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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료 / 1,000원
관람시간 / 09: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향촌문화관 HYANGCHO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중앙대로 449(향촌동 9-1번지) 1층 기획전시실 Tel. +82.53.661.2331 hyangchon.jung.daegu.kr
이 전시에 앞서 2014년 10월 30일(목)부터 2015년 9월 13일(일)까지 향촌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임창민의 'TIME FRAME'전이 개최되었다. 새로운 전시공간의 탄생을 알리는 이 기간 동안의 전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Time Frame', 이곳은 옛 한국상업은행의 금고로 사용되었던 공간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육중한 금고문과 철창 그리고 두꺼운 콘크리트의 무게감만 그 흔적으로 남은 이 공간은 '시간'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또 새로운 것들을 생성하는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진 전시공간은 좁지만 변화가 있고 시간의 흔적이 엿보여 흥미롭다. 1층과 2층은 좁은 계단으로 연결되어있으며, 각 층에는 철창문으로 분리된 독립공간이 있어 조금은 별스럽다. 우리는 귀중품이나 현금을 보관하던 이 공간에 담을 특별한 것이 필요했고, 곧 미디어아티스트 임창민에게 장소특정적인 전시의 준비를 협의하였다. ● 본래의 용도를 잃어버린 이 공간에 대하여 예술가의 눈으로 재해석해달라는 제의를 받고, 작가 임창민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담은 3가지의 영상작품과 수증기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의 시각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과거·현재·미래를 환원시키는 미지의 '시간 여행'을 관람객에게 제안한다. ■ 향촌문화관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그 시간성 자체에 대해서는 갖가지 서로 다른 생각과 느낌들로 상충되기 일쑤이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도 갖가지 시간성들이 우리의 감각들과 교감한다. 누군가의 그 바쁜 삶의 시간이 또 누군가에는 한갓된 느린 시간인 것들 일수 있는 것처럼, 분명한 것은 시간이 시계 판의 눈금, 혹은 모니터 상의 한낱 숫자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질서정연한 시간의 논리에는 이렇듯 숱한 감정과 심리의 결들이 덧붙여지기도 하고, 장소마다 제각각 그 느낌이 다를 뿐 아니라 굴곡진 흐름 속에서도 또 다른 마디를 더해가는 세월처럼 느린 듯 빠르게, 그 유동의 흐름 속에서도 삶에 대한 깊이 있고 다채로운 통찰을 아로새기기도 한다. 어쩌면 이렇게 종잡을 수 없이 유동하면서, 수많은 잔상들을 남기는 흐름 자체가 시간이 갖고 있는 유일한 본성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임창민 작가의 고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갖고 있는 가변적인 시간, 공간의 속성을 갖가지 방식을 통해 가시화시켜 왔던 작가는 이번에 대구 구도심의 역사적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향촌문화관의 독특한 공간성과 결부되어 있는 시간성의 차원을 대면하고, 이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생각들을 특유의 미디어 테크놀로지, 장치들을 통해 전한다. 1912년 대구 최초의 일반은행이었던 선남상업은행이 다시 조선상업은행과 한국산업은행으로 이어오면서 근현대 대구의 중심역할을 했던 곳이 다시 새롭게 전시문화공간으로 거듭난 향촌문화관의,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겹겹이 적층된 장소적 특성을 주목한 것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숨 가쁜 근대화의 유별난 속도감으로 인해 시간의 변화는 곧 공간의 급격한 변모이기도 한 점에 착안하여, 시간의 흐름이 새로운 것들을 다채롭게 생성, 소멸하는 것들을 의미하는 작업들을 선보였던, 향촌문화관 개관 기념 기획전인 『Time Frame』展은 이러한 면모들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전시되었던 'Time Frame, Blossom', 'Meaning of Time', 'Daegu KT&G'의 작품들은 손수 제작한 에어 스크린 방식으로, 시간이 가진 생성과 파괴, 소멸의 급변하는 속성을 은유적으로 가시화시킨 작품들이었다. 역사의 오랜 흔적을 갖고 있던 공간 속에서 시간이 얼마나 그 공간성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특히 공기 중으로 영상이 투영되는 에어 스크린 프로젝션은 오랜 역사의 결을 보존하고 있는 향촌문화관의 공간적 특성을 다시금 드러내고, 맥락화 시키기에 남다른 효과를 작동시킨다. 여기서 주목할 만 한 점은 작가가 시간에 따른 공간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그 급변하는 다양한 변화를 은유적이고 시적인 방식으로 전한다는 사실이다. 세월 따라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일 터, 이를 직접적으로 드러낼 필요는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면모는 전시된 'Into a time frame_Train series'에서 더 감각적으로 전달되는데, 이전 전시에 비해 확장된 새로운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이 시리즈를 매개로 하여, 시간에 대한 작가의 한층 더 깊고,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작품은 1층에 자리하게 될, 시간에 대한 명언들을 스톱모션으로 제작해 에어 스크린으로 투사하는 작업과 작은 모니터 12대를 설치하여 같은 주제인 시간과 관련된, 모션 타이포 그래픽을 이용한 영상작업이다. 이전 작업에 비한다면 시간에 대한 더 직접적인 단상을 담고 있는 느낌들인데, 결과적으로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 텍스트로 표현된 시간에 관한 여러 단상들은 결국 시간을 둘러싼 숱한 관념들이 다중적으로 공존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규정될 수 없는 시간들, 그렇게 종잡을 수 없는 시간 개념들이 쏟아질 듯 토해내는 이미지들로 다가오는 것이다. 특히 손아귀에서 늘여 뜨리다가 다시 좁히는 시간에 대한 문구들 이미지의 경우 이러한 면모들을 특징적으로 가시화시키는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이미지들의 불규칙하고 빠른 움직임 속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듯 명멸하는 시간에 관한 단상들로 기억에 아른 거리기 때문이다. 규정하려 하지만 규정되지 않는 것들, 설명하려 하지만 설명되지 않은 시간에 대한 접근처럼 말이다. 어쩌면 시간을 둘러싼 우리의 생각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도 에어 스크린 방식으로 투사되는 독특한 형식이 인상적인 느낌을 더하는데, '모든 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 중으로 사라진다'는 경구처럼, 시간 또한 규칙적인 질서와 규정만은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이처럼 유동하는 흐름처럼 고정된 그 무엇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고정되지 않은 것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변적인 세상의 변화를 추동하고 이끌어내기에 더욱 더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을까. 작가는 이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다채로운 시간에 대한 단상들을 공간 속으로 펼쳐놓는다. ● 시간을 한자로 풀이해도, 시, 간(時. 間), 곧 때의 사이 혹은 과정이기에 그 자체로 동적인 개념이다. 그렇기에 정적이고 고정적인 개념규정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런 이유로 그 가변적인 흐름이, 동적인 변화 자체가 더욱 의미 있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 역시 이러한 시간의 묘한 속성들을 놓치지 않는다. 느리거나 빠른, 혹은 그 긴 여운을 남기는 시간의 흐름을 미세하게 담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흐르는 시간의 변화 속에 우리 자신의 삶이, 세월이, 세상이 놓여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그 모든 것들이 유동하듯 가변하고 있음을 독특한 미디어 설치를 통해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를 잘 드러내고 있는 작업이 'Into a time frame'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가 이전 전시와 이번 전시를 매개하고 있는 점도 의미심장하게 여겨볼 일인데, 그 만큼 작가의 시간에 관한 잔잔한 성찰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시간이 가지고 있는 미세한, 그러나 변화일 수밖에 없는 움직임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우선 독특한 형식적 구성이 눈길을 끈다. 정지된 풍경 속의 자리한 창틀 너머로 움직이는 동영상의 흐름이 정교하게 접합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정지된 화면 속에 움직이는 영상이 흐르는 이 작품은 결국 풍경 속에 풍경이, 혹은 프레임 속에 프레임이 결합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정지된 시간 속에 움직이는 공간의 흐름이 놓여있는 셈인데, 그 결과 그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착시(혹은 착각)를 하게 만든다. 시간은 이처럼 정지된 순간에도 어떤 움직임을 내재하고 있다. 시간과 한 쌍일 수밖에 없는 공간 역시 마찬가지의 동학을 가진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시간의 문제가 결국 공간의 문제라는 것, 시간 또한 공간(의 흐름)을 통해 가시화된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극히 정적인 순간에도 그 미세한, 유동하는 흐름 속에 놓여있는 공간 혹은 그 공간 속의 우리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작품의 사진과 동영상은 각기 다른 시간과 다른 장소에서 촬영한 것으로 서로 다른 시공간성을 접합시키고 있다. 물론 이를 매개하는 것은 작가에 의해 선택된 시공간성으로 이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세상, 혹은 시간/공간에 대한 특정한 생각들을 담아낸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 공간성도 대게는 이렇듯 서로 다른, 이질적인 것들이 접합된 채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현실적인 것도 있겠지만, 종종 기억이나 느낌, 혹은 미디어에 의해 재전유된 (가상의) 시공간성으로도 경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역적인 시간성,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맞물린 공간성에 대한 경험을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작가의 작업처럼, 서로 동종적인, 선형적인 시간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질적인 것들이 긴장감 있게 맞물린 시공간성이 더 현실적인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작가는 순간성이 미덕이라는 사진의 시간성과 유동하는 공간변화의 흐름을 담아내는 영상의 공간성을 서로 이질적으로 맞물리게 하고, 그 경계면을 흐릿하게 만드는 테크놀로지, 장치를 통해 시공간에 대한 지극히 감성적이고 설득력 있는 생각들을 우리에게 전한다. 고요하고 정지된 풍경 속에 유연하게 움직이는 풍경을 담아내고, 고정된 프레임과 움직임을 담고 있는 프레임을 봉합시키면서, 어떤 미세한 감각의 파동과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감각의 작동이 착시와 같은 오인의 동학인 점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시간(혹은 공간)은 종종 이렇게 우리의 인식과 감각을 미혹케 하면서 현실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정지된 풍경 속에서도 얼마든지 마음이 동(動)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 그런 면에서 이전 전시의 전체 제목이 『Time Frame』展이었고, 이 시리즈의 작품명이 'Into a time frame' 점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시간 또한 프레임의 설정 여하에 따라 특정한 공간성, 혹은 장면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고, 작가는 이렇게 시간 프레임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유동하는 장소성과 연동된 시간에 대한 단상들을 펼쳐놓고, 다시 그 세부의 다면적인 프레임 속으로 들어가 그 미묘한 동학을 살피려 하기 때문이다. 단선적인 프레임이 아니라, 시간의 변화를 담아낸 다층적인 프레임, 프레임 속의 프레임, 그리고 에어 스크린 방식처럼 프레임 자체를, 무화시키는 혹은 현실의 공간 속으로 확장시키는 다채로운 프레임의 설정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둘러싼 작가의 독특한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이러한 프레임은 시간 풍경 자체를 차경(借景)화시키는 논리와도 닮아있는데,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작가의 작업을 역사의 흔적들을 겹겹이 간직하고 있는 공간 속에서 조우할 수 있기에, 특히나 그 느낌의 강도와 여운이 더 짙게 느껴지는 것 같다. ■ 민병직
Vol.20150921h | 임창민展 / LIMCHANGMIN / 林昌敏 / photography.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