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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주말,추석 연휴 휴관
셀로아트 Seloarts & C. 서울 강남구 청담동 118-17번지 네이처포엠 B110 Tel. +82.2.545.9060 www.seloarts.com
나는 인물을 그린다. 하지만 그림 속 인물들은 실제 인물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의 정체성이나 현실적 속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구체적인 형상을 만들되 무언가를 뚜렷이 해석하기에는 낯선 단편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그림은 그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미지만 등장하므로 매우 단순한 구도를 띈다. 그림 속 인물들은 그들의 감정, 역할, 신분은 배제당한 채 매끈한 처리와 평면적 표면으로 모호한 상태에 놓인다. 매우 심플한 형태의 그들이 취하고 있는 제스쳐와 반복되는 오브제 역시 불분명하다. 하지만 텅 비어 보이는 그들과 대비를 이루는 아름다운 색과 패턴으로 채워 장식적인 모습을 더한다. 화면은 조용하고 낯설지만 동시에 부드럽고 컬러풀하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과 그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꽤나 모호하다. 모든 일에 뚜렷한 원인, 결과가 있고 적확한 해석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보이더라도 그 안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며 경직된 해석의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것들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의미를 규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불완전하고 무질서하게 느껴지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로 인해 비록 끝내 벗어버릴 수 없는 불안이 함께하더라도 그것이 자연스럽다.
나는 그 안에서 배설되고 고스란히 쌓여가는 감정들에 주목한다. 두려움, 고통, 의심, 슬픔 같은 것은 언제나 우리를 움츠리게 만들고 우리의 연약함과 무력함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준다. 완전한 해석이나 통제란 불가능하기에 인위적인 해결보다는 그저 그 연약함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게 그러한 상태는 비록 연약하고 불완전하더라도 솔직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누구나 지니고 있는 그 연약함을 숨기고 가장하는 것이 아닌 그대로 드러낼 때 그것이 역으로 얼마나 우리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나는 그것들이 슬며시 배어나오는 순간에 대하여 그린다. ■ 이수진
Vol.20150925c | 이수진展 / LEESUJIN / 李修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