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1008_목요일_05:00pm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 휴관
스페이스K_대구 SPACE K 대구시 수성구 동대구로 132(황금동 600-2번지) 2층 Tel. +82.53.766.9377 www.spacek.co.kr
코오롱의 문화예술나눔공간 스페이스K_대구에서 기획전 '이성의 수면(The Sleep of Reason)'을 개최한다. 노영훈, 이시우, 차소림 등 세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 전시는 이성으로 도달할 수 없는 불가지의 정신 영역을 가로지르며 미증유의 세계를 탐험한다. 이들 작가들은 질서와 규범, 일정한 전형에서 벗어나 이성의 지배권 바깥에서 피어 오르는 무의식과 꿈, 나아가 불합리와 부조리, 광기와 왜곡마저 적극적으로 작품에 끌어들인다.
설치작가 노영훈은 일상의 공간에서 발견되는 사물들을 무채색의 작품으로 재현해 나와 타인, 세상의 만남이라는 관점에서 뒤틀리거나 녹아 내리는 듯한 형체를 통해 폭력과 무질서, 현실과 가상에 대한 사회적이고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물감의 물성이 부각된 다양한 이미지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키는 이시우는 명확한 대상이나 상황을 지시하여 내용을 전달하기 보다는 유연하면서 자의적으로 그림을 읽을 수 있는 틀을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한편 고정된 사물이나 이미지 자체가 아닌 표면적인 현상에서 보이는 것 너머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심리학적 접근하는 차소림은 유화와 아크릴, 실크스크린, 스티커 등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회화와 설치 작업을 보여준다.
이처럼 3인의 작가들이 다층적 공간에 펼치는 이미지들은 이성이 잠을 청하는 동안 가시적 세계의 표면 아래에서 길을 잃고 끝없이 증식해나간다. 이성의 수면을 통해 논리와 개연성으로부터 자유를 획득한 이들의 회화와 조각, 설치 작품 등은 존재와 인식의 경계를 허물며 고백할 수 없는 욕망과 무의식 속에 새겨진 인간의 충동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촬영이나 수송을 비롯한 개인의 취미활동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드론(drone)은 우리에게 편리하고 친숙한 존재이다. 하지만 작가 노영훈에게 드론은 첨단 무기나 스텔스, 극비, 감시, 살상, GPS, 전략 위성, 미래의 전투기 등 미국의 패권주의와 미래 군사전략에 관련된 다양한 키워드를 함축하는 상징물이다. 그의 작품에 설치된 드론 주위에는 탁자와 의자 등이 놓인 개인의 일상적 공간이 재현되어 있다. 이들 물건들은 마치 열에 의해 뒤틀리거나 우리 지각 자체에 이상이 발생한 것처럼 변형된 듯 보이게 연출되어 있다. 이는 드론의 침입으로 평화로운 일상 공간이 몇 초 후면 폭음과 함께 참극으로 변해 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야기한다. 작가는 일상의 공간에서 발견되는 사물들을 무채색의 작품으로 재현하고 사건들을 야기하는 상황을 재현하여 폭력과 무질서, 현실과 가상 등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사회적,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시우는 '그림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마음에 품고 무의식과 의식의 수많은 조각과 이를 연결하는 상상력의 이야기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그는 재현과 추상의 관계를 흩뜨리며 무의식에 숨겨진 이야기를 서술한다. 작품 속 모호하게 표현된 인물은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지 못하고 분열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작가 자신은 물론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초상인양 온전한 형태가 아닌 덧칠해지고 경계가 불분명한 상태로 그려진다. 이렇듯 작가는 사회적 이슈와 분위기에 영향을 받기도 하며 때로는 설명적으로 때로는 시적으로 음울하면서 화려하게,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서로 상반된 성향들을 한 작품 안에 공존시킨다. 이는 마치 달이 여러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본질은 결국 하나인 것처럼, 결국 한 개인 혹은 하나의 주체, 하나의 상황이 다양한 각도로 비춰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는 거울상과 같다.
차소림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낯선 공간에서 무언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무언가를 만지면서 주변 환경과 작은 만남을 시도하고 편견 없이 감각을 열어 관계를 맺는다. 각각의 얼굴에는 표정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시선만큼은 저 너머의 또 다른 세계를 향하고 있는 듯하다. 등장인물들 사이로 곳곳에 존재하는 언어의 파편들은 물인지 바람인지 구름인지 알 수 없는 유동적 요소들 사이에서 수수께끼 같은 사물로 출몰하며 그림 속에서 의사소통의 기능을 잃은 하얀 물감덩어리처럼 그 물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물성을 지닌 언어의 파편들은 그림 밖으로도 이어진다. 이렇듯 작가는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유화와 아크릴, 실크스크린, 스티커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회화와 설치 작업을 넘나든다. 작품 전반에 나타난 등장 인물들은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작가 자신이다.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스티커로 제작하거나 출력하여, 하얀 오브제와 그림에 재배치하면서 현실도 상상도 아닌 공간을 창출한다. 그의 작품은 현실의 영역과 감정의 영역, 환상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이 모두가 혼재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 ■ 스페이스K_대구
Vol.20151006k | 이성의 수면 The Sleep of Reaso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