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0514f | 황성준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5_0904_금요일_06:00pm
본전시 / 2015_0904 ▶ 2015_0925 포스트 전시 / 2015_1022 ▶ 2015_1025
기획 / 조관용(미술과 담론 편집장) 큐레이팅 / 안진국(미술평론가) 코디네이팅 / 정수지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 Gallery Jungdabang Project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4가 7-1번지 B1 Tel. +82.2.2633.4711 jungdabang.com
"돌은 나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우리 주변에 흔히 널려 있는 돌을 은색으로 칠해서 보여주는 전시만은 아니다. '나르는 돌'은 너와 내가 만들어 가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너'는 작가에게는 관객이 되지만 관객에게는 작가가 되는 것이며, '나'는 작가도, 관객도, 정다방도, 문래동도 될 수 있는 것이다. ● 은색의 돌 오브제는 황성준 작가에게는 매캐한 쇳가루의 냄새와 고막을 찢는 그라인더 소리들이 가득 배여 있는 문래동과 같이 켜켜이 축적된그의 삶의 흔적들과도 같다. 은색의 돌 오브제는 대미언 라이스(DamienRice)의 "Cannonball"의 음악에 나오는"Stone taught me to fly" 가사를 차용해 작업을 한 것이지만 그것은 "사랑하는 것들을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정말 사랑하는 것들에서 멀어져야 할 때가 있다."는 가사 내용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일상의 돌은 작가의 시선으로 보면 은색의 돌 오브제와 같이 우리가 익숙하게 알아왔던 돌이 아니라 전혀 낯선 물체와도 같은 것이다. 그 돌은 작가의 시선에서는 '그림'이고 '삶'이고 '가족'이고 '자신의 삶을 둘러싼 모든 대상들'이다. '돌은 나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의 전시는 은색의 돌 오브제만을 시각이미지로 구경하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의 것들을 낯선 대상으로 탈바꿈시키는 작가의 시선으로 여행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작가와 함께 여행하는 끝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그보다 문래동이 더 이상 쇳가루의 냄새와 그라인더 소리만 들리는 장소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 조관용
지독할 정도로 고요한 풍화의 시간 ● 가끔씩 미치도록 고요한 시간의 흐름을 발견 할 때면 삶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게 느껴진다. 삶의 시간은 굵게 팬 이마의 주름으로 스며든다. 시간의 밀물과 썰물은 그 굴곡과 요철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삶의 시간은 주름물결이 되어 이마에서 온몸에 번져간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과시적이고 요란하게 삶의 흐름을 드러내는 우리들. ● 하지만 자신을 비워내면서 시간의 흐름을 고요하게 드러내는 존재가 있다. 조개가 자신의 껍데기에 시간의 주름을 만들어 갈 때, 나무가 자신이 가진 뱃살에 시간의 결을 축척해 갈 때, 땅이 시간을 퇴적하여 차곡차곡 지층으로 쌓아갈 때, 그 존재는 뽀쪽한 귀퉁이를 바람에 맡기고, 거친 표면을 물결에 맡긴다. 그렇게 그 존재는 자신의 몸을 소멸시키며 시간의 흐름을 기록한다. 고요히 자신을 비워가면서 상실을 드러낸다. 바로 '돌'. 모난 부분이 깎기고, 거친 부분이 매끈해진 '돌'. 한 세기를 존재하기도힘든 인생이 돌의 그 무구한 역사를 떠올리면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진다. 발에 차이고, 흔하게 굴러다녀 하찮아 보이는 돌, 그 돌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우리는그 존재의 무게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작가 황성준은 그 고요한 시간을 느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그 시간, 사라짐으로 드러내는 숨겨져 있는 시간을 작가는 발견하게 된 것이다. 작가에게 '돌'은 절대 하찮은 사물이 아니다. 그에게 마모된 돌은 엄청난 무게를 가진 시간이고, 부재함으로 존재하는 시간이며, 세계의 본질에 접근하는 시간이다. 돌은 감당할 수 없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마모되면서 점점 작은 존재로 고요히 변한다. 마침내 더 이상 마모될 것이 없는 그 순간이 오면 돌은 더 이상 돌이 아니라 바람이고, 물결이다. 마모되어 사방에 흩어진 돌의 시간은눈송이처럼 땅에 침전되고, 겹겹이 퇴적되고, 강한 지층의 압력에 굳어지고, 어느 순간 융기하여 다시 모난 돌로 세상에 부활한다. 그리고 다시, 또 다시, 마모의 시간을 받아들인다. 이 '순환의 시간'을, 이 '영겁의 시간'을 황성준은 지나가면서무심코 집어든 돌에서 발견했다. 어쩌면 인지의 영역을 넘어서는 먼 우주로부터 왔을 운석 덩어리, 그 '근원적 시간'을 집어든 돌에서 보았던 것이다. 하찮지만 절대 하찮을 수 없는, 가볍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숨겨져 있는 시간의 무게'와 '순환의 시간', 그리고 '근원적 시간'은 작가의 이번 전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타원형의 젖은 돌이 말라가는 과정을 담은 12장의 사진 작업 「Trace to Trace」(2014)는 돌이 우리의 지각을 넘어서는 긴 시간 동안 마모되는 과정을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마른 돌은 언젠간 또다시 젖게 될 것이다. 그 언젠가는. 그리고 다시 마를 것이다. 그 언젠가는. 돌의 순환성.) 마모됨(부재함)으로 존재하는 숨겨져 있는 시간, 그 엄청난 시간의 무게는 바위처럼 크게 확대된 돌의 이미지 「Pause」(2015)를 통해 시야를 압도하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Trace to Trace」가 시간의 수평적 흐름을 보여주는 횡적 시간을 상징한다면, 「Pause」는 시간의 수직적 무게를 드러내는 종적 시간을 나타낸다. 횡적 시간과 종적 시간이 만나는 시간의 원점에는 명백하고 순수한 본질이 존재해야 맞을 것이다. 작가는 이 두 상징적시간성이 수렴되는 곳에 존재할 본질에까지 깊이 사유해 들어간다. 그는 철학적이고 영적인 연금술적 작업으로 마모된 돌의 명백하고 순수한 본질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부터 작가는 사물에 은막(銀幕)을 덧씌워 그 본질을 드러내려고 시도했었다. 그러한 작업들은 때로는 타원형의 은빛 구조물로, 혹은 사각 프레임이나 원형의 은빛 캔버스 형태로 나타났다. 작가는 그 연장선으로 지독할 정도로 생생하고 견딜 수 없을 만큼 완강하며 고통스러울 정도로 어지럽게 존재하는 돌의 외적 상태를 지움으로써 본질에 접근하려 한다. 「Breath in Breath」(2015) 시리즈는 작가가 돌의 본질, 즉 근원적 시간에 접근하려는 작업이다. 얇은 은빛으로 돌을 도포함으로써 '무섭도록 명료하게 드러내는 돌의 본질'. '순수했던 근원적 시간'으로 점입(漸入)하는 것이다. 이것은 영겁의 시간을 넘어서 우주적 시간으로 확장되어가는 돌의 시간성을 보여준다.
무심코 집어든 돌덩어리에서 먼 우주의 운석을 사유하는 황성준의 시각은 내일 일을 걱정하며 조바심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부끄럽게 만든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이라고 했던가. 그가 보여주는 돌은 장대한 창조의 서사시이며, 영원회귀(니체)의 순환성이며, 노마드(들뢰즈)의 본령이다. 그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압도하는 시간의 스펙터클을 목도하며 가벼운 삶의 무게를 깨닫게 된다. 황성준의 돌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들리는 듯하다. '과연 당신은 무엇인가?' ■ 안진국
□ 당신을 초대합니다. 당신의 돌을 보여주세요. 작가 황성준은 횡적 시간(「Trace toTrace」)과 종적 시간(「Pause」), 그리고 사물의 본질(「Breath in Breath」)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전시를 끝내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의 '인연(돌의 시간성을 만난 시점)'을 타인과 공유하길 희망한다. 그래서 그는 관람자를 다음 전시의 주인공으로 초대한다. 작가는 불가해성을 지닌 은빛 돌을 관람자에게 양도하여 그 순수한 본질이 타인의 삶에서 어떻게 작용하지는 함께 알고 싶어 한다. 작가 황성준은 그래서 관람자와 함께 하는 콜라보레이션(협업) 전시를 생각하였다. 포스트 전시로 명명된 이 협업 전시는 관람자가 사유하는 "당신의 돌"을 전시장으로 초대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 그는 당신을 이 전시에 초대한다. 지금 작가는 당신에게 속삭인다. "당신을 초대합니다. 당신의 돌을 보여주세요."
○ 참여방법 1. 황성준 작가의 「Breath in Breath」 시리즈 작품 중 마음에 드는 돌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2. 그 은빛 돌을 자신의 삶에서 놓여 있어야 할 곳(혹은 놓여 있으면 좋을 만한 곳)을 찾아 놓으십시오. 3. 놓여 있는 모습을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으십시오. 4. 찍은 사진에 제목을 작가가 정해준 규칙에 맞게 정해서 메일에 "이름, 작품제목, 장소"를 적어 '정다방 이메일([email protected])'으로 보내십시오. - 제목은 "____은 나에게 ____(법)을 가르쳐주었다."는 문장으로, 공란에 자신이 의도한 내용을 넣어 완성해서 보내면 됩니다. 예) "돌은 나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은빛은 나에게 삶을 가르쳐주었다", "구는 나에게 인생에 대해 가르쳐주었다", "너는 나에게 너를 가르쳐주었다" 등등. 5. 2015.10. 23(금)에 있을 포스트 전시 오프닝에 참여작가로 즐겨주세요.
* 이 포스트 전시는 보내주신 사진 이미지와 황성준 작가의 작품이 결합된 콜라보레이션(협업)의 형태로 10/23~10/25 까지 '대안공간 정다방'에서 진행됩니다. 참여하신 분들은 모두 작가로 초대되는 전시입니다.
Vol.20150906g | 황성준展 / HWANGSUNGJOON / 黃成俊 / installation.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