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0911_금요일_07:00pm
참여작가 / 임봉호_최인석_J. P. Kio
후원 / (주)연림 기획 / 박은지(이연주 갤러리 책임큐레이터)
관람시간 / 10:00am~07:30pm / 입장마감_06:30pm / 월요일 휴관
이연주 갤러리 LEEYEONJU GALLERY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170-5번지 끌레22 4층 Tel. +82.51.723.4826 cafe.naver.com/gallery2yeonju
우리의 사회를 뒤 흔드는 사건들 가운데 그 원인을 명확하게 기술할 수 없을 때, 그것들은 종종 음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특히 그것이 정치적 성향을 띠게 될 때 음모론이라는 영역 속에서 논해진다. 이러한 음모는 적어도 둘 이상의 사람들의 공모(공동모의: conspiracy)로 실천된다. 음모란 그 본성상 기존 주류사회에 반(反)라는 것으로 은폐된 형태로 진행되고 그것이 하나의 사건으로 가시화 된다 하더라도 그 실체 혹은 그 저변을 완벽히 밝힐 수 없다는 특징이 있으며 기존사회에 반(反)하는 것으로써 음모는 법제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음모의 형태와 성격은 이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우리의 삶 가운데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공모로써의 음모들, 음모들로써의 공모들을 접한다. 주류사회에 반(反)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사회가 이것은 인정하고 승인한 것처럼 사건으로써 가시화되고 표면화 되고 있는 것이다. ● 『승인된 음모』展에는 두 가지 종류의 승인된 음모가 있다. 그것은 법제적 처벌을 받지 않는 것으로써 사건들(승인된 음모)과 음모론의 순기능으로써 은폐되어 있는 진실 된 사건을 표면으로 이끌어 내는 작가들의 작업들이 그것이다. 『승인된 음모』展은 작가들의 이러한 실천들을 통해 승인된 음모들의 비판적인 시각에서 드러내고자 한다. 그 비판의 대상이 주류사회에서 승인된 것으로써 비판을 가하게 될 때 비판의 주체가 처벌될 수 있는 가능성-우리는 이미 많은 매체들을 통해서 이를 접하고 있지 않은가-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 역시 미술이라는 공인된 영역 가운데 예술의 주권성과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실천하고자 한다.
「맹세의 맹점」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가 흘러나온 다음 작가의 손에 의해 3장의 화투장이 순서대로 한 장씩 뒤집어진다. 그것은 각각 5월(난초), 1월(송학), 6월(모란)을 상징한다. 임봉호는 화투장에 부여된 숫자의 은유를 통해 5.16 군사정변 사건을 드러내고 있다. 화투는 명절 풍경, 상갓집 등에서 발견되는 우리의 생활 가운데 깊이 파고들어 있는 놀이이지만 일본으로부터 전해진 놀이문화이며 이 '행위의 목적'에 비추어 '판돈의 크기'에 따라 범죄의 장으로 옮겨질 수 있다. 작가는 화투를 일본의 잔재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며 이를 5.16과 연관시킨다. 이는 "어수선한 시기, 상대가 없는 틈을 타 부전승의 노름 한판으로 크게 따낸 '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천하를 얻었다…친일과 독재는 했지만 경제개발을 했기에 라는 레파토리"와 "친일세력의 잔재가 권력을 장악하여 단단히 뿌리내리게 된 시발점인 5.16 사건을 군사정변이라 정의하는 현실에 대한 한탄"(임봉호 작업노트 中)이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 합니다"라는 국기에 대한 맹세는 기존의 문안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2007년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라고 수정되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여전히 국가에 대한 개인의 충성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의 행복과 권리는 언급되지 않는 이 맹세는…(그) 자체가 불손한 의도"(임봉호 작업노트 中)이지만 이미 우리사회에서 승인되고 있는 음모이지 않는가.
최인석은 「사법체계를 피하는 방법」을 통해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레드카펫의 시작점에 서있는 현광 등 불빛이 반짝이는 휠체어, 레드카펫은 공식 행사에서 유명인 고위인사들을 환영하기 위한 것으로써 VIP에 대한 특별예우에 해당한다. 말 그대로 레드카펫은 특별한 행사에서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사법체계 내에서 법을 집행함에서 있어서도 흔히 '특권층'으로 불리는 이들의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의 집행과정은 일반인과 다른 어떠한 특혜들을 받는 것으로써, 매체들을 통해 종종, 아니 매우 자주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가. 최인석은 이러한 승인된 음모들을, 특권층을 휠체어, 그들의 법의 집행을 레드카펫으로, 그리고 이러한 행태들을 병리적 현상으로써(狂氣) 눈을 강타하는 빛(光氣)을 통해 비판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인석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J.P. Kio의 「그녀를 맛있게 먹는 방법들」은 유사한 승인된 음모의 지반위에 서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Prokrūstēs)는 자신의 집에 초대한 사람들을 침대에 눕혀 침대 길이보다 팔다리가 길면 잘라내고 짧으면 늘리는 악행을 저질렀고 이러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하는 폭력들에 비유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이 한 개인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체제와 사회로 범위를 넓혀나갈 때 그것은 권력의 강압과 강제의 정당성을 획득하기도 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의 기계의 거친 음은 그 현상들의 기괴함을 증폭시키며 송풍기 바람을 통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긴 비닐 다발들은 침대에서 잘려나간 팔과 다리로써 그 강압과 강제에 의해 잘려나가고 버려진 것이지만 결코 사장될 수 없는 개성, 주체성, 개별성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잘리고 잘라내도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것들로써. 「그녀를 맛있게 먹는 방법들」은 여성들의 몸에 행해지고 있는 강압과 강제에 대한 문제들에 접근하고 있다. 더욱더 마른 몸 혹은 더욱더 관리된 몸에 대한 요구의 문제는 거식증의 몸, 165cm에 31kg의 모델 이사벨 카로(Isabelle Caro)를 통해 나타난다. 자신의 누드를 통해 거식증의 위험성("No Anorexia")을 알리고자 했던 그녀는 결국 2010년 28세의 나이로 사망에 이르렀다. 우리는 더욱더 마른 몸, 더욱더 관리된 몸이라는 집단적 강박관념 가운데 있으며 이를 문제 삼기보다 그 강제를 수행하고 있지 않는가. 코르셋과 레깅스와 비키니는 그러한 강제된 여성의 몸을 상징한다. 침엽수의 수액이 오랜 기간 동안 열과 압력을 받아 생긴 보석인 호박(amber) 안에서 종종 발견되는 곤충처럼 작가는 이것들을 그려 투명수지 안에 가두어 놓았다. 그것이 화석과 같이 더 이상 지금-여기에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조금 더 구체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수행하고 있는 승인된 음모가 있다. '현대판 마녀사냥'이라 이름 붙은 것에서 사냥의 수행은 다수가 부여한 이름(마녀)으로 정당성을 획득한다. J. P. Kio는 마녀사냥 역시 여성의 몸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우리의 삶 가운데 여성의 몸과 관련된 마녀사냥에서 주된 대상이 되고 있는 살덩어리들은 「마녀사냥」에서 액체표본의 형태를 취하며 부유(浮游) 하고 있다. 우리시대의 마녀사냥을 증명하는 그 증거로써 말이다.
승인된 음모, 그것은 이미 우리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문제화하기보다 수행하기를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음모들이 승인된 것으로써 횡행하는 지금 삶의 세계에서 우리의 삶은 그리고 그 가운데 우리는 과연 안녕할 수 있는가. 『승인된 음모』展 은 묻는다.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십니까?" ■ 박은지
Vol.20150907j | 승인된 음모 Recognized Conspirac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