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81031h | 방명주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24시간 관람가능
스페이스 이끼 SPACE IKKI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164
"그녀가 끌어안은 삶은 점점 더 커지고 자라서 마침내 하나의 온전한 삶, 완전한 인생이 되었다." (『댈러웨이 부인 Mrs. Dalloway』, 버지니아 울프; 출간 당시 'The hours'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방명주의 두 작품을 보고 불현듯 이 문장이 생각났다. 그리고 곧바로 '밥'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밥 : 쌀, 보리 따위의 곡식을 씻어서 솥 따위의 옹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게 끓여 익힌 음식. 끼니로 먹는 음식.) ● 우리는 흔히 밥 하면 rice를 생각한다. 영어에서 rice는 불가산, 말 그대로 셀 수 없는 명사이다. 작가는 그런 밥을 어쩌면 우리가 셀 수도 있을 법한 한 장의 사진으로 구현해 냈다. 그리고 그녀는 2005년 작가노트에서 "개별과 전체의 관계"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한 곳에서는 붙어('접혀') 있던 것을 펼쳐 놓았고, 다른 한 곳에서는 펼쳐져 있던 것을 한데 모아('접혀') 놓았다. 서로 반대의 작업이지만 개별과 전체가 전복되면서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는 두 작품 모두에서 셀 수 없는 것들을 셀 수 있을 정도의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 즈음 되면 우리는 아마도 거대한 스크린 위로 프린트된 낟알을 정말로 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그렇다면 이것은 작품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그리고 작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어쩌면 재료들을 가지고 펼치거나 접힘으로써 단순히 밥이나 가루가 아닌 작가가 말하는 "관계", 즉 작가 혹은 밥을 짓는, 고춧가루를 버무리는 이들이 재료를 통해 또 하나의 그리고 또 하나의... 그러니까 하나하나의 늘어가는 관계를 만들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것의 주체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또 그 대상이 가족이든 그렇지 않든, 하나 둘 늘어가는 관계가 스크린 속에서 넓게 펼쳐지거나 반대로 하나로 응축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 작가는 2006년 '스토리지' 작품의 작가노트에서 "사진은 보이는 것만 찍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으로 작업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진 모두 부감 즉, 높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내려다보며 촬영됐다. 이렇게 되면 작가가 보통 위치에서는 볼 수 없는 각도에서 촬영함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낳는다든지 전체 상황을 개괄하거나 설명적인 묘사가 가능해지게 된다. 우리는 앞서 말한 작가의 말처럼 수없이 봐 왔지만 보지 못했던 이미지와 작가의 시각이 만들어 낸 무수히 이어지는 관계와 의미들을 두 작품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 밥, 고춧가루라는 오브제를 사용한 것만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이 작품에서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작가와 작가 간의 연결이 지극히 빤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명주가 7살 아들의 동화책에서 빌려, 부제를 『더 높이, 더 멀리』로 정하고 이 두 작품을 10년 만에 다시 들고 온 것과, 서두를 연 문장의 소설 제목이 "The Hours"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와 의미심장한 연결고리가 있다. 이 작품으로 그리고 이 작품들에서 벗어나 그녀가 앞으로 어떤 사고와 활동들을 이어나갈지 기대해 본다. ■ 피서라
부뚜막꽃_Rice in Blossom ● 쌀을 먹고사는 사람들이라면 매일 적어도 한번 이상은 누군가에 의해 눈앞에 차려지는 밥을 보게 될 것이다. 「부뚜막꽃」은 그 밥의 외양으로 시작하여 밥의 심리적 사회적 의미까지 사진의 힘을 빌어 포착하고자 한 작업이다. ● 나의 첫번째 사진전 『트릭』은 일상의 것을 의미있게 또는 무의미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비법으로서 사진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두번째 사진전 『마리오네트』는 삶을 조작하는 거대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를 일상의 사물과 풍경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였다. ● 세번째 사진전인 『부뚜막꽃』은 두번째 사진전에서 선보인 「판타스마」연작을 심화시킨 것이다. 여성으로 지니게 되는 딸, 아내, 며느리 등 무시하지 못할 역할들 속에서 접하게 되는 사소한 사물들을 인공조명 위에서 새로운 의미로 포착해내는 작업이 「판타스마」였다. 그들 중에 '밥'이 있었다. ● 『부뚜막꽃』은 부엌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밥짓기에 대한 생각들을 사진작업으로 풀어놓은 것이다. 가족에 대한 의무감으로 또는 먹고살기 위한 반복행위로 매일 행해지는 밥짓기를 모아지고 흐트러지는 밥풀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신성한 먹거리로서 생존의 의미, 한솥밥 먹는 가족이라는 식구의 범위, 가사일이 갖는 사회적 의미, 밥과 밥풀처럼 얽혀진 전체와 개별의 관계 등을 생각하였다. (2005) 부뚜막꽃_Rice in Blossom, 그후 10년 ● 건강에 좋다는 현미밥 짓기를 새로이 배웠다. 어른이 되어가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잘못된 습관과 지식을 바로잡아야 할 일이 생기고, 부모님은 연로해지시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 매순간 잘 살고 있는지 하루하루가 의심스런 가운데, 주변 환경과 상황은 좋아지기는커녕 더 현실을 버겁게 한다. ● 『부뚜막꽃_둥근 Rice in Blossom_Balls』시리즈는, 평면으로 펼쳐놓았던 먹거리를 투명구에 덧입히고, 인공조명을 터뜨려 생명을 부여한 작업이다. '부엌'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밥짓기에 대한 생각을 사진작업으로 풀어낸 『부뚜막꽃』(2005년)에서 출발하여, 이젠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허튼 상상력으로 이 공을 따악 날리고, 파악 터뜨리고 싶다. ● 작디작은 이 고춧가루 공을, 저 거대한 알 수 없고, 볼 수 없는 우주 숲으로 날리고 싶다. 부제 『더 높이, 더 멀리』는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7살 아들의 동화책에서 빌려왔다. (2015) ■ 방명주
Vol.20150907i | 방명주展 / BANGMYUNGJOO / 房明珠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