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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지 블로그_blog.naver.com/ilchikim
작가와의 만남 / 2015_0821_금요일_02: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공휴일 휴관
청림갤러리 CHEONGRIM GALLERY 경기도 광명시 철산로 36 알렉스타워 9층 Tel. +82.2.2687.0003 www.gcr.kr
"죽은 것은 모두 몸을 떨면서 흐느끼고 있다. 시의 대상이 되는 별, 달, 나무, 꽃뿐만 아니라 길 위에 물웅덩이에서 빛나고 있는 하얀 바지 단추까지도... 모든 사물에는 혼이 깃들어 있다. 이 혼은 말보다 침묵을 사랑한다." (칸딘스키) ● 의복을 여미거나 고정하기 위한 단추는 기능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또한 장식품으로서, 결합·인연·단속·과시·명예·계급·권세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내 작업 안에서 단추는 일종의 연결과 소통의 상징이며 때때로는 음표가 되어 일련의 규칙과 혼돈 속에서 시각적 리듬을 형성한다. 단추이즘. 단추-ism. 이즘단추. 이즈음 단추.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단추이즘은 동시대의 단추를 살펴보고, 단추의 행동·행위, 상태·상황, 교리·학설, 관례, 특성, 그리고 이상을 되돌아보는 장이 될 것이다. 이로 하여금 작가는 침묵 속에 흐느끼는 혼을 파헤쳐 보고자 한다.
여태껏 나는 내 작업 안에 단추를 명명하는데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이는 단추가 내포하고 있는 부자재적 장식성과 공예적 요소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단추는 단순히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투영하는 재료나 매체에 불과하지 그게 내 작업의 목적이나 결과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물감을 그림이라 하지 않고 그림을 물감이라 하지 않는 이치와도 같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나는 단추의 본질적 상태와 상황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받아드리고자 한다. 동양철학에서 우주 만물의 변화양상을 다섯 가지 기초 행으로 설명하였듯이 「큐보이드와 오응단추」에서 다섯 이응단추들은 각각 별, 달, 나무, 꽃, 하얀 바지 단추로서 시의 대상이 된다. 오응단추 주변을 부유하지만 결코 오응단추를 벋어나지 못 하는 뒤틀린 큐보이드들은 응어리진 혼이 되어 작업 안에서의 뒤틀린 갈등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의 가장 주요한 설치가 될 「고추노리개」 시리즈는 전통규방공예를 재해석해, 소품이나 장신구에 지나지 않았던 노리개를 상황과 환경으로서 확장한 작품이다. 동전을 닮은 동그랗고 노란 씨앗을 가진 고추는 다산과 다복을 상징하여 전통적으로 규수들이 혼례 전에 노리개나 열쇠패로 만들어 혼수품목으로 지참해 가곤 했었다. 아파트 분양 불법광고 현수막을 재단하여 만들어진 약 70여 센티가 넘는 고추노리개들은 생활신앙의 소품이자 매개체로서의 노리개를 증폭시켜, 감성적 그리고 물리적 도발로 이끈다. 작가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이 형태들을 단추구멍으로 찢고, 왜곡하고, 뒤틀어 기존의 관례와 특성을 부수고 갈등과 분쟁의 가능성을 열어 새로운 –ism 이즈음을 열고 자 한다.
작가로서의 내적 갈등은 단추와 단추구멍이란 은유를 통해 방법론적, 형이학적 접근방법을 뛰어넘어 감정적 교합을 이룬다. 이러한 감정적 교합은 「묘사된 예시이응」과 같은 종이 작업 안에서 사물의 촉지적 한계를 뛰어넘어 더 자유로이 재편집되고 재구성된다. 색이나 형태가 과장되기도 하고, 부분이 얇은 연필 선이나 단순한 면으로 남기도 하는 이 같은 평면 작업 안에서 나는 열린 회화적 리듬감을 찾는다. 서로 얽혀, 채워지기도 비워지기도 하고, 견고하기도 부드럽기도 하며, 흩어지다 결집되기도 하고, 도드라졌다 사라지기도 하는 형태들 사이에서, 회화적, 설치적, 조형적 어휘의 확산과 이를 통한 단추와 단추구멍의 이분법 확장은, 사상과 물질을 엮어 현시대적 새로운 단추의 가능성을 제안하고 단추의 이상인 '단추이즘'을 연다. ■ 김일지
Vol.20150818b | 김일지展 / KIMILCHI / 金日知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