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0910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에이에이 디자인 뮤지엄 aA Design Museum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8-11번지 2층 Tel. +82.2.3143.7312 www.aadesignmuseum.com
어느 늦은 저녁,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와 만나 푸념을 늘어 놓던 중 친구를 바라보고 있던 나의 시야에 빠르게 스쳐가는 누군가의 새하얀 눈동자가 들어왔고 나는 멍하니 그 뒷 모습을 바라보다 무작정 그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새하얀 눈동자의 주인에게 당신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는 나의 제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그 어떤 찰나의 이끌림은 무기력했던 나를 일깨우는 시작점이 되었다.
「Your moment」시리즈에는 낯선 사람들과 그들의 공간, 그리고 화면 밖의 내가 함께 존재한다. 나는 조각조각 들려오는 영어 단어의 조합들로 (나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 혼자 상황을 만들고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공간은 대부분 흔하디 흔한 아파트의 외관을 갖고 있지만, 현관을 여는 동시에 아랍 방송이 나오는 낯선 매력이 가득한 곳으로 변한다. 어떤 셰프는 여려명이 둘러 앉아 물담배를 피우는 장소에 나를 초대했고, 노신사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붉은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화면에 담긴 주인공들은 모두 그 전까지는 나와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화가, 요리사, 동화 작가, 사업가, 선생님, 여행자, 연인 등 다양한 직업과 이야기를 지닌 낯선 사람들이다. 그러나 나와 그들은 카메라 넘어 그들을 바라보는 나 역시 그들에게 있어 낯선 누군가라는 공통 분모를 지닌다.
카메라 앞에 선 그들의 모습은 특별히 연출 된 상황이 아니라 일상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제약이나 연출없이 그들의 삶 속에 흔하지만 아름답고 나에게는 어쩌면 낯선 순간을 프레임에 담고자 했다. 나에게 있어 낯설음은 언제나 불안과 동시에 희열을 느끼게 해 주는 그 무언가이며 그들과 마주하며 겪은 익숙하지 않은 순간들은 여전히 나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 조훈제
Vol.20150913i | 조훈제展 / JOHUNJE / 趙訓弟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