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도적 공간의 끌림

이지영展 / RHEEJIYOUNG / 李知映 / photography.installation   2015_1007 ▶ 2015_1011

이지영_비의도적 공간의 끌림展_봉산문화회관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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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블로그_spinat.blog.m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_10:00am~04:00pm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77 3전시실 Tel. +82.53.661.3521 www.bongsanart.org

탈주하는 감각, 일상 밖 경험의 미덕 ● 이지영의 작품들은 시각적인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 그리고 촉각적 이미지가 결합하여 결 깊은 미묘한 감각을 표현한다. 이지영의 작품들 가운데 커다란 몫을 차지하는 것은 '사진'이지만, 그 사진들은 보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진에 대해 우리가 갖는 한 가지 편견은 그것이 무엇에 대한 존재증명이 된다는 믿음이다. 카메라 앞에 무엇인가 있었다. 그 카메라 뒤에서 작가는 파인더를 통해 그 사물/사태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카메라는 '사실'과 '객관'의 도구이며 사진은 그 결과이다. 이러한 믿음은 상식적이지만 그런 만큼 별다른 감흥이 없는 진부한 경험만을 낳는다. 시가 언어에 가해진 폭력이라는 형식주의적 명제는 일상적 믿음으로부터의 탈주가 새로움의 근원, 성찰의 시작점임을 드러낸다.

이지영_공간_피그먼트 프린트_150×195cm_2015
이지영_공간_피그먼트 프린트_150×195cm_2015
이지영_공간_피그먼트 프린트_150×224cm_2015

이지영의 작품이 갖는 첫 번째 미덕은 상식으로부터의 탈주를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과 감각의 단서를 준다는 데 있다. 도시 외곽,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것 같은 건물 혹은 구조물에 대한 이지영은 관심은 무엇보다 시각적 탈주이다. 물론 이지영의 시각적 탈주는 우선 익숙한 이미지로부터의 탈주, 혹은 낯선 이미지 앞에 멈춰 섬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지영이 포착하는 풍경은 짧은 여행길에 스치듯 지나며 눈에 담아 두었음직한 이미지다. 늘상 스치는 그 이미지 앞에 멈춰서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것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익숙한 버릇과 기율 그리고 코드로부터의 탈주다. ● 이지영의 사진들은 탈주의 이미지에 탈주의 감각을 보탠다. 이지영이 보태는 감각은 멈춰서 그 안으로 들어가 보는 데서 각성한다. 대상과 거리를 두고 스치듯 지나치는 관조적이고 객관적이며 피상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그 안에 머물며 무한한 디테일 속에 머무는 일이 이지영의 사진이 보여주는 행위의 흔적이다. 카메라는 그 앞에 놓인 사물을 찍지만 동시에 그 뒤에서 그 사물을 바라보는 포토그래퍼의 시선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지영의 사진은 촉각적이다. 사물과 몸이 닿아야 경험할 수 있는 감각, 대상과의 거리를 좁힐수록 점점 더 예민해지는 촉각성이 이지영의 사진이 주는 또 하나의 미덕인 셈이다.

이지영_공간_피그먼트 프린트_224×150cm_2015

이지영의 사진은 머물러 있었음의 기록이며, 따라서 그곳으로부터 떠나옴의 기록이기도 하다. 달려가 머물고 떠나는 행위들의 시퀀스는 하나의 리듬을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리듬은 이지영의 사진에서 시각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대조들, 이를테면 대칭된 사물들의 펼쳐짐, 큰 것과 작은 것의 대립, 비슷한 구조물들의 반복 등으로 시각적 리듬을 형성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행위의 연속과 분절을 드러내는 삶의 리듬, 미학적 실천의 리듬이다. 이 리듬은 시각과 촉각의 충만한 경험 위에 음악과 같은 청각적 경험을 부여한다. ● 이지영의 사진은 그 자체로 시각적이며, 청각적이고, 촉각적인 매체다. 그리고 일상의 틀진 경험들로부터의 탈주이며 동시에 그 즐거움에 대한 소통의 의지다. 틀진 종이 위에 프린트된 이미지는 보이는 대로의 존재 증명이며 한편 틀 밖의 사태에 대한 암시라는 점을 이지영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틀 밖은 한편으로 보여진 것의 '말해지지 않은' 맥락이다. 작업하는 이지영에게 그것은 대상의 시공이지만, 작업된 사진에게 그것은 관객과 소통하는 의미들의 공간이 될 것이다. 틀 안의 사진은 작업의 맥락과 소통의 맥락을 연결하는 영매이며, 우리를 서로 다른 시공간, 이지영의 의미와 우리의 이해를 연결하는 무구(巫具)들이다.

이지영_공간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5
이지영_공간_피그먼트 프린트_224×150cm_2015

이지영의 작품들을 갤러리에 걸린 또 하나의 오브제로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맥락을 긍정하고 그로부터 그 오브제들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 작품들과의 소통, 그리고 이지영과는 소통이 적어도 그 시작만큼은 제대로 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박근서

Vol.20151009j | 이지영展 / RHEEJIYOUNG / 李知映 / photography.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