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루덴스 Image Rudens

공간 이다 개관기획展 An Exhibition for Celebrating Opening Space Ida   2015_1020 ▶ 2015_1120

초대일시 / 2015_1020_화요일_06:00pm

참여작가 / 최중원_김성윤_김호성

기획 / 김신양(공간 이다)

관람시간 / 11:00am~10:00pm

공간 이다 alternative culture space IDA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로 271(창우동 249-7번지) Tel. +82.31.796.0877 blog.naver.com/space-ida www.spaceida.com

사진 작업을 하는 세 사람이 모여 「공간 이다」의 문을 연다. 모두가 먹고사니즘에 허덕이며 작업하는 이들이지만 또 무언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정신을 모아 작은 실험 공간을 마련한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아니 가릴 것 까칠하게 가려 가면서 마음껏 놀아보자는 마음을 담아 문화복합공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본다. 문화복합공간이란 말 그대로 한 공간 안에서 여러 가지의 문화 형태를 통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리라. 우리말 '이다'라는 서술격 조사가 주어의 속성이나 부류, 주체의 행동이나 상태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듯, 「공간 이다」는 문화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공간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이곳이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을 즐기는 이들의 놀이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 예술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예술이 되는 삶을 꿈꾸는 「공간 이다」는 개관 기획전으로 『이미지 루덴스』를 선보인다. 놀이의 개념을 문화 현상의 개념 안에서 해석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인간의 특질을 놀이하는 존재로 파악하고, 이러한 놀이하는 인간 혹은 유희하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Rudens)'라고 불렀다. 놀이는 자발적 행위이며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놀이는 놀이 자체가 목적이며 일상생활인 실제 생활에서 벗어난 것으로, 단순히 논다는 활동 이외의 정신적인 창조 활동도 포함한다. 「공간 이다」의 개관 기획전 『이미지 루덴스』 역시 이미지를 놀이의 하나로 인식하고 이미지를 가지고 놀이처럼 즐기며 작업하고 있는 세 명의 젊은 사진가 최중원, 김성윤, 김호성의 사진을 보여주고자 한다.

최중원_아파-트_스카이아파트_잉크젯 프린트_80×240cm_2008

최중원의 「아파-트」는 경제 개발 시기에 건설되어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상징하고 있는 아파트의 초기 모델들을 채집하여 촬영한 사진들이다. 물론 지금은 낙후된 주거 환경이자 부의 척도에서 한참이나 밀려난 아파트들이다. 따라서 최중원은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외벽을 통해 아파트가 견뎌낸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아파트 바깥으로 드러난 손때 묻은 살림살이나 그 안팎으로 보이는 낯익은 사람살이를 통해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주민들의 현재 상황으로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건설 초창기에는 새로움과 화려함을 자랑했을 모습이 낡고 방치된 모습으로 변해 가는 아파트 외관과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주민들의 일상적 삶을 통해 자본주의 시대 우리 사회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최중원_아파-트_삼풍맨션아파트_잉크젯 프린트_240×88cm×4_2012

그런데 최중원의 「아파-트」는 이미지로 유희할 수 있는 사진 시각의 지평을 형식적 측면을 통해 열어놓는다. 최중원은 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수백 장의 사진을 촬영하여 그 이미지들을 합성시킨다. 그리하여 보통 가로 길이 3미터 내외의 크기로 전시되는 그의 합성 사진은 그 철저하고 정밀한 묘사로 극사실주의적 특성을 띠게 된다. 그 결과 최중원의 사진은 수직, 수평을 이루고 있는 아파트 구조물의 획일적인 특성을 강조하면서 평면성을 극대화시킨다.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 느끼게 되는 공간감이나 입체감을 소멸시키고 물리적인 거리감이나 원근감마저 제거시키는데, 이처럼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공간이 조형적이고 회화적 공간으로 뒤바뀐 최중원의 이미지 앞에서 보는 이들의 시각적 유희는 가능해진다.

김성윤_Encounter 001, Encounter 009_젤라틴 실버 프린트_30×30cm×2_2010

김성윤이 보여주는 「Encounter」는 요즘 보기 드문 흑백 프린트 작업이다. 작업 결과물로만 보아서는 아날로그 형식인지 디지털 형식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Encounter」의 이미지 사이즈만 보고 정방형 포맷의 카메라를 사용하여 촬영했으리라고 추측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김성윤의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은 이미지들이다. 현대인들은 핸드폰에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개인의 일상을 끊임없이 채집해 간다. 김성윤 또한 도시 공간 속 일상에서 마주친 우연한 순간들과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의 순간들이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시선의 충돌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김성윤_Encounter 038_젤라틴 실버 프린트_30×30cm_2010 김성윤_Encounter 054_젤라틴 실버 프린트_30×30cm_2013

장난감으로 놀이하듯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핸드폰 카메라로 이미지를 만들며 기존 작업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 주는 김성윤 사진의 유희적 특성은 촬영 이후의 작업 과정에서 더욱 정교해진다. 김성윤은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필름에 출력하고 암실에서 밀착 인화를 뜬 후 그 밀착 이미지들을 프린트하여 시각화시킨다. 즉 김성윤은 카메라로 촬영하는 과정에서는 디지털 방식을, 촬영 후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에서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여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혼합 형식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리하여 디지털 이미지 시대의 홍수처럼 범람하는 이미지들 속에서 일시적으로 소비되다가 곧바로 폐기되고 마는 핸드폰 이미지들을 의미 있는 순간을 기록한 가치 있는 이미지들로 승격시킨다. 이로써 보는 이들은 핸드폰 사진에서는 느끼기 힘든 독특한 아우라(aura)를 김성윤의 사진에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김호성_B1403, B1404_피그먼트 프린트_75×50cm×2_2014

김호성의 「유령 도시, 뉴욕」은 초상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미지를 왜곡시켜 놓은 구글 어스의 거리뷰 이미지를 캡처하여 자신의 이미지로 재구성한 사진들이다. 즉 웹상에서 얻은 뉴욕 거리의 불특정한 이미지를 자신의 주관이 개입된 특정한 이미지에 맞게 선별하고 전환시킨 사진들이 「유령 도시, 뉴욕」이다. 그리하여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로 부유하는 그의 낯선 도시 풍경은 현대인의 욕망과 집합 무의식의 환등상으로서의 대도시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적 특성을 강조한다. 모호하게 뭉개진 개인이나 인물 군상들은 메트로폴리스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익명성과 소외감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김호성_N1402_피그먼트 프린트_140×210cm_2014

그러나 뉴욕 도심에 발을 딛지 않고서도 뉴욕 웨스트 53번가의 바람에 나부끼는 성조기와 쇼핑가를 활보하는 뉴요커들을 '찍어' 뉴욕 사진으로 보여준 김호성의 유희적 이미지들은 기록성이라는 사진의 본질적 특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포토그램(photogram)을 제외하고, 전통적으로 사진이라는 매체는 대상물을 매개로 존재해 왔다. 또한 사진은 대상물을 직접 지시하는 특성을 갖고 '그때 거기'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기능을 갖는다. 그러기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사진을 '코드 없는 메시지'로 인식하였고, 사진의 인증 작용을 '노에마(noèma)'라고 불렀다. 그런데도 작가 노트에서 밝힌 김호성의 표현처럼 "이미지 속의 이미지"일 뿐인 그의 사진은 대상물이 없는 곳에서 출발하여 '그때 거기'에 있지 않고서도 '지금 여기' 한 장의 사진으로 우리 앞에 "유령"처럼 기이하게 서 있다.

김호성_B1415_피그먼트 프린트_75×75cm_2014

수백 장의 이미지들을 합성한 사진으로 인간 시각 경험의 범위를 확장시켜 낡은 아파트 외관에서 우리의 두 눈이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미적 구조를 보여 준 최중원,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암실에서의 수고로운 수공업적 공정을 거쳐 흑백 아날로그 프린트로 보여 준 김성윤, 구글 어스의 거리뷰 이미지를 캡처하여 자신만의 사적 이미지로 재구성한 김호성, 이들 세 사진가의 사진은 모두 이미지를 가지고 오래도록 유희하면서 얻어낸 결과물들이다. ● 그러나 이들의 유희 활동은 모두 질문하는 행위에서 시작하였다. 최중원은 사진의 극사실성에서 착안한 회화의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적 방식으로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묻고 있다. 김성윤은 '아날로그→디지털' 방식으로의 매체 진화 현상을 '디지털→아날로그' 방식으로 역행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김호성은 미디어의 발달로 확장되어 가는 오늘날 어느 시공간의 언저리, 실상과 가상의 경계에서 사진의 본질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면서 이들 사진가들은 모두 그 독창적 사고와 새로운 상상력이 펼치는 새롭고 낯선 이미지들로 유희 활동이 곧 창조 활동임을 강조한 하위징아의 말이 사실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 김신양

Vol.20151020f | 이미지 루덴스 Image Rudens-공간 이다 개관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