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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1008_목요일_06:00pm
2015 아트스페이스오 작가공모
관람시간 / 11:00am~06:00pm
아트스페이스 오 ART SPACE O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7-2번지 B1 Tel. 070.7558.4994 www.artspaceo.com
일상과 작업을 의도적으로 나누거나 붙인 것은 아니었으나 밥을 지어먹는 나의 하루에서 작업은 낮과 밤 만큼이나 생경하게 느꼈음을 고백한다. 지속적으로 작품 안에서 어떤 두 가지를 연결시키고자 하였으나 그럴수록 그 사이에서 수많은 구멍들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낮과 밤은 다르면서도 결국은 이어져 있고 따로 생각하기 어려운 듯이, 지난 시간 동안 일상에서 작업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고 작품 속에서 삶의 결을 만질 수 있었다. ● 그 사이에서 생겨난 수많은 구멍들은 죽음, 공허감으로 채워지기도 하고 권태와 만족감으로 비워지기도 했다. 열리고 닫히는 문처럼 구멍들을 매개로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내게 견고한 철망 벽이 유연한 침대가 되고, 권태로운 집의 공간이 상상의 공간이 되고, 일상의 멈춰져 있는 물건이 이곳과 저곳을 연결하는 혈관이 되어주었다. ● 이 전시는 그러한 구멍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이물감이 느껴지는 구멍은 저곳의 모습까지 두 가지 면을 동시에 가진다. 그 구멍들은 가지처럼 뻗어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의 끝에는 다른 수만 개의 세계와 이어지며 안심시킨다. 다양한 빛깔과 무늬를 만들어간 구멍 속에서 금방 희미해지지만 분명히 자리하는 다른 세계를 만난다. ● 차가운 철제망과 다양한 빛깔의 부드러운 망, 그 속의 불투명한 공들이 전시장 안에 멈춰있다. 수많은 공들은 눈물이나 비처럼 투명해 보이기도 하고 세포나 알처럼 가득 차 보이기도 하며 공간을 무늬와 빛으로 가득 채우기도 비워 보이게도 한다. 결코 잡을 수 없는 한밤의 꿈처럼, 이 설치 작품도 우리의 삶도 머무는 듯 하지만 곧 여행을 떠날 것이다. 잠시나마 가득 머물고 있는 이 공간의 어느 지점에서 멈출 수 있기를 바란다. ■ 최성임
견고한 철제프레임, 그 틀에 묶여 늘어뜨려진 유연한 망들, 그리고 그 속에 세포처럼 가득 들어찬 수없이 많은 플라스틱 공들. 이것은 최성임의 최근 작업들에서 일관되게 보여지는 풍경이다. 공들은 공간을 가득채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공간에 수많은 구멍을 만들고 있는 듯도 하다. 공의 수가 많아서인지, 채워지고 비워지고를반복하며 무한히 자라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모순되거나 대비되는 두 가지 요소를잇는 작업을 계속해 온최성임은, 최근 작업들을 통해 일상과 작업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느꼈던 수많은 구멍들, 감정의 찌꺼기이자 잉여물인구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는 그의 다른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비롯되었다. 설겆이를 하며 늘상 보아왔던, 뒷베란다에 양파망들이 빨래처럼 걸려있는 풍경. 작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망에 갇혀있는 듯 보이는 양파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게 되었고, 애잔함과 함께 양파의 생명이 망 밖으로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작가의 일상 속에 가까이 있던 계란망과 볼풀에 쓰이는 플라스틱 공, 철제망 등이 기존 작업에서의각설탕이나 빵끈이 그랬던 것처럼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물론 최성임의 작업에서 재료 자체는 작업과 일상 생활에서의 작가의태도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에 가깝지만, 일상과 그의 작업이 얼마나 밀접하게 접해있는지알아차릴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 재료들은 작가의 일상공간에서 하나하나 엮여 예술품이 되어가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수 만개의 공이 든 망은 전시장에 설치됨으로써 빛을 얻게 된다. "언제 예술이 될 것인가 싶은 그 순간에 예술도 작업도 삶의 일상도 여기에, 있다고 믿고 싶다"고 한 최성임의 고백처럼 말이다. ● 한편, 유연하고 부드러운 망이나 플라스틱공과 대비되는 소재로 쓰인 견고한철제망은 공이 든 망을 일정 범위 안에 가두어놓는틀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이전 작업에서의 구조물과 달리막아두지 않고 열어둠으로써,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게 했다. 실제로 3층 높이의 뚫린 공간에 설치되었던 「끝없는 나무」(2015)에서는 구멍으로 표현되는 공들이 나무가지인듯, 뿌리인듯 끝없이 아래로 뻗어내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의 말대로 닫히고 열리기를 반복하는 그 구멍들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그 너머의 세계를 향한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작가는 사적인 이야기 공간을 공적인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그의 전시 제목을 살펴보면 그 변화를 좀 더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최성임의 첫 전시 『집으로 가는 길』(2012)에서 그는 예술이라는 집으로 다시 돌아왔고, 『은신처』(2013)에서 『미묘한 균형』(2014)까지 계속해서 자신의 은신처를 상정하고 있었던 작가가 『두 번째 장소』(2015)에서 드디어 자신을 공적인 영역으로 드러낼 용기를 낸 것이다. 물론 아직은 완전히 공적인 곳으로 나온 것이 아니지만, 숨기도 하고 드러날 수도 있는 중간적인장소인 두 번째 장소에 다다른 것이다. 『두번째 장소』展에서 선보인 커다란 설치 작품은 『은신처』에서 사용했던 구조물을 뒤집어설치한 모양으로, 그곳이 더이상 혼자만의 은신처가 아니라 사람들이 들고 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바뀌었음을 말해준다. 또, 최근 스페이스오에서 있었던 『HOLES』(2015)展에서는사람들이 좀 더 자유롭게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두었다. 설치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작품과 관객을 분리시킬 어떤 장치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늘어진 공들 아래에 둥근 쇼파를 설치해 공이 만들어내는 숲에앉아 쉬거나 공들을 만져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일상과 작업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숨을 공간이 필요했던 작가가그 공간을 공적인 영역으로 드러내기 위한 좀 더 능동적인 움직임을 시작한셈이다. 한편으로, 둥근 철망 위에 인공조명이라는 장치를 더해 전시장 조명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작품 스스로가 빛을 발하도록 했고, 그 덕분에 노랑, 주황, 파랑, 흰색의 컬러풀한 색공들은 그물망 속에 갇혀 있으나 화사하게 빛났다. 이상하게도 둥근 철망이 만들어내는 큰 구멍과, 각각의 공들이 만들어내는 작고 수많은 구멍들은무언가의 향연처럼 느껴졌다. 작업과 일상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 중에 남겨진 감정의 찌꺼기들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전시장 한켠에 걸린 양파가 든 망을 찍은 사진은 작가가 구멍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던 단초를말해주고 있지만, 공과 그물로 만들어진 설치물들은 부엌에서 날마다 행해지는작가의 일상이 이미 자연스럽게예술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일상과 예술을연결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들이이제서야 조금씩 실재화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낮과 밤이 다르면서도 결국은 이어져있고, 따로 생각하기 어려운 듯이, 지난 시간 동안 일상에서 작업의 의미를 깨닫고 작품 속에서 삶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작가의 말이 이를 함축적으로 잘 말해주는 듯 하다. ■ 장유정
Vol.20151008e | 최성임展 / CHOISUNGIM / 崔成任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