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풍경 Ⅲ

이상권展 / LEESANGKWON / 李相權 / painting   2015_0916 ▶ 2015_1006 / 일요일 휴관

이상권_기다리는 사람들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3×130.3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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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15_0916_수요일_07: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수요일_02:00pm~07:00pm / 일요일 휴관

비컷 갤러리 B.CUT CASUAL GALLERY&HAIRDRESSER'S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37-7 Tel. +82.2.6431.9334 blog.naver.com/bcutgallery

일곱 번째 개인전을 위한 작가노트 ● 도시에서의 팍팍한 삶 속에는 사람들의 갈망과 불안 그리고 그들의 고단함과 쓸쓸함이 짙게 배어 있다. 일하는 사람들, 경쟁하는 사람들, 지치고 피로한 사람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지나치게 많은 무리 속에 있는 사람들, 혼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외로운 사람들…. 일상이라는 삶의 대오(隊伍)에서 이미 저만치 밀려난 것은 아닐까? 현실을 회피하거나 다른 위안거리를 찾아보지만 해결되지 않는 욕망과 현실의 거리는 자명하게 다가온다. ● 내 작업이 그리려 하는 것은 그런 사람과 사람 사이, 혹은 사회 속의 불안한 관계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다. 그 풍경 안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들이 있으며,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 거리, 건물, 지하철 안, 버스정류장 등이 있다. 도시의 일상 안에는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엉켜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도시 속의 이런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 내가 대상을 보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는 대상과 적당한 거리두기인데 이는 자칫 대상에 대한 인식에 있어 피상적이 되거나 관념적으로 흐를 염려가 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삶을 흘끔 보기, 살짝 엿보기 같은 무겁지 않은 관찰과 건조하지 않은 표현방법으로 접근함으로써 때론 유쾌하고, 때론 쓸쓸하게 전해지는 여운을 공유하고 싶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일상이지만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포착되는 사람들의 풍경을 담고 싶다. 내 작업은 익숙한 대상을 소재로 삼기에 편안함을 주지만, 때로 불편한 시선이나 낯 설은 부조화가 시각적 자극을 주기도 한다. 나와 주변에 대한 환기라는 감성적 경험, 그것이 내 작업의 주된 목적이라 하겠다.

이상권_기다리는 사람들2_캔버스에 유채_65×91cm_2015
이상권_동네의 역사_캔버스에 유채_72.7×53cm_2015

노트1 – "기다리는 사람들" 시리즈 ● 꽤 오래전 "와라 제발!" 이란 제목으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그린 적이 있다. 기다리는 현재는 지루함과 답답함, 약간의 고통을 동반하지만 그래도 곧 기다리는 대상이 올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사람들이 사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환경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여전히 피곤하고,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무언가를 기다리며 올지 안 올지 미심쩍어 한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도 많지만 모든 것이 다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게 만드는 현재를 살고 있다. 어떤 이들에겐 기다림의 결과를 달콤한 과실로 즐기고 있을 수도 있겠으나, 무거운 삶을 살고 있는 아주 많은 이들에게 그것은 여전히 오지 않은 무엇이다.

이상권_문래를 지나가다_캔버스에 유채_117×72.7cm_2014
이상권_집에 온 사람들_캔버스에 유채_53×53cm_2015

노트2 - "집에는 왔으나" 시리즈 ●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아파트 주차장의 늦은 밤 풍경을 포착해보려 했다. 고단한 일상, 삶의 일터에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공간은 회청 빛의 콘크리트 아파트 주차장이다. 주차한 차안에서 잠시 기지개를 펴고 피곤한 그날을 내보낸다. 사람들, 주차장 위에는 누군가의 가족들이 보인다. 가벼운 저녁 산책, 운동, 집안에서 퍼져 나오는 따뜻한 불빛들, 혹은 아직 귀가 하지 않아 불 꺼진 집들이 눈에 보인다. 어찌됐든 사람들은 그렇게 그날을 살아가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일상의 안온함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적막감이 흐른다. 나 역시 그런 밀집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이상권_숨은 집 찾기 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7×117cm_2014
이상권_생활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14

노트 3 - "동네를 그리다" ● 재개발이 도심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주택가 깊숙이까지 상업공간이 들어서는 현재의 변화는 기존 공간과 새로운 공간과의 어색한 조우를 경험하게 만든다. 그런데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조우가 서로를 부각시키며 만들어내는 미묘한 콘트라스트가 눈길을 끈다. 계층적·문화적·세대적 차이가 가까이에 공존하면서 그것이 환기시키는 복잡하고도 불편한 정서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지금 여기의 공간이 존재하기까지 짓고 허물고 다시 짓는 행위의 반복 속에는 각자의 시간 안에서 살았던 서로 다른 사람들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쉽게 허물고 빨리 새 것을 지어 올리는 사람들도 있고, 뜻한 바 있어 혹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있는 그대로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심의 오래된 동네는 이질적인 것이 뒤섞이면서 더욱 흥미로운 대상이 되었다. "숨은 집, 찾기" 시리즈와의 연속성 속에서 나의 작업은 앞으로 이런 동네의 이야기를 대상으로 하게 될 듯하다. ■ 이상권

Vol.20150916f | 이상권展 / LEESANGKWON / 李相權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