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0918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 토요일_01:30pm~04:00pm / 일,공휴일 휴관
EK아트갤러리 EK-ART GALLERY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50길 24(한강로2가 86-1번지) Tel. 070.8650.2430 www.k-artgallery.com
『숨바꼭질』展은 황지현, 신주은, 진선희 작가의 3인전으로 다르면서도 닮은 세 작가의 내면의 소리이며, 장막 안에 가려져 웅크리고 있던 소녀가 성인이 되어 다양한 현실의 형태를 마주하고, 삶의 그 다음 단계까지 직시하게 되는 긴 여정 속 독백과 같다. ● 가리고 숨겨진 / OFF THE RECORD / 남은 자 - 세 작가의 가려져 있던, 차마 말하지 못했던 내밀한 이야기를 각각의 키워드로 풀어내었다. ■
가리고 숨겨진 ●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 「장식장 프로젝트 Cabinet Project」는 가리고 숨겨져 있는 그 어떤 것을 탐구하는 두 번째 시리즈로 그 대상은 가장 가깝고도 복합적인 관계 '가족 관계'이다. 가족이란 처음으로 맺는 사회적 관계이면서 가깝다고 생각되지만 생각보다 거리가 먼, 대화가 없고 서로에 대해 세세히 잘 알지 못하는 관계이다. 마치 겉에서 보면 좋아 보이지만 열지 않으면 그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지 모르는 '장식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장식장 프로젝트는 작가 본인이 어느 순간 집에서 느낀 과하게 많은 인조 꽃장식과 십자가, 성모상, 그리고 한 결 같이 웃고 있는 가족사진들에서 이질감을 느껴 시작된 프로젝트다. 마치 프로이트가 말한 '운하임리히(Unheimlich),' '편안한 것이 낯설게 다가오는 것,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결을 같이 한다. 작가인 나 또한 다른 이들에게 화려한 장식을 많이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그것이 태생적으로 시작된 것인지, 환경으로 인해 정체성이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겉과 안, 알맹이와 껍데기, 가리고 숨겨지고 싶은 상황과 관계들. 「장식장 프로젝트 Cabinet Project」는 과연 장식장을 열고 서로를 알고 이해할 수 있는지, 각자의 욕망이 충돌 또는 교집합을 이룰 수 있는지, 이것을 어떠한 조형 방식으로 구현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이다. ■ 황지현
OFF THE RECORD ● "진실이 어디에 있든, 그 시간 동안 나는 사랑에 빠져 있었다. 이런 사랑이 전에 없었다고 해서, 상처를 주고 아무런 결과도 맺지 못했다고 해서 나의 사랑이 의심 받을 수는 없다. 실제로는 이렇게 불쾌하고 의혹에 가득 찬 숱한 사랑들이 침묵속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전경린, 『유리로 만든 배』중) ● 내 이야기 같다고 느껴지는 노래가사와 글이 있다는 건 내가 겪는 이토록 "특별한"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 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이라는 뜻이다. 나에게 일어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별 일이 아니다. 그저 꽃이 피어나면 떨어져야 하는 것처럼 당연한 일 이었다. 그 당연한 순간은 시간이 해결해 주었고 분명 지나갔지만, 꽃이 떨어질 때에 욱신욱신 아픈 마음까지는 어찌할 수가 없어서 그 시기를 참고 견디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견디기 힘들었던 뜨거웠던 마음을 여러 번 떠나보내고 나니 그림의 밑거름이 나의 아픔이란 것이 슬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다행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사랑에 대해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그 결핍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 늘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서 절실했고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그 절실함과 진심이 약점이 되어 모두 짖밟히고나니 관계에서의 가장 중요한 것은 적당한 경계라는걸 깨닫는다. 신뢰와 믿음의 이면에는 그만큼의 배신과 악행도 있다. 빛이 드리울 수록 그 그림자도 있으니 삶은 살아볼수록 참 양면적이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나의 관계의 이면, 그림자에 관한 것이다. ■ 신주은
남은 자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곁에 있던 이들이 하나 둘 잡혀가는 걸 지켜보며 구석에 숨은 나는 들키지 않기만을 바랐다. 술래는 촘촘하게 범위를 좁혀온다. 저벅저벅저벅. 커져가는 발자국 소리만큼이나 커지는 심장소리가 그에게 들리지 않기를 기도한다. 타인의 죽음을 감상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은막이 젖혀지며 스포트라이트가 일제히 나를 비춘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내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죽음이 나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 주목 받아야 할 이미지가 우리를 응시한다. 그것은 우리를 스쳐 빗겨간 고통, 낯선 존재의 부당한 불행이다. 그러나 우리는 앉아서 또는 누워서 일상이 된 은막 너머의 죽음을 감상한다.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죽음에 연민의 감정을 베풀며 사건에 개입된 존재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저만치의 풍경을 애도한다. 은막 너머의 죽음은 예고된 나의 미래다. 오늘도 죽음을 의식하려 부단히 애쓴다. 기억하려 애써야 비로소 상기되는 죽음이지만 실상 죽음은 언제나 내 앞에 있다. 다른 이에게 들이닥친 고통을 대하는 나의 모습을 응시하고자 한다.죽음을 잊고 사는 나, 우리의 자화상 말이다. 이번 작업은 범람하는 이미지에 무기력한 방관자로 전락한 지금의 우리는 어떤 풍경, 존재에 시선을 돌려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 진선희
Vol.20150917d | 숨바꼭질-황지현_신주은_진선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