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혹된 시선 dazed and confused

김인수展 / KIMINSOO / 金仁洙 / sculpture   2015_1013 ▶ 2015_1117 / 일,월요일 휴관

김인수_chair_우레탄_113×50×60cm_2014

초대일시 / 2015_1017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갤러리 아쉬 서래 GALLERY AHSH SEORAE 서울 서초구 방배동 동광로 27길 3 B1 Tel. +82.2.596.6659 www.galleryahsh.com

헛된 욕망은 냄새로 남아 흐른다. ● 비 오는 날 자유로 끝자락, 알 수 없는 매퀘한 냄새가 느껴진다. 맑은 날들을 수없이 지나쳐 다닐 때도 알 수 없었는데, 비 오는 날만 되면 견디기 힘든 악취가 코를 찌른다. 지난날 난꽃(蘭)과 영지(芝)의 향기로 가득했던 섬은 각종 쓰레기로 모여 산을 이루었고, 더는 올라갈 수 없는 바벨탑과 같은 욕심으로 가득 채워졌다. 오늘날 섬은 너른 공원과 잔디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비가 오는 날이면 우리를 향해 원망의 한을 내뿜는다.

김인수_chair_우레탄_113×50×60cm_2014_부분
김인수_crocodile_우레탄_122×177×12cm_2014

쓰레기만 버려지는 것은 아니다. ● 매일 매시간 수많은 쓰레기들이 버려지고 있다. 모든 것에는 수명이 있기에 사라지지만, 쓰레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다. 그것은 가치가 증발한 것이다. 외형의 모습이 어떻든 내면의 감정이 소진되어 끝나는 서글픈 마지막이다. 유행과 멋에 따라 의미를 부여받았지만, 싫증과 권태로써 잊히는 티끌이 되었다. 물건은 자신의 물성을 변화하여 다른 어떤 것으로도 바뀔 수 있지만, 한번 버려진 감정은 쉬이 재활되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물건보다 먼저 그에 대한 생각과 애정, 그리고 추억을 버린다.

김인수_dresser#2_버려진 가구, 고밀도섬유판, 아크릴_115×145×43cm_2015
김인수_dresser#1_버려진 가구, 고밀도섬유판, 아크릴_77×80×45cm_2015_부분

탐하는 마음을 찾아 나서다. ● 그는 버려진 가구를 수집했다. 수집이라기보다는 주워 오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때는 고풍스러웠던 의자와 침대 등등 온갖 폐품들을 찾아 모았다. 대량생산과 복제로 겉모습은 그럴싸하지만, 일명 '짝퉁'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가구들이다. 세상엔 앤틱 이라 불리며, 아직도 시간과 세월을 멈추며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가구들도 있다. 하지만 재개발 구역에서 각종 쓰레기와 함께하는 폐가구들은 어쩔 수 없이 삶의 터를 바꿔 떠난 그들의 주인들을 닮았다. 이렇게 그가 이곳저곳에서 채집과 같은 궁상스런 수집을 하는 이유는 작품의 재료를 모으기 위함만은 아닐 것이다. 그 속에 있는 너와 나의 욕심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김인수_table_버려진 가구, 고밀도섬유판, 아크릴, 우레탄_50×45×40cm_2015

무엇을 버려도 탐하는 욕심은 버려지지 않는다. ● 인자한 탈을 쓴 사회는 가지지 못한 것을 지적한다.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 무엇 하나 없이 가는 것이 우리인데, 잠시의 소유가 무한하다며 착각을 일으킨다. 오로지 차지하고 싶은 그 욕(慾)이 무한할 뿐이다. 물론 다수의 비슷한 사람이 모여 사회를 구성하지만,철저한 각자의 인성을 파고들면 그 괴리감은 너무나 크다. 그러므로 욕망에서도 언제나 새로운 목표를 새워나간다. 그려진 것이 아닌 복사된 것을, 조각한 것이 아닌 찍어낸 것을, 따라는 했으나 영혼이 없는 것을... 바라는 바를 충족시키는 모든 물건을 우리는 너무나 갖고 싶어한다. 무엇을 채워도 탐하는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김인수_현혹된 시선展_갤러리 아쉬 서래_2015
김인수_현혹된 시선展_갤러리 아쉬 서래_2015

붉은 것은 더 붉게, 검은 것은 더 검게 하다. ● 지난 그의 작품들 중 지갑과 가방, 종교적 상징물들은 외, 내면적 명품을 상징한다. 그렇다고 그가 진짜 명품으로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니다. 그는 그저 허물의 명품을 복제했다. 단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더했을 뿐이다. 김인수는 색을 빼 중용을 만듦으로써 사회와 우리를 지적하지 않는다. 그가 선택한 표현방식은 일종의 '이열치열' 방식이다. 욕구의 전율을 더 많이 태우고, 빛깔은 더욱 반짝거리며 화려하게 표현한다. "설마, 내가 그렇게 큰 과시욕으로 가득한 마음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작품의 이미지를 증폭해 만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이내 그 터무니없는 마음이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빛의 색을 지닌 인간이 아니기에, 색의 겹이 겹쳐갈수록 검게... 더욱 어둡게 변해간다.

김인수_현혹된 시선展_갤러리 아쉬 서래_2015
김인수_현혹된 시선展_갤러리 아쉬 서래_2015

부나비 마지막 사잇소리를 내다. ● 명품을 따라 만든 폐가구들에 눈을 돌린 그는 더 뜨겁고 차가운 극단적인 소재를 찾은 것이다. 복제된 것을 한 번 더 복제하고, 타오르는 욕망에 더 많은 헛된 기름을 부었다. 그만큼 우리와 사회의 허영이 더 하게 되어 그와 그의 작품을 첨예의 끝으로 몰고 간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품은 아름답다.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닌, 심미적인 안목을 멀게 할 정도로... 그의 역설은 어느 순간 우리에게 모순의 미를 느끼게 하며, 죽을 것을 알며 달려드는 부나비의 심정으로 무아지경에 빠뜨린다. 그렇게 사회와 그의 인식이, 그리고 우리의 인식이 어긋나 덧나는 순간 작품이 탄생한다. 작품은 영원하다. 아니, 적어도 우리의 삶보다는 길다. 그래서 우리의 삶과 욕망은 짧을 수밖에 없다. ■ 김승환

Vol.20151013e | 김인수展 / KIMINSOO / 金仁洙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