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발견

이선현_이은미_이희현_임춘희展   2015_0923 ▶ 2015_1018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5_092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3 GALLERY3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11(인사동 188-4번지) 3층 Tel. +82.2.730.5322 www.gallery3.co.kr

도시에서건 시골에서건 내겐 나만의 황량함이 존재한다. 길을 잃고 엉클어진 마음으로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무엇이 옳은 건지도 모를 만큼의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내 마음속에 차오를 때, 마치 캄캄한 동굴 속에서 희미한 불빛을 잃지 않으려는 것처럼 안간힘을 쓴다. 지금이 어떤 의미인지 굳이 알고 싶지는 않다. 그냥 어둠속 희미한 그 빛만을 따라 걸을 뿐.

임춘희_두 사람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09~10
임춘희_흐르는 생각_캔버스에 유채_72.7×91cm_2013

내가 하는 것,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끊임없이 갈구하지만 그 어떤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규정지을 수 없는 감정의 형태로 인하여 흔들리고 고독하다. 확신할 수 없는 내 안의 감정들이 지금의 그림일 것이다. 의미를 찾기엔 인생이 어렵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 불투명한 순간을 옮기는 일일뿐, 지금은. 내 안에 던져진 감정을 옮겨 놓는 일, 그림 속에서 헤매는 일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사소하고 의미 없을, 그러나 분명 존재하는 감정의 고백. ■ 임춘희

이선현_붓과 병_ 캔버스에 유채_91×65cm_2015
이선현_ 붓과 병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15

꿈꾸는 붓 ● 붓은 나에게 간과된 어떤 것의 소중한 발견이었다. 타향살이의 일상 속에서 다뤄지는 평범한 도구가 어느 날 갑자기 포착된 동기는 '향수'였던거 같지만 요즈음은 어쩌면 그 '향수'의 실체도 간과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들이 새 것이었을 때는 분간이 어렵고 그저 다 들 똑같아 보이지만 그것이 벌써 이 세상의 공기와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 시간이 쌓이면 다른 개체로 변해 있다. 그 세월의 먼지 속에서 그래도 각자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추억의 냄새를 풍기는 이 '빈티지'는 때로는 개성있는 얼굴로, 가끔은 꽃인양 화병안에 피어있다. '추억은 소망의 고향'이라는 말이 있다. 거대한 꿈도 작고 소홀한 소망에서 나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오래된 추억이 없다면 소망도 고향도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 '도구'들은 잊었거나 떨쳐버리지 못하는 우리의 추억들을 매일 생생하게 꿈꾸고 있다. ■ 이선현

이희현_가을 말_캔버스에 유채_53×41cm_2015
이희현_사이공_캔버스에 유채_140×220cm_2015

어느 날 사이공의 물 비린내를 맡은, 오늘 ● 내 몸이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은 습도가 유지된 적당한 온도와 밝기, 헐렁한 공간일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작업하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이유는 그림이 나의 살이나 체온과 닮기를 원하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덥지 않고 따뜻하게, 춥지 않고 시원하게, 무거움 대신 오히려 더욱 가벼움을 택하고, 두터움 대신 얇게, 특이한 것 보다는 일상적이고, 분명한 것 보다는 모호함을 즐기고, 곧 사라질 것이라는 간절함을 중히 여기며, 현실적이라도 아득하게 꾸미고, 지나치게 모양이 멋있는 것은 뭉개서, 두드러짐 없이 그리는 것. 이러한 것들은 내 살과 따뜻한 체온이 그렇게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서 그 곳을 습관적으로 배회하는 일도 몸이 체감하고자 하는 욕구일 것이고, 동물원 우리 안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의 마른 눈동자는 너무 아득하여 어둠속으로 사라지지만, 선 듯 부는 바람에 묻은 누린 살 냄새에 향수를 느끼며 같은 터전에서 너희들과 풀 섶을 누리던 같은 족속 이였을 것이라는 육적인 친밀감을 느끼곤 한다. 어느 날 사이공의 물비린내를 맡은, 오늘 그림이 그 곳에 사이사이 흘러내리는 습한 공기일 것이라고 믿는 것도 매 한 가지 일 것이다. 비가 그치고 태양이 젖은 땅을 말릴 때 후미진 구석에서 촉수를 내밀기 시작하는 달팽이도 바다를 더듬는 그리운 애무 일 것이다. 나는 사상이 없고, 살을 부비고 맡으며 느낄 수 있는 소유의 안락과 구체적이고 육적인 감흥을 체감하는 것이 진실이고, 정신이며,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묻혀버린 내 안의 시간을 벗기는 순한 노동이라고 믿고 있다. ■ 이희현

이은미_모퉁이 안 _캔버스에 유채_61×73cm_2015
이은미_스미다_캔버스에 유채_61×73cm_2014

대수롭지 않게 그저 거기에 '있는' 구석이나 흔적, 그리고 그렇게 존재하는 상태에 주목한다. 마치 인식의 과정들이 사물에, 공간에, 시간들에 스미듯이. ■ 이은미

Vol.20150923b | 회화의 발견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