크셔서인지 지난겨울엔 자살을 기도하셨고 치매증상까지 생기셔서 나를 몰라보는 바람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반면에 할아버지께서는 병세가 호전되어 보조기에 의지하면서 조금씩 거동을 하시곤 했는데 이사한 며칠 후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할머니께선 의정부로 또 이사를 하셨는데 그 후론 연락이 두절되어 가슴이 아프다. 이제는 웃으면서 살 거라고 하셨는데...... ● 세 할머니들께서 행궁동을 떠나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랐지만 결국 두 분이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 곳에는 팔달구 노인 복지관이 건립된다고 한다.

이안순_행궁동#007_피그먼트 프린트_60×40cm_2014
이안순_행궁동#009_피그먼트 프린트_20×30cm_2014
이안순_행궁동#102_피그먼트 프린트_50×75cm_2014

집이란 단순히 물리적 저장 공간만은 아니다. 벽에 걸린 거울, 칠 벗겨진 나무 밥상, 오래된 시계, 꽃무늬 벽지, 사진 빼곡한 액자, 도마와 칼. 집이란 낱낱의 물건마다 오래된 이야기 몇 점씩 함께 붙어 숨쉬는 공간이다. 곧 집이 내 삶인 것이다. 그리하여 오래된 집이란, 낡아서 허름한 집이란, 바로 그렇게 삶이, 추억이 쌓이고 쌓인 연륜을 의미한다.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할머니들의 골목길엔 이야기가 밖으로까지 흘러넘쳐 고추, 파, 열무, 명자꽃, 금낭화, 옥잠화와 함께 화분에서 자라고, 햇살 환한 담벼락엔 꽃보다 붉은 밥상보가 바스락하게 말라가고 있다. 그런 내 집,내 삶에서 밀려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흩어져버린 공간과 이야기들, 그 상실감과 안타까움. 세 분 할머니들의 공간과 그 곳에 서린 이야기들을 피사체에 담는 작업은 보람되면서도 한편으론 가슴 아픈 것이었다. 골목의 가장자리를 맴돌기만 하다가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살아온 순박한 사람의 향기에 내면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나는 사람의 삶, 나의 삶이란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부분 치매에 걸려 그런 삶의 이야기들을 잃어 가고 계시는 시어머니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이 나에게는 이 작업의 성과가 아닐까싶다. ■ 이안순

Vol.20151023b | 이안순展 / LEEANSOON / 李安舜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