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1001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봉태_김차섭_김형대_서승원 석난희_윤명로_이승일_한운성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이브갤러리 EVE GALLERY 서울 강남구 삼성동 91-25번지 이브자리 코디센 빌딩 5층 Tel. +82.2.540.5695 www.evegallery.co.kr blog.naver.com/codisenss
판화에 대한 재인식 ● 판화가 위축되고 있다는 현실인식은 미술계의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미술계의 불황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측면에선 그렇게도 말할 수 있을듯 하다. 그러나 한국의 현대미술이 상업적 측면에서 그것의 전개양상을 가늠할 수 없듯이 판화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작품이 제대로 팔리지 않는다고 창작의 열기가 식기라도 했던가. 적어도 70년대 이전까지는 작품이 상품으로써 제대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모든 영역의 미술가들이 각박한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오히려 창작의 열기는 더욱 높아갔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는 들 것도 없이 적어도 우리 현대미술은 지난한 길을 걸어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오늘날 판화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는 오히려 다른 측면에서 그 요인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것은 일반회화와 판화의 비교 차원에서 판화를 폄하하는 경향에서 그 첫번째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일점 회화와 달리 판화는 복수제작이란 특수성을 지니는데, 여기서 복수성을 오리지널에서 제외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더더욱 오늘날 다양한 판화 기법의 등장으로 복수제작을 단순한 복제로 폄하해 버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수용의 측면에서의 무지에서도 오는 요인이지만 다른 한편 판화가들의 창작에 임하는 기술적 시스템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데서도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요인으로는 판화 보급에 따르는 작가들의 노력과 전략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판화의 수요가 생활과 밀접한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상황의 판단과 이에 대한 대처 노력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뿐 아니라 공급의 위치에 있는 화랑에도 그 책임의 일단을 묻지 않을 수 없다. ● 또 하나 현실적인 요인으로는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던 국제판화비엔날레의 중단이다. 70년에 출범한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동아일보 주최)와 뒤이어 등장한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공간사 주최)가 최근에 오면서 중단되었다. 이는 물론 주최 측의 내부사정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그만한 국제적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도 불구하고 이를 쉽게 방기해버린 미술계의 책임도 없지 않다. 우리의 현대판화는 이 국제전을 가지면서 더욱 성숙한 내면을 가질 수 있었으며 우리미술의 국재적인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다하였다. 광주비엔날레를 비롯 종합적인 국제전이 열릴 수 있었던 것도 판화국제전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 이 같은 현실적 측면을 감안할 때, 이번 이브갤러리의 판화초대전은 각별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오랫동안 판화를 다루어왔던 대표적인 작가들이 초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의 상황을 재점검하고 우리의 당면문제를 서로 숙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 초대된 작가들은 60년대 이후 한국 판화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활동해온 이들이다. 대부분이 일반회화와 나란히 판화를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현대판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김봉태는 60년대 초 파리청년작가비엔날레에 판화로서 참여하였다. 그의 판화의 역정은 누구보다도 긴 편이다. 60년대 중반 미국으로 진출하여 주로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활약해왔다. 그는 회화와 판화를 겸임하고 있으면서도 활동영역에선 판화가 앞서 있는 편이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현대판화의 교류에 있어 그의 역할은 적지 않았다. 그의 작품 전반을 지배한 것은 기하학적 패턴과 구조적인 상형의 추구였다. 그가 최근에 시도하고 있는 구조적 입체조형의 근간도 이미 판화작품 속에 잠재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같은 세대인 김형대의 작품 역시 페인팅과 판화에 있어 일관된 흐름을 유지해 보이고 있다. 힘의 응결과 파생, 시적인 내면으로의 침잠과 강인한 생명현상은 그의 작품이 주는 특징이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화면에 나타나는 에너지의 표상화 작업은 에너지 자체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느낌이다. 그 어떤 것도 아닌 에너지 자체의 독립현상으로서 말이다. 그는 오랫동안 목판을 고집해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의 강인한 자기 세계의 확신을 엿보게 한다. ● 섬세하면서도 한편 강인한 조형을 추구해오고 있는 김차섭은 60년대 후반 미국으로 진출하여 오랫동안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동판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으며 정통적인 방법의 천착은 회화작품으로 연결되면서 풍부한 사유의 진작을 이끌어내고 있다.
70년대와 80년대를 이은 한 시기의 한국 젊은 세대의 미국으로 진출과 판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었던 현상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자기세계의 매체적 확립에 못지않게 판화가 지니는 현대적 조형의 가능성이 타진되었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우리 미술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준 것이 되었다. 이 세대를 대표해주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 한운상을 들 수 있다. 그가 귀국하면서 여러 판화전에서 수상하게 된 것은 그 개인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현대미술의 전환적 차원에서도 주목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판화세계에서 촉매된 이미지의 집중화 현상은 일반 회화 작품으로 연장되고 있다. ● 60년대 중반 프랑스로 건너간 석란희도 일반 회화 못지 않게 판화에 관심을 쏟았다. 간결한 목판기법은 일반회화에서 맛볼 수 없는 물성과 기술의 화해를 엿보여준 것이어서 판화예술의 독특한 단면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특히 식물적 도상을 주 모티브로 다루는 그의 지속적인 탐구가 그의 조형적 성숙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 동시성이란 명제를 일관되게 다루어 오고 있는 서승원의 판화의 역정을 오랜 편이다. 60년대 후반부터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판화는 그의 일반회화와 전개과정과 거의 일관된다고 할 수 있다. 일반회화와 대등한 위치에서 다루어온 판화는 매체와 수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거의 일치된 단면을 보여주고 있음에서다. ● 이승일의 판화작업도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60년대 한국판화가협회에서 대상을 비롯하여 꾸준히 판화에만 일념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런 만큼 판화의 기술적인 추구가 돋보인다. 최근의 작품에서 보이는 릴리프, 목판, 세리그래프의 복합적 미디어의 활용도 그의 깊어가는 실험의 단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브갤러리
Vol.20151002g | 70's RENAISSANCE 2 PRIN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