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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90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가비 GALLERY GABI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69(화동 127-3번지) 2층 Tel. +82.(0)2.735.1036 www.gallerygabi.com
동시대 미술의 오브제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서 상징성을, 20세기 뒤샹의 오브제에서 일상성을 차용한 현실세계의 사물이다. 이는 우리의 주변에 우리들과 함께 있지만, 과거의 기억과 무의식 속에 담고 있는 작가의 삶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과 생활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 박효빈
일상의 잊혀진 이야기를 그리움으로 그리는 박효빈 작가의 창문은 변화하는 현장으로써 그리고 고독과 고뇌의 결집된 상징적 오브제로써 부단히 스스로만의 서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상징에서부터 일상적 담론까지 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작가의 작업은, 매일의 기억과 회상을 통해, 급변하는 사회를 사는 현대인에게 향수 어린 휴식과 소소한 기쁨의 여지를 열어준다. ● 아뜰리에 창 밖의 여러 풍경 이번 전시의 가장 중심이 될 「White Day (운수 좋은 날)」 과 「First Snow」 그리고 「Rainy Day」 시리즈를 자세히 살펴보면 박효빈의 일상에는 변화무쌍한 시간과 계절이 공존 한다. 창문 안에 여러 풍경을 묘사한 작가는 충실하게도 부지런히 기록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멀리 아파트 단지와 높은 빌딩들이 희미하게 보이고, 앞으로는 무성한 나무들이 춤을 추는 듯하다. 작가의 아뜰리에에서 내다본 풍경을 그려낸 이 연작들은 눈이 내리고, 비가 오고, 단풍이 들고, 새싹이 돋는 광경 속의 외연적 순간을 포착하려 했다. 직설적이면서도 시적인 언어들이 펼쳐지는 찰나, 박효빈은 마치 이러한 순간들을 작가만의 필터를 놓고 바라본 듯 하다. 보슬보슬, 주룩주룩, 울긋불긋, 파릇파릇. 다양한 소리와 움직임이 공존하는 작가의 그림은 마치 보는 이들에게 일상의 은밀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비밀을 속삭이는 듯하다. 기록자로서의 예술가의 역할에 충실한 작가는 이러한 프레임을 좀 더 가까이 끌어당겨 우리를 가장 사적인 공간이자 모든 창작의 시작인 박효빈의 아뜰리에로 초대한다.
작가의 아뜰리에 그리고 창작: 일상적 공간에 대한 관찰 ● 모든 은밀하고 신성한 창작의 시작이자 근원인 작가의 아뜰리에는 분명 만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빽빽이 꽂힌 붓-가지들과 공구들, 선반에 잘 정리 정돈된 다양한 매체와 물감 따위 이외에도, 다소 불안하게 선반이나 창틀 위에 혹은 프레임 가장 자리에 식물들이 놓여 있다. 이 식물은 질서정돈 된 제도와 틀 안팎에 놓인 작가의 자아와 성장을 상징한다. 박효빈은 오밀조밀하게 상징 속에 스스로만의 일상을 조심스럽게 형성하고 배열한다. 이 과정에서 평범한 물건들은 박효빈의 따스한 시선 앞에 순종하고 대상으로서의 오브제가 된다. 작가의 온화한 화폭 안에 관람자는 나른해진다. 작가 박효빈이 제시하는 이 공간들은 장소가 아닌 현장으로서의 작가의 아뜰리에를 대변한다. 단순한 장소에서 현장으로의 전환은 일상적 공간에 대한 집요한 관찰에서 시작한다. 비어있는 의자에는 피곤하고 지친 다리를 쉬게 할 것만 같고, 금방이라도 잘 정리된 책들 사이에서 한 권을 꺼내어 창틀에 걸터앉아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이러한 박효빈의 일상이 소리 없이도 들리게 하고, 등장인물 없이도 행동하게 한다.
알아차림의 문학적 도구로써 거울 ● 마지막으로 작가는 보는 이에게 좀 더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현명하게도 박효빈은 거울을 이용해 공간의 배열과 순서를 부순다. 거울 앞에 놓인 노란 튤립은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완벽히 동화된다. 이때 실재(The Real)와 실제(reality)의 만남과 교차가 이루어진다. 거울 안에 보이는 캔버스 프레임과 꺼져있는 등은 실재 속에 존재하지만 그 실체가 없고, 달걀 세 개만이 온전히 실제에 산다. 이 같은 거울은 다시금 「Solitude (은둔)」 에서 새로운 공간과 행동을 암시한다. 캔버스 왼쪽 상단 작은 거울에 비친 나무는 그림자가 되어 중앙 하단에 다시 배치된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은 다시금 닫힌 문을 모방한다. 이러한 다양한 틀의 반복과 복제를 통해 작가는 경계를 부수고, 보는 이를 캔버스 안팎으로 밀었다 당겼다 반복한다. 이렇게 작가는 관람자에게 날카로운 관찰력과 느긋한 사색을 호소한다. ● 하루하루의 미세한 변화의 진득한 기록자로서, 관찰을 통해 물건을 오브제로 장소를 현장으로 바꾸는 연금술사로서, 작가는 실재와 실제를 엮어 공간의 질서를 무너뜨려 충실히 스스로만의 역할을 수행한다. 드디어 박효빈은 「Solitude (은둔)」의 문을 열고 「White Day (운수 좋은 날)」을 거닐 준비가 되었다. ■ 김일지
Vol.20150902e | 박효빈展 / PARKHYOBIN / 朴孝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