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0909_수요일_06:00pm
* 오프닝 퍼포먼스 『비정형 특강』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추석연휴(9월26~29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PROJECT SPACE SARUBI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창성동 158-2번지) B1 Tel. +82.2.733.0440 sarubia.org www.facebook.com/sarubiadabang twitter.com/sarubiadabang
비정형 특강 ● 김동규는 2012년 동묘에서 우연히 구입한 앵포르멜 양식의 추상화 한 점을 소재로 『정념의 연대』라는 주제 아래 영상과 출판, 드로잉, 도해 등으로 구성된 중장기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정형 특강』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4년간 작가가 천착해 온 정념의 의미와 구조, 작동원리를 회화와 설치, 드로잉과 퍼포먼스를 통해 파악해보는 자리이자, 「정념의 연대」연작을 총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생각의 바다에서 정념은 정박하지 않는다 ● 현실의 고통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정념(情念)에 빠진다. 김동규의 작업에서 정념은 왜 우연히 발견한 한 점의 회화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로부터 비롯된 생각의 연쇄는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는가. 이를 파악하는 일은 작가에게 하나의 개념이 오랜 시간 머릿속에 머물면서 어떻게 지속적인 창작의 모티브가 되었으며, 그것이 시지각의 형식을 빌어서 어떠한 모습을 통해 순차적으로 나타나는지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김동규가 포착한 정념은 어느 한 정체모를 화가의 격정적인 감정표현이 화려한 색채와 함께 뒤섞인 채 오랜 시간의 흔적 속에 화석처럼 굳어져버린 회화의 표면 위에서 시작된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한 때 벅차오른 감정의 표현이었을 그림이 삶의 다양한 흔적들을 간직한 중고품이 놓인 좌판위에 올라오기까지에는 분명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터였다. 작가는 이를 작가적 상상을 가미한 모큐멘터리 영상으로, 때론 출판으로, 혹은 동료 작가들과 함께한 미술과 문학적 상상력의 조합으로 파악해 나간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했으나, 결코 쉽게 넘겨짚을 수만은 없는 하나의 주제를 현대미술의 범주 안에서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법 진지하고 치밀하게 추적해나가는 것이다. 특히 작가는 전시의 방법론으로 이전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을 다음 전시에 약식 혹은 은유적인 방식으로 포함시키면서, 하나의 주제에 대한 생각을 계속해서 붙잡아두고 이를 종합적으로 발전, 확장시킨다. 이전 작업을 넌지시 암시하는 최소한의 단서를 부표삼아 새로운 작품을 제기하면서 또 다른 사유의 항로를 개척해나가는 이러한 작업방식은 그의 작품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정념의 연대」연작의 출발을 알렸던 영상 작품 『탈출용 못걸이』를 통해 현실 속에 자리한 정념의 근원을 묻고, 그 물음에서 시작된 단상들의 예측 불가능한 흐름을 한 권의 책에 담았던 『비정형 항해일지』를 통해 정념의 무한한 생성과 작동원리를 파악했다면, 강연 퍼포먼스 『비정형 특강』은 우리가 '은유'라는 수사적 장치를 통해 정념으로부터 벗어나거나 정념을 소환하는 과정을 도해한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제시하는 정념의 구조는 명쾌한 듯 보이는 강연을 통해 공동체 안에서 일시적으로 공감이 가능한 듯 보이지만, 그 실체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그것은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 속 경험들의 집적이며, 전시장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회화의 구조물처럼 원천을 알 수 없는 감정들의 불완전한 총합 혹은 그것의 연대 안에 존재한다.
『비정형 특강』과 더불어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정념의 연대』는 이를 시각적 형태로 가장 잘 보여주는 작업이다. 『정념의 연대』는 가로 약 8.6미터, 세로 2.6미터에 달하는 대작으로, 여기에는 「정념의 연대」 연작의 시발점이 된 작가미상의 회화작업을 포함하여 총 서른세 점의 회화가 서로 모서리를 맞댄 채 위아래, 양옆으로 증식하듯 이어 붙어있다. 이 때 작품의 출발점이자 연작의 모티브가 된 원본 회화는 무한 확장이 가능할 것 같은 거대한 화면 안으로 모습을 숨긴 채, 퍼즐의 한 조각처럼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정념의 연대』가 지닌 이러한 구조는 작가가 그동안 파악해온 정념의 구조가 지닌 특성들, 이를테면 정확한 근원이나 실체를 파악할 수 없도록 서로 연대하거나, 부분이 또 다른 부분으로 이어지면서 전체와 부분의 경계를 희석시키며, 시작과 끝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묵묵히 역설한다. 함께 전시된 신작 『변심』과 『중고기억』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작업들이다. 벽화작업 『변심』은 은유를 통해 추상적 형태와 구상적 형상을 넘나드는 이미지의 유희를 보여주는 반면, 동묘시장에서 구매한 사진들로 구성된 『중고기억』은 우리가 끝끝내 헤어 나오지 못할 현실의 단편들을 제시한다. 그렇게 정념은 생각의 바다 위에서 건져 올리고 가라앉기를 반복하면서 정처 없는 항해를 이어나간다. ■ 황정인
Vol.20150916g | 김동규展 / KIMDONGKYU / 金東圭 / painting.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