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0916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권혜원_김아영_김혜경_노재운_박경근 요리스 린트하우스+유광식+이샘+전보경+정상섭+진나래 이병수_홍승범
주최 / (주)신세계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9:0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SHINSEGAE GALLERY CENTUMCITY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남대로 35(우동 1495번지) 신세계 센텀시티 6층 Tel. +82.51.745.1508 shinsegae.com
부산국제영화제 시즌을 맞아 극장으로 변신한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에서는 『뉴 월드 시네마 New World Cinema』展을 선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documentary)는 극영화와 달리, 있는 그대로의 현실 세계를 직접적으로 기술하는 영화의 한 장르이자 표현 양식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나간 혹은 지속되고 있는 역사적 현실성을 다른 차원에서 완벽하게 재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실패를 가정한 불가능한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성을 반추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론적 가치를 입증하는 다큐멘터리 역시 주관성이 반영된 서사, 인위적인 촬영과 편집, 배우들의 재연, 극적인 연출과 같은 다양한 미학적 장치가 개입하는 산물이라는 점에서 '허구적인 것'의 영역으로부터 전적으로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뉴 월드 시네마』는 이러한 다큐멘터리의 내적 모순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차용한 새로운 유형의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다큐멘터리가 지향하는 리얼리티의 본질적 의의를 모색하고자 기획된 전시입니다.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다큐멘터리적 허구성의 변이 과정은 '자기-성찰적인(auto-reflexive) 사적 다큐멘터리'에서 '유사-다큐멘터리(pseudo-documentary)', '다큐픽션(docufiction)',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형식의 후천적 장르들을 파생시키고 있습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리서치에 기반한 기록 자료, 인터뷰, 녹취, cctv 영상과 같은 기법을 도입해 사실성, 객관성, 진실성을 강조하는 전통적 다큐멘터리의 경향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의도적으로 극영화적인 서사 구조와 재현 방식을 접목시켜 정합적인 구조를 갖춘 허구적 리얼리즘을 실험합니다. 따라서 각각의 하위 장르를 규정하는 '사적', '유사', '픽션', '페이크'와 같은 수식어를 지우면, 이들 역시 통속적인 다큐멘터리와 동일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바로 이 위장술과 함께 다큐멘터리에 의해 재구성된 새로운 현실 세계는 사실성을 전복시키는 역설적인 구조 속에서 현실에 앞선 혹은 현실과 가장 근접한 상태로 삶의 여러 단면들을 묘사하는 위험하면서도 유혹적인 이야기로 작동하게 됩니다.
전시의 제목인 『뉴 월드 시네마』에서 "뉴 월드"는 얇은 의미의 가상 세계가 아닌, 실재하는 현실의 토대 위에서 다큐멘터리가 만든 허구적 리얼리즘의 세계를, 그리고 "시네마"는 그것을 상영하는 장소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뉴 월드 시네마"는 다큐멘터리에 내재된 극적 요소들을 확대시켜 이를 미시적으로 관찰하는 공간이자 이 방법론을 쫓아 다큐멘터리가 창조한 유사 현실의 한계와 가능성을 살피는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다큐멘터리에 수반될 수밖에 없는 허구성이라는 내재적 한계를 오히려 삶의 근간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가능성의 차원으로 변모시키고 있습니다. 각각의 작품들은 때로는 독립적으로 때로는 상호보완적으로 다큐멘터리의 양의적인 속성을 암시하고, 다큐멘터리가 현실 세계의 시간성, 장소성, 역사성을 기술해나가는 다양한 방식들을 보여줍니다.
노재운의 「신세계」와 「캐롤 앤을 찾아서」는 다큐멘터리의 맥락에 부합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갤러리에 극장의 장소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현실 세계와 영화적 환영 세계를 구분하고 연결하기를 반복하면서 다큐멘터리가 기록한 현실 세계의 함의를 전시 전반에 걸쳐 가장 압축적으로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권혜원의 「어느 코미디언의 일생」과 「베트남 회고록 1」은 공적 기록이나 거대한 이데올리기 대신, 희극인 남보원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보고, 보편적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망각된 기억의 파편들을 한 개인의 역사 속에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존재유무를 가늠하기 힘든 호랑이를 찾아나서는 이병수의 「관악산 호랑이」는 가능성의 차원에서만 기정 사실화된 것을 구태여 현실의 토대 위에서 추적하는 실천적 행위 자체를 극화시켜 지금의 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이해의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김아영의 「모든 북극성 파트 I & II」,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완벽하게 읽어낼 수 없는 부산의 근대화라는 거대 서사를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단편적인 공적 기록에 대한 리서치를 비정상적일 정도로 확대시켜 관찰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사적 서사를 직조해내는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홍승범의 「같이 살아간다」는 자신의 어머니의 핸드폰에 무차별적으로 저장된 사진, 음성, 영상 기록을 맥락에 상관없이 병치시킴으로써 한 개인의 일상성으로부터 '재개발'이라는 현대 사회의 공공적 과제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도시 생태를 미래의 시점에서 고고학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한 요리스 린트하우스(Joris Lindhout), 유광식, 이샘, 전보경, 정상섭, 진나래의 「백 투 더 퓨쳐: ○□★△×」는 우리가 살고있는 현 도시의 모습을 묘사함과 동시에 재구성된 현실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며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의 양의성을 보여줍니다. 박경근의 「철의 꿈」은 철에 대한 사적 기억과 경험, 사유가 응집된 극화된 이미지를 통해 한 개별자의 시간성과 보편적 역사가 교차하는 순간 출현하는 새로운 질적 역사로서 한국의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익명의 한 남자를 뒤쫓는 김혜경의 「이문관광」은 '이문동'이라는 한 재개발 지역이 오히려 순수성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의미화되는 과정을 비춤으로써 다큐멘터리적 현실성에 내포된 주관적인 견해와 이것이 야기하는 다양한 해석상의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다룹니다.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현대적 다큐멘터리의 기록술은 진실과 거짓, 허구와 비허구, 픽션과 논픽션의 이분법적 구조를 해명하기 보다, 양자를 병치시켜 후자의 가능적 역할을 탐색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다큐멘터리가 산출한 리얼리즘에 대한 보다 면밀한 이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교묘하게 숨겨진 허구적 장치에 의해 재구성된 역사적 현실성은 대립하는 두 요소가 야기하는 긴장감을 강화시킴으로써 현실 세계를 다면적인 각도에서 응시하게 하는 기폭 장치로 작동합니다. 이 점에서 『뉴 월드 시네마』는 이들이 머무는 현실 세계와 덧붙여진 현실 세계 사이에서 진정한 현실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되며, 이를 "신세계"라 부릅니다. 현실의 토대 위에 세워진 다큐멘터리의 미적 가상 세계를 통해 우리가 거주하는 이 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 신세계갤러리
□ 키즈 아트 클래스: 카메라 옵스큐라: 바늘구멍 사진기 만들기 일시: 10/3(토), 4(일), 10(토), 11(일) 11:00~12:00 장소: 센텀시티 6층 신세계갤러리 예약문의 : 051-745-1508
□ 도슨트와 함께하는 전시관람: 상시 운영, 현장방문 및 전화예약
Vol.20150916c | 뉴 월드 시네마 New World Cinema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