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나간 자리

김건일_김미련_김보연_김진관_윤진숙_임현락_정용국展   2015_1007 ▶ 2015_1208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바람이 지나간 자리展_갤러리아 센터시티_201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토_10:30am~09:00pm 일요일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갤러리아 센터시티 GALLERIA CENTERCITY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공원로 227(불당동 1299번지) 갤러리아백화점센터시티점 3,9층 Tel. +82.41.559.9114 branch.galleria.co.kr

차가운 바람과 함께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초록의 푸르름이 가득했던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는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선명한 초가을의 단풍과 바람에 휘날리는 늦가을의 짙은 낙엽이 우리에게 가을의 다채롭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선물합니다. 대지 위를 부는 바람은 끊임없이 모든 나무와 풀들을 흔들고 자연은 바스락거리며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갤러리아 센터시티는 이러한 가을의 감성과 정취를 가득 담은 작품들로 『바람이 지나간 자리』展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가을나무와 메마른 풀들, 다양한 식물 이미지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통해 생명의 끝없는 순환과 강인함뿐 만이 아니라 그 쓸쓸함과 그리움도 함께 느끼고자 합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展_갤러리아 센터시티_2015
바람이 지나간 자리展_갤러리아 센터시티_2015

김보연은 어린 시절 시골생활에서 느꼈던 주변의 순박한 정경을 그리워하며 햇살, 나무, 바람 등 흙내음 나는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냅니다. 작가의 「소슬바람」, 「금실바람」, 「은빛바람」은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잎을 떨구고 서있는 단풍나무, 은행나무 등 늦가을 나무들의 모습을 통해 되돌아갈 순 없지만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깊어가는 가을의 정서를 보여줍니다. 김진관의 맑고 투명한 작품 속에 나열된 소재들은 각기 다른 가을의 소리를 냅니다. 이 소리들은 바람이 지나가면서 흩뿌린 씨앗, 메마른 풀들의 소리입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여백의 공간은 바람이 통과하는 길이며 그 바람의 방향대로 풀잎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유로운 자연의 숨결을 암시합니다. 잡초의 생명력에 이끌려 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윤진숙은 작품 「그들의 자리」에서 누구의 시선도 끌지 못하지만 자유롭고 거칠 것 없는 풀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람 부는 언덕에 버석거리며 엉켜 서 있는 이 풀들은 언젠가 밟혀 쓰러지겠지만 때가 되면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우주의 시공간과 생명의 순환에 대해 탐구하면서 키 큰 나무들의 생명력을 수묵설치작업으로 보여주었던 임현락은 들풀이라는 자연의 가장 낮은 곳으로 시선을 돌려 작업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작은 화선지에 그려진 「들풀」들은 작가의 모든 존재에 대한 연민과 작고 사소한 존재인 들풀에서 느낀 강인한 생명력을 담고 있습니다. 들풀들의 내재적 기운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수묵의 필획은 작가와 들풀이 일체가 되어있음을 드러냅니다. 작가는 미세한 바람결에 흔들리는 들풀을 관찰하며 찰나의 자유와 행복을 느낀 그 우주적 순간을 우리들에게도 전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김보연_소슬바람_혼합재료_90.9×72.7cm_2015 윤진숙_그들의_자리_한지에 먹, 분채_50×50cm_2013
김진관_늦가을_한지에 채색_59×89.2cm_2014
임현락_Wild herbs_종이에 혼합재료_40×29cm_2010

김미련은 일상에서 발견한 대상들을 스캔하고 그 이미지들을 프린트하는 기법인 스캐노그라피로 작업합니다. 「호박꽃 5」, 「해바라기 1」은 작가가 살고 있는 한국 대구의 호박 넝쿨, 해바라기와 동료작가가 살고 있는 독일 뒤셀도르프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재배한 같은 식물의 스캔 받은 이미지를 서로 중첩해서 디지털 프린트화 한 것입니다. 기계를 통해 만들어낸 이 정물화의 식물 이미지는 가상적 공간 속에 부유하듯이 중첩되어 있습니다. 식물이 존재하는 시공간의 정보는 사라지고 작품 속에 실체화된 이미지는 과거의 잔영일 뿐이지만 이 삶의 흔적은 어떤 심연을 우리 앞에 펼쳐놓습니다. 김건일은 보는 각도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이도록 하여 하나의 작품에서 여러 장면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는 왜상기법으로 작업합니다. 「입과 풀」은 중첩되고 얽힌 잎들을 여러 각도에서 감상하는 작품으로 가을의 화려한 색채와 그 계절이 담고 있는 개인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정용국의 「유기적 정원」은 바탕 없는 배경 위에 확대된 한 덩어리의 잎이나 식물을 한지에 수묵으로 그렸습니다. 먹이 한지와 만나는 순간의 우연과 필연이 섞여 끊임없이 증식되고 순환되는 낯설고 새로운 생명의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김미련_pumpkin flower5_스캐노그라피_150×105cm_2011
김건일_leaf grass_캔버스에 유채_91×116cm_2013
정용국_Organic Garden_한지에 수묵채색_86.5×72.5cm_2007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까뮈는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연은 가을 바람과 함께 모든 것들을 털어내지만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깊이 간직합니다. 이처럼 가을은 화려함과 위안, 쓸쓸함과 고독이 공존하는 계절입니다. 올 가을, 갤러리아 센터시티가 준비한 전시를 통해 수확을 앞둔 농부들의 풍요로움처럼 감성이 풍성해지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 63스카이아트 미술관

Vol.20151011i | 바람이 지나간 자리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