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花 청화

김현지_이정은_성석진展   2015_1021 ▶ 2015_1107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5_102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가비 GALLERY GABI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69(화동 127-3번지) 2층 Tel. +82.2.735.1036 www.gallerygabi.com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수차례 여주에 있는 성석진 작가의 작업실로 찾아갔다. 도판으로의 도자기 형태와 크기를 의논하고 낯선 재료를 소개받아 익혀가고 가마에서 구워져 나온 결과물의 상태를 보며 원인을 함께 짐작해보는 협업의 과정이 반복되었다. 청화안료로 그린 꽃과 열매들이 불을 만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회화 작업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두근거림이 어렵고도 신선했다. (이정은)

이정은_가을_ 도판회화(陶版繪畵)_21.5×25.5cm_2015
이정은_손짓_ 도판회화(陶版繪畵)_21.5×25.5cm_2015
이정은_제각각_도판회화(陶版繪畵)_25.5×21.5cm_2015

갤러리가비는 회화 작가 김현지, 이정은 및 도예 작가 성석진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바탕으로 한 가을기획전 『淸花』전을 선보인다. 도자기와 회화의 협업은 사실 예전부터 많이 시도되어 왔으나, 갤러리가비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히 '도예가가 만든 도자기를 캔버스 삼아 회화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협업의 성격의 폭을 넓히고자 하였다. 도판회화(陶版繪畵)는 일반 평면회화와 다르다. 불을 맞는 소성(燒成) 과정을 거치면서 안료의 색과 농도, 붓의 터치, 덧바름 등의 결과가 크게 혹은 미세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즉, 회화는 작가가 작업의 매 순간을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는 반면, 도판회화는 결과치를 작가 본인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이때 도자기 역시 독특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데 캔버스의 대체 수단으로서만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영역에서 협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요소가 된다.

김현지_허허공공(虛虛空空)_도판회화(陶版繪畵)_21.5×25.5cm_2015
김현지_청음(淸音)_도판회화(陶版繪畵)_각 21.5×25.5cm_2015
김현지_청음(淸陰)_도판회화(陶版繪畵)_21.5×25.5cm_2015

회화 작가가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도자기 제작과정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새로운 질료의 사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김현지, 이정은 작가는 흙, 흙물, 유약, 불과 같은 미지의 재료 사용법을 익히고, 사군자나 문인화 등의 일반적인 도자 그림이 아닌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먼저, 성형과 건조를 거친 기물이 초벌소성(燒成) 되어 도자기로 나오면, 세 명의 작가가 함께 모여 각자의 그림을 그린다. 유약을 바른 도자기를 가마에서 1280도의 고온으로 재벌소성한 이후에 나온 결과물을 참조하여, 다음에 이어지는 작업의 운필(運筆) -붓의 강약, 안료의 농담 등-을 경험치로 조절한다. 또한 같은 안료를 써도 가마에서 굽는 방법이나 온도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가마에서 나온 자기들을 보고 작가가 각자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탐구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는 도판회화의 난점인 동시에 작가로 하여금 긴장과 희열을 느끼게 하는 작업 지점이다. 이처럼 세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 성격을 고수하면서도 색다른 협업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약 3달에 걸쳐 주 3회, 매번 8시간씩을 함께 작업하며 한 회 평균 10장의 다기(茶器)를 제작해 내었다.

성석진_流_도판회화(陶版繪畵)_21.5×25.5cm_2015
성석진_流_도판회화(陶版繪畵)_21.5×25.5cm_2015
성석진_流_도판회화(陶版繪畵)_21.5×25.5cm_2015

평면회화 작가인 나에게는 실용성과 장식성을 갖춘 '다기'라는 매체에 나의 회화적 터치를 가미한다는 기쁨과 그 창작 결과물을 나의 일상에서 바로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고 설레는 일이었다. 특히 전통적인 유약은 흙물에 가까워 종이에서와는 전혀 다른 필력을 요구하였고 그것은 오히려 평소에 다루지 않던 도상학적 이미지를 과감하게 시도해 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불이라는 정반대의 힘이 물로 그려진 흙 안료를 흙판에 영구 정착시키는 원리가 신비하고 경외스럽다. 나에게 있어 도자그림은 흙과 불과 물과 운필과 텍스쳐가 우연히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이다. (김현지)

김현지_휴야(休夜)_도판회화(陶版繪畵)_15.5×41.5cm_2015
이정은_봄_도판회화(陶版繪畵)_21.5×25.5cm_2015
성석진_流_도판회화(陶版繪畵)_15.5×41.5cm_2015

그리하여 나온 총 130 점 가량의 다기들은 김현지, 이정은, 성석진 세 작가들의 작업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성을 가지면서 한편으로는 일상에 가까워졌다. 일반적인 생활도자기처럼 그릇의 형태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으로서 감상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갤러리가비의 이번 전시는 도예와 회화의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만개한 백자 위의 만개한 가을 청화(淸花)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 갤러리 가비

Vol.20151021g | 淸花 청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