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1001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룩스 GALLERY LUX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7길 12(옥인동 62번지) Tel. +82.2.720.8488 www.gallerylux.net
『탈주하는 방법론』은 사진과 회화 매체의 의미와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강홍구와 최진욱의 "방법론"에 대한 전시이다. 동년배의 두 작가는, 각각 사진에서 회화적인 화면을, 회화에서 사진적인 화면을 보여준다. 이들은 자신의 매체와 방법론으로부터 탈주하여 독특한 시각이미지를 구현해낸다. 이러한 탈주하는 방법론은 사진과 회화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전복시키는 한편, 매체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강홍구와 최진욱, 두 작가는 서로 닮은 듯 닮지 않았다. 동갑내기의 두 작가는 뛰어난 미술-감각을 지녔고, 성실하다. 이들은 이미지 대홍수 시대에서 잠식되지 않고, 눈을 밝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또한 작업 만큼이나마 솔직하고 통쾌한 글쓰기로 미술계에서 자주 회자되곤 한다. 반면 서로 상반되는 모습들도 있다. 우선 강홍구는 사진을 매체로, 최진욱은 회화를 매체로 작업을 진행해왔다. 게다가 작업을 출발하는 지점도 다소 차이가 있다. 강홍구는 일상에서 마주한 기이한 풍경들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었고, 최진욱은 회화 매체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왔다. ● 이렇게 닮은 듯, 닮지 않은 강홍구와 최진욱의 전시를 준비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먼저 미술은 취미/취향에 따르지만, 전시는 의도와 맥락이 작동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오랜 시간의 내공으로 탄탄하게 쌓아 올려진 두 작가의 작업들을 오해하거나 곡해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강홍구와 최진욱이 화면에서 구사했던 "탈주하는 방법론"처럼, 이번 전시에서 이들에 대한 어떤 오해나 곡해의 지점들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작동되기를 기대해본다.
강홍구는 '사진'에서의 무거운 것들을 가볍고 재치 있는 것으로 변환시켜왔다. 가벼움과 재치는 필연 유머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는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들)을 병치하거나 중첩시켜 생경한 상황을 보여주곤 했다. 현실의 풍경이 아는 것과 보는 것, 그 사이에서 어긋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에 우리는 웃을 수 밖에 없다. ● 강홍구는 2010년부터 그간의 사진적 방법론(사진-이미지를 이어 붙이기, 합성하기, 연출하기)이 아닌 새로운 방법론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바로 흑백으로 프린트 한 사진-이미지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보았던 것과 사진으로 찍힌 것 사이의 차이, 기억의 불일치 등을 개인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이 방법론을 택했다고 말한다. 이는 「그 집」(2010)을 시작으로, 「녹색 연구」(2012), 「서울 산경」(2013)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홍구가 사진을 대하는 태도는 기존의 사진에 대한 고정관념들로부터 벗어나 있는 듯 하다. 사진의 사실성과 객관성에 대한 믿음과는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사진의 허구성을 전복시켜서 실체를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홍구의 사진-이미지는 우리의 현실감각에 흠집을 내고 달아나 버린다. 그는 우리가 실제로 작동시킨다고 여기는 삶이 얼마나 초현실적인지를, 그리고 사진이 '통일된 시각으로 완결된 무엇'이라는 믿음이 얼마나 모던한 환상에 불과한지를 말이다. 특히나 사진-이미지 위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서 사진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인지시키고, 사진에서의 새로운 감각의 가능성을 도모한다.
한편 최진욱은 자기반성적인 태도를 기반으로 '회화'를 연구하고 실험해왔다. 회화의 오랜 역사에서 가늠해볼 수 있듯이,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고 때로는 놀라움을 주었다. 이는 화가가 부단히 회화를 전복시키며, 새로운 회화성을 찾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회화의 종말'이라는 선언에 따라서 회화는 갈 곳을 잃어버린 듯 했다. 그러나 여전히 회화는 우리 삶 가까이에서 지속되고 있다. 다만 과거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 같다. 최진욱은 '회화는 무엇인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회화를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라는 회화의 방법론을 모색해 온 진지한 작가다. 특별히 그는 자신이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하고, 그 범위에 따라 그림을 그려왔다.
그의 회화에서는 '보는 것'과 '그리는 것', 양자의 긴장감을 발견할 수 있다. 초기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사물과 실내공간을 '보는 것-그리는 것-그린 것을 보는 것'으로, 시선의 겹들을 쌓아 화면을 통일시켰다. 때때로 그림 한 켠에는 '그림을 그리며 생각하는 자신'을 그렸다. 아마도 그의 행동과 생각들이 실내공간에 한계를 느끼게 하고, 바깥으로 나오게 했을지 모른다. 최진욱의 풍경 회화는 사진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사진을 보고 그릴 수 밖에 없음을 솔직하게 고백하지만, 이를 통해 회화에서 불가능하지만 사진으로써 가능한 것들(생생함, 다시점, 과학성)을 화면에서 구축해낸다.
스냅 사진을 이어 붙인 듯, 3개의 대형 캔버스로 구성된 「살아있다는 것」은 관자의 시선을 좌우로 옮기고, 또한 발걸음을 사선으로 나아가게 한다. 2008년부터 시작된 「웃음」 연작은 사람들이 웃으면서 점프하는 순간을 포착한 장면으로, 화면을 전체적으로 약동시킨다. 이렇듯 최진욱의 회화는 고정된 시선에서 벗어나 '움직이는 시선'을 획득하는 동시에 현대적 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 박은혜
Vol.20151002f | 탈주하는 방법론-강홍구_최진욱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