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飛淚)하기

김명희展 / KIMMYUNGHEE / 金明熙 / drawing   2015_0917 ▶ 2015_0919

김명희_비루(飛淚)하기_장지에 연필, 먹, 수채 드로잉_가변크기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안 오피스텔

관람시간 / 9월17일,18일_10:00am~06:00pm / 9월19일_03:00pm~07:30pm

안 오피스텔 옥상 서울 마포구 신촌로14안길 15

비루(飛淚)는 눈물을 날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동음어로 때를 날린다는 비누의 어원인 옛 말도 있고, 너절하고 더럽다는 뜻의 '비루하다'도 있다. 제목에서의 비루하기란, 그간 개인적 상념과 다른 이들과의 공감되는 고통들을 꼭꼭 눌러 숨기듯 담은 드로잉들을 널어서 그것들을 감정과 삶의 터전인 도시의 하늘 아래 양지바른 곳 바람에 편안하게 널어 말리는 드러내기와 치유의 의미를 갖는다.

김명희_비루(飛淚)하기_장지에 연필, 먹, 수채 드로잉_가변크기_2014
김명희_비루(飛淚)하기_장지에 연필, 먹, 수채 드로잉_가변크기_2014
김명희_비루(飛淚)하기_장지에 연필, 먹, 수채 드로잉_가변크기_2014

지금까지 한 종이 드로잉들은 피해갈 수 없었던 어린 나의 감정에 관련한 경험(히스테리적 분노, 슬픔, 등)이 바탕이 된 것들이고 실제로 종이에는 지리한 눈물 몇 방울이 스며들어 있다. 이들을 내가 사는 집 옥상 빨랫줄에 빨래를 널듯이 널어 말리는 어떤 의식과 같은 모습을 꼭 남기고 싶었다. 전시를 여는 옥상은 내가 5년째 살고 있는 원룸 오피스텔의 옥상이다. 반드시 이 곳의 옥상에 드로잉을 설치하는 것이 적합하기에 갑작스러운 이사를 앞두고 전시를 서둘러 준비하였다. 조금 급하게라도 꼭 이 곳 옥상에서 계획한 전시를 하고 싶었다. 옥상은 원룸 생활에서 내게 가장 편안한 휴식을 가져다주는 공간이다. 빽빽하게 자리한 원룸빌라들 사이에 이상하게 아늑하고 하늘이 시원하게 맞닿은 텅 빈 공간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나만의 소중한 공간을 발견한 것 같아 조용히 기뻐했다. 옥상은 조용하고 여유로워 천천히 생각을 다듬어 볼 수도 있었다. 어느 날 이 곳 빨랫줄에 그간 해 온 드로잉들을 걸어두고 앉아 조용한 휴식을 취했을 때, 빛 한번 본적 없는 내 작업들에 빛도 쬐여주고 시원한 바람도 쐬어주는 것 같아 좋은 기분이 들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이는 종이들의 움직임을 천천히 보는 것도 멋졌다. 나의 감정들로 지어낸 작업들이 오갈 곳 없이 꽁꽁 갇혀있다 빛을 쬐고 바람 쐬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의 묵은 감정들도 시원하게 씻겨 나가는 순환을 느꼈다. 언젠가 이런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 특히 이 빌라에 사는 얼굴 한 번 마주치기 힘든 이웃 아닌 이웃들과 함께 나눠보고 싶기도 했다. 어딘가 비슷한 삶의 모습을 공감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들과 나누고 싶은 작은 여유로움과 신선한 휴식이다. 건물에 사는 사람들과, 이 도시에서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전시를 들러 본다면 즐겁게 공감하고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김명희_비루(飛淚)하기_장지에 연필, 먹, 수채 드로잉_가변크기_2014
김명희_비루(飛淚)하기_장지에 연필, 먹, 수채 드로잉_가변크기_2014

옥상전시의 마지막 날을 끝으로 나는 이곳의 생활을 접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한다. 상수동, 창천동, 신촌 이 일대에 모든 나의 다사다난했던 파릇한 나날들, 욕망, 열심히 살아가고 성장하는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끊임없이 부유하며 꿈꾸듯 살아가는 생활의 근 10년째에 기념하는 무언가를 하는 격이 되어 개인적으로 기쁘다. 이 작은 의식과 같은 전시를 기점으로 정말 묵은 때를 털어내고, 나의 작업에 조금 더 성숙한 변화를 생각해 본다. ■ 김명희

Vol.20150917g | 김명희展 / KIMMYUNGHEE / 金明熙 / draw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