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미컬한 "조각적 드로잉"에 담긴 순환의 에너지 ●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가 곽선경의 8년 만의 한국 개인전이 갤러리 스케이프에서 10월 8일부터 11월 15일까지 열린다. 곽선경은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한 다이나믹하고 에너지 넘치는 "공간 드로잉" 작업으로 주목 받으며, 구겐하임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 퀸즈 미술관, 대만 국립미술관 등 국제적인 전시로 왕성한 활동을 선보여 왔다. ● 2007년 갤러리 스케이프에서의 개인전 이후 8년 만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마스킹 테이프 외 개퍼 테이프, 철사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시도한 조각적 실험이 신작으로 발표되는 첫 자리이다. 전시 제목 『125 Rolls of Winding, 48 Layers of Piling, 72 Yards of Looping_125개 롤 감기, 48겹 쌓기, 72야드 말기』 는 작가가 뉴욕 작업실에서 오랜 시간 동안 실험해 온 드로잉의 재료적, 조각적, 개념적 시도들을 응축하는 말이다. 이는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드로잉, 조각, 설치 작업에 담긴 기법적 특성, 재료의 볼륨뿐만 아니라 개별 작업에 누적되고 축적된 시간의 층을 암시한다.

곽선경_41 Rolls of Winding_top 99.16×60.96cm, bottom 40.64×39.7cm_2008

곽선경_Rolling Space_폴리염화비닐에 디지털 프린트_213×626cm_2015

곽선경_Not so framed_개퍼 테이프, 플라스틱 프레임_59.3×44cm_2015

전시는 갤러리의 장소 특정적 상황에 따라 크게 3파트로 구성된다. 1층에서는 삶의 유한함을 너머서는 순환의 에너지가 탐구된 조각, 설치 작업이 전시된다. 말아진 테이프로부터 드로잉이 공간을 유영하듯 뻗어 나가는 「Rolling Space」는 2006년부터 시작된 작가의 "공간 드로잉" 시리즈의 일환으로, 서울, 마드리드, 뉴욕, 현재 대만 국립미술관의 전시까지 긴 여정의 마무리로 그간 진행된 드로잉의 행적을 함축해 보인다. 전세계를 다니며 퍼포먼스적 작업 과정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드로잉 작업을 선보여 온 작가는 그 찰나에 맞서는 시간의 덧없음, 생의 유한함을 「60lb of Dust, 2kg of Sand, 32g of Ash_60파운드의 먼지, 2킬로그램의 모래, 32그램의 재」로 탐구해 보인다. 종이 먼지, 모래, 재가 겹겹이 쌓여 이룬 겸허한 풍경은 삶과 죽음 사이의 순환의 에너지를 잔잔한 울림으로 전한다. ● 지하층에서는 다채로운 색감의 "조각적 드로잉(Sculptural drawing)"이 전시 공간과 리듬감 있게 교감하며 생명력 있는 에너지를 담아 낸다. 리드미컬한 에너지가 응축된 "조각적 드로잉"은 천 재질의 개퍼 테이프를 이용한 작업으로, 산업 재료인 테이프의 물성을 넘어 작가의 행위, 반복된 노동, 정신적 교감 사이에서 구축된 시각적 결과물이다. 작가는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 사이를 드로잉으로 교감하며, 선과 색이 만난 생동감 넘치는 조각적 형태를 선보인다. 여기서 작가는 프레임의 형상과 꼬깔 모양 사이의 강렬한 긴장감을 극적으로 병치시키는 반면, 이를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매개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2층에서는 그간 작가가 공개하지 않았던 드로잉들이 한 공간에 보여진다. 20여 년간의 상이한 시간대의 드로잉을 오리고 붙여 서로 콜라주한 드로잉 작업은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치열한 대화의 흔적으로 전시 공간의 "조각적 드로잉"과 관계한 내밀한 소통의 장을 열어 놓는다.

곽선경_Sewing Space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3

곽선경_Sewing Space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3_부분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자신의 영역을 새롭게 정의한 "조각적 드로잉"을 통해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향하는 보이지 않는 영역을 시각화 하고, 생명감을 불어 넣은 듯한 공간의 에너지를 전한다. 재료의 물성을 공간 속에 자유자재로 펼쳐 보이는 능숙함과 잠재적인 캔버스와도 같은 공간을 재발견 하는 작가의 감각은 그 속에 머무는 이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몰입되는 새로운 공감각적 경험을 이끌어 낼 것이다. ■ 갤러리 스케이프

Vol.20151012g | 곽선경展 / SUN K. KWAK / 郭善景 / sculpture.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