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기하학

박선민展 / PARKSUNMIN / 朴善敏 / video.installation   2015_0930 ▶ 2015_1020 / 월요일 휴관

박선민_고속도로 기하학2 (highway geometry2)_2채널 영상_2015

초대일시 / 2015_1002_금요일_06:00pm

아티스트 토크 / 2015_1017_토요일_04: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2: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서초구 방배동 777-20번지 2층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박선민 작가는 '최승훈+박선민'이라는 이름으로 협업을 진행해왔다. 이들은 사진, 영상,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며 시각적 이미지와 언어적 요소들의 절묘한 결합을 시도함으로써 언어와 물질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보편적인 인식을 벗어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작가는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이번 개인전에서 한가지 대상이 지닌 양면성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냄으로써 작가 박선민의 독립된 작업세계를 보여준다. ● 전시장 입구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맞닥뜨리게 되는 설치작업 「눈 Eyes」은 박선민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작가는 전시 공간 속에 펼쳐진 풍경들을 통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수히 열려있는 시선과 시각을 제시하듯 전시장 곳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렌즈들을 마주하도록 하였다. 이는 영상 작업 「근시정글 Nearsighted Jungle(single channel video, 2015)」의 화면 이미지 속에서 마이크로한 근거리의 시야를 드러내는가 하면 「고속도로 기하학 Highway Geometry (two channel video, 2015)」시리즈에서처럼 속도감 있는 여정에서 마주친 찰나의 시선을 보여주기도 하며, 해와 달의 교차와 그 사이를 맴도는 유희적 시선이 「왈츠 Waltz(mixed media, 2015)」라는 영상 설치작업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박선민_눈(Eyes)_혼합재료_2015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소개하는 전시 『고속도로 기하학』은 박선민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이전에는 ‘최승훈+박선민’이라는 이름으로 듀엣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이들의 전시 경력은 화려하다. 따라서 미술계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고 있는 작가들에게는 꽤 익숙한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박선민이라는 한명의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시작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전시장 입구에 매달린 렌즈 하나는 초기에 이 두 작가가 만들었던 「L:+0.13 +R:7.25」을 떠올리게 하는데 서로의 눈에 맞춰진 시력의 렌즈를 하나의 안경에 각각 끼워 넣음으로써 서로의 시각을 존중하되 하나의 방향으로 함께 시선을 향했던 이 당시의 형식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시각을 거침없이 산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박선민 작가의 태도를 상징하는 듯 하다. 이번 전시는 영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들로 구성된다. 박선민 작가의 작업 이미지들은 매년 발간되는 책자인 ‘Versus’의 아트디렉팅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이미지들과의 연관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Versus’라는 책의 특성상 드러나는 어떤 현상 혹은 대상의 외면과 이면 간의 대립적 구도 혹은 상대적 구도가 이번 전시에서도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각 작품마다 표면적이며 객관적인 대상 혹은 현상에 대한 그 이면을 보게 만드는 대항점들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선민_왈츠(Waltz)_혼합재료_2015

작품 「왈츠 Waltz(mixed media), 2015)」에는 눈이 없는 물고기들이 온 몸의 감각을 발산하며 어항 속을 돌아다닌다. 먹이를 주면 후각으로 알아채는 것인지 동작이 꽤 빨라지면서 잘 찾아먹는다. 어항 뒤에서 드러나는 영상 이미지는 해와 달이 한꺼번에 보이며 조명 빛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장면이다. 그 움직임이 재미있고 마치 춤을 추는 듯 하며 영상과 겹쳐진 물고기들의 움직임 또한 유희적이다. 특별히 제작한 몽환적인 음악이 이 움직임과 어우러지면서 마치 완성된 영화의 장면처럼 보여 진다. 그것은 또한 관객이 극장 구조처럼 만들어진 상자를 통하여 들여다보는 포즈를 취하게 한다. 물이라는 환경과 그 속의 물고기, 이를 감싸는 영상, 영상 속에서 겹쳐지는 시간과 움직임, 이를 감싼 음악, 청각과 시각을 확장시키는 구조물 등 이 작품은 다층적 구조의 겹(layers)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선민_고속도로 기하학1 (highway geometry1)_C 프린트_2015

「고속도로 기하학1 Highway Geometry1(c-print), 2015」의 이미지인 하늘을 향해 보이는 전선들의 교차는 확산되는 형식의 사진 작업이다. 증식하는 선들은 시간과 공간의 중첩, 시간을 통제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고속도로 기하학2 Highway Geometry2(2 channel video, 12:33), 2015」은 이러한 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데, 이는 기록적이면서도 이미지로부터 생성되는 조형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서사적이면서도 추상적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찍은 화면은 계속 이어지는 차선과 가드레일 이 두 가지 선의 연결이 하나의 점으로 모여지면서 기하학적 삼각형을 완성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 형상을 유지하면서 갑자기 시선을 멈추고 어느 장면에 정지하는데 그것은 버려진 것들, 즉 도심과 자연 속에서 버려진 혹은 내팽개쳐진 파편들이다. 작가는 관객에게 그가 머문 시선을 매개로 죽은 새, 쓰던 장갑, 사고의 흔적처럼 보이는 플라스틱 파편, 낙서 등 살아있었던 것, 사용되었던 것, 의미를 상실한 것들을 대면시킨다.

최승훈+박선민_Code4_C 프린트_2007
박선민_Windows, Shadows, Meadows_혼합재료_2015

생물학을 전공하기도 했던 박선민 작가는 식물의 학명의 알파벳 첫 자와 해당 식물의 실루엣을 매치시켜 문자를 만들었다. 최승훈 +박선민 작가는 그 문자로 편지를 썼으며 해당 식물 알파벳 26종을 나란히 배열하여 찍은 사진인 『code』 시리즈를 만들어냈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는 이 작업으로부터 확장된 「Window, Shadow, Meadow(mixed media, 2015)」를 설치작품으로서 보여주고 있다. 유리창에 설치된 이 작업은 깨진 유리에 에칭 기법으로 이미지를 새긴 것이다. 거기에는 "식물의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고 그림자가 되었다.(The shadow of plants did not disappear and became letters.)" 라는 작가의 노트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문장은 작품의 위치로부터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햇빛의 움직임에 따른 그림자를 하나의 이미지로서 읽어내도록 유인하는 언어적 유희이기도 하다.

박선민_근시정글 (Nearsighted Jungle)_단채널 영상_00:12:33_2015

거대한 영상 작품 「근시정글 Nearsighted Jungle(single channel video, 12:33), 2015」은 공간감, 거리감, 속도감, 스케일감 등 작가가 통제하고 있는 지배적인 시선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그리고 작가 박선민의 눈이 자유롭게 탐험하고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초점 거리와 대상을 향한 시선의 흐름 등을 속절없이 따라가다 보면 전시장 속에 매달려 있는 작품 「눈」의 렌즈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한편의 시와 같은 풍경 속에 우리의 모습 또한 그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음을 깨닫게 될 수도 있겠다. 동시에 박선민 작가가 개인전으로서 보여주는 작품들은 시각적인 감각 너머의 촉각 역시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작업으로부터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감각을 감지하게 된다. 차갑게 반짝이는 렌즈들, 「근시 정글」 속 알싸한 공기를 헤치며 느껴지는 식물의 가끄러운 표면과 곤충 및 동물들의 질펀하거나 매끄러운 표면의 질감, 날카롭게 눈을 시리게 자극하는 깨진 유리의 날 등은 우리에게 작품 「왈츠」의 어항 속에서 온 몸의 감각을 동원하며 춤추듯 헤엄치는 눈먼 물고기들의 움직임에 동화되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할지도 모르겠다. ■ 김인선

Vol.20150930e | 박선민展 / PARKSUNMIN / 朴善敏 / video.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