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10:00pm
갤러리 푸에스토 GALLERY PUESTO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92 Tel. +82.2.765.4331 puestogallery.co.kr
' 불완전한 공간의 대화 ' - 무의식의 세계, 공간을 통한 심리적 사유 ● 끊임없이 펼쳐지는 하얀 나무들로 뒤덮힌 숲 속, 웅장하면서도 음산함이 흐르는 건물, 그 곳에 홀로 남겨진 붉은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나를 한참을 응시하고는 덩그러니 혼자 남겨둔 채 사라져 버린다. 이처럼 나의 작업에는 사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특히나 자주 반복되는 낯선 공간들은 나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도 하지만 현실보다도 더 불안한 심리적 갈등을 야기 시키는 패러독스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또한 현실에서 인간의 무의식속에서는 많은 내적요인들이 존재하며 이런 끊임없는 자기 성찰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이자 습성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공간' 과 '장소'들은 내가 접해보지 못한 공간과 세계, 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를 상상하는 시간, 현실에서의 공간과 넘나들며 알레고리를 형성한다. 이런 사건과 장소에 대한 기억은 일부 지워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행위는 내가 자아를 탈피함과 동시에 현실에서의 욕망과 무의식의 간극을 표현하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사실 우스꽝스럽게도 내가 공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나의 유일한 휴식인 수면을 취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실에서의 상처와 아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들은 오로지 내가 눈을 감는 순간만 잠시 사라지는 듯 했고, 때로는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어 눈을 뜨지 않았으면 하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잠에 드는 순간이 다만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순한 습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나만의 '기억을 지워버리기' 라는 행위로 정의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현실에서의 삶의 지표가 혼란스럽게 뒤섞이고 실재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모호하게 만드는 사건들은 인간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심리적 도피처이며 안식처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이 시간이 또 다른 혼란과 불안을 야기 시키는 또 다른 세계로 형성되기도 한다. ● 나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공간, 소재, 사물들은 심리적 소통의 매개물이며 무의식과 욕망, 현실에서의 인식, 수많은 실재하는 것들과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또 다른 세계가 나에게 있어서는 내가 무의식 중 경험한 공간이 되기도, 현실 속에서의 상상의 '공간'이자 '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심리적 갈증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자신들의 자유의지보다는 사회적 영역에 길들여져 자신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음도, 삶의 목표도 이유도 느낄 세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기 여념이 없다. 현실보다 더한 드라마는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현실에서 채우지 못하는 결핍과 결여는 끊임없이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또 다른 에너지로 생성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연민과 나르시시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늘 스스로의 모습을 자각할 수 있는 정직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무의식은 나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시켜주는 역할로 작용한다. 실존하는 듯 실존하지 않는 무의식은 나의 본능적 욕망과 함께 끊임없이 충돌하며 그 안에서 공존하는 불온전한 자아의식을 만들고 기형적이고 불편한 감정적 진실로 '나'를 바라보게 한다. ● 이에 나의 작업은 하찮게 여겨질 수 있는 꿈의 일부를 기억하고 재현하는데 시작하여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는 위험한 경계의 지점일 수 있다. 다만 이 은밀한 기제들의 소통을 통해 나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시간, 서사적 구성을 통한 순간적인 이미지 도취가 아닌 궁극적으로 인간의 내면을 탐닉하는 시간, 삶으로부터 오는 정직한 성찰이 오고가는 시간이 되길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 김유성
Un!sensational ●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사회.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예술 또한 별반 다를게 없다. 남들보다 더 눈에 띄기 위해서라면 비윤리적이고 비상식적이며 엽기적인 것까지 가리지 않고 작품에 사용한다. 나는 가만히 질문을 던져본다. 아직도 이세상에 크리에이티브가 있을까?. 그리고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야만 하는걸까? CREATIVE 이것 때문에 작업할 때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들과 다른 무언가. 나만 할 수 있는 독특한 소재. 이런 것들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있는 작가들.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그 작가의 범주에 나 또한 속해있으니까.. 전업작가의 길을 선택한지 겨우 2년차..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저렇게 많은 작가들이 있는데 저렇게 작품이 좋은 작가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내가 과연 작가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백번천번을 묻고답하는 질문이다.
작업을 하면서 수많은 실패와 좌절, 자괴감이 나를 짓누른다. 현실을 마주하며 무너지는 약해빠진 나를 보며 스스로 내게 등을 돌렸다. 이번 작업은 그런 나를 용서하고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으로 진행했다.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많지 않은 기억들이지만 과거사진들을 통해 그때를 회상해보고 모조지로 사진을 카피해봄으로써 그때를 만져보고 느껴보려고 한다. 나를 찾아서 진짜 나를 찾아서.. 자극적인 남들과는 다른 싱거운 나를 솔직하게 표현해내려고 한다. 작가노트는 작가의 일기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단어와 문장으로 조리하고 싶지 않다. 조미료를 뺀 진짜 이야기. 이 작가노트처럼 나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싱겁게 읽히기를 바랄 뿐이다. ● 강하게 산다는 것은 남들이 인정하든 말든 자기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것이다. 이런태도는 경쟁만이 궁극의 인간활동이라고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일종의 저항. (구시토니 감독 『언러브드』) ■ 양현경
Vol.20150917a | 공간-김유성_양현경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