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timental Scenery Ⅲ

헬렌 정 리展 / HELEN CHUNG LEE / photography   2015_0818 ▶ 2015_0830 / 월요일 휴관

헬렌 정 리_시원海 Cool Sea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페이스 마운트_50.8×91.4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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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정 리 홈페이지_www.helenchunglee.com

초대일시 / 2015_0822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01:00pm~08: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아티온 ART SPACE ARTION 서울 종로구 옥인 3길 2(누상동 16-3번지) Tel. +82.2.6080.4932 www.theartion.com

발견된 이미지와 작은 위안들 ● 구름을 보며 동물들을 떠올린 적이 있는가. 어린 시절 낡은 벽의 얼룩을 보고 기이한 생명체를 생각해내거나 오래된 큰 가구의 옹이 무늬가 괴물의 두 눈 같아 무서워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또 사람을 닮은 돌이나 나무를 친구처럼 여겼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풍화작용에 의해 그냥 생긴 산의 바위들도 그 생긴 모습에 따라 근사한 명칭이 붙여지며 또 그에 걸맞은 전설이 생겨 이야기와 함께 대대손손 내려오지 않는가. 헬렌 정 리(Helen Chung Lee)는 우연히 생긴 자연 속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포착해내는 작가다. 한국과 미국 양쪽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는 사진을 통하여 사물에서 친근한 이미지를 발견하고 여기에 회화적인 기법을 덧붙여 작업한다.

헬렌 정 리_어느 멋진 밤 One Fabulous Night_캔버스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71.1×71.1cm_2015

"나는 사진에 회화적인 기법을 가미시켜 사진의 실재적 이미지와 회화의 환영적 이미지 사이의 연관성과 차이점을 연상하고 유추하는 과정을 즐긴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 이미지는 온통 꿈에서 본 듯한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며 기묘한 색채로 덮여있다. '꿈풍경(Dreamscape)'이라 묶인 초기작들을 보면, 바다는 붉고 푸른 오묘한 색들로 덮여있어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바다에 빠뜨렸다는 그리스 신화 속 사이렌(Siren)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초록색 달빛은 쓸쓸하고, 파란 새벽은 적막하다.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혹은 다른 꿈으로 넘어가면서 머릿속의 이미지들이 일그러지며 낯선 색깔로 낯선 장면으로 바뀌는 모습이 화면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 꿈은 기분 좋은 꿈도 악몽도 아닌 내 마음 그 자체다. 내가 기쁠 때는 그 화려한 색깔들이 나와 함께 춤을 출 것이고, 내가 외로울 때는 형상의 쓸쓸함이 다가올 것이다. 잉크 얼룩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알아보는 로르샤흐(Rorschach) 검사처럼, 헬렌 정 리의 그 얼룩들은 우리의 심리를 들여다보게 한다.

헬렌 정 리_따뜻海 Warm Sea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페이스 마운트_50.8×91.4cm_2015

작가는 한국의 땅을 여행하며 만난 나무옹이에서 여러 풍경을 보기도 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각양각색의 빛들을 카메라에 담아 이름을 붙여준다. 김춘수 시인이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라고 노래했듯이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형상들이 그녀의 '이름 짓기'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나무옹이는 넘실대는 산과 물 위에 떠오르는 태양이 되고, 빛의 잔상은 못다 핀 꽃잎이 된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작품에 담는 작가는 이 후 전복 무늬가 지닌 다양성을 화면에 담기 시작한다.

헬렌 정 리_찬란한 키스 Brilliant Kiss_캔버스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71.1×71.1cm_2015

우연히 이미지를 찾는 것을 작가는 '숨은 그림 찾기'에 비유한다. "사물을 발견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공유하고 싶어요. 미시세계가 거시 세계가 되었을 때 자연이 주는 숭고함을 느낍니다." 작품 속 남녀 한 쌍은 달동네를 걸으며 미래를 이야기하고, 펭귄은 사이좋게 나란히 서서 얼음 위를 여행한다. 거위는 꿈을 꾸고 UFO는 빠른 속도로 날아온다. 거대한 달무리를 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푸르고 노란 빛을 뿜어대는 그 달은 희망의 모습일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에서처럼 불길하고 기이한 것일 수도, 쓸쓸하고 외로운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이 나의 마음 때문이다. 베이컨(Francis Bacon)이 설명했듯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보지 못하고 우리 인간의 관점에서 보고, 이름 짓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종족의 우상(Idola Tribus)'일 수 있다.

헬렌 정 리_초록빛 세상 Green Universe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페이스 마운트_50.8×71.1cm_2015

눈의 확장이랄 수 있는 카메라를 사물에 근접하여 들이대고 그 이미지를 사진기 프레임 안에 가둔다. 그리고 이를 또한 작가의 회화적 재해석으로 작업해 그 효과를 극대화 한다. 다분히 인간중심적인 작가의 이러한 작업은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들을 담고 있다. '그대와 영원히', '내 안에 너 있다', '나를 찾는다', '달콤한 슬픔'처럼 드라마 같고 대중가요 같은 제목들은 작가의 심리상태이지 전복 껍데기의 모습이 아니다. 작가가 설명한대로 미시 세계가 거시 세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가진 작은 이미지의 부분이 확산되지 못하고 더 작고 은밀한 내면의 이야기로 환원되는 것이 아닌가.

헬렌 정 리_홀로서기 In My Own World_캔버스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71.1×71.1cm_2015

그러나 우리는 헬렌 정 리가 포착한 추상적이고, 혼돈스러우며, 알듯 모를 듯한 이미지에 위안을 받는다. "이러한 나의 작업은 사람들의 시선을 잘 끌지 못하는 작고 하찮은 사물들을 통해서도 다양한 꿈을 꿀 수 있으며 그것들에 색다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세상 사람들과 조우하게 만들고 싶다는 나의 소망에서부터 비롯된다." 작가가 쓰고 있듯이 우리는 작가가 보여주는 아주 작은 이미지의 큰 확대를 통해 꿈을 꾼다. 노을 가득한 하늘처럼, 일렁거리는 바다처럼, 쓸쓸한 달빛처럼, 우리도 그 모습을 통해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어둡고 혼자인 곳에서 사람의 형상을 닮은 얼룩을 보고 위안을 얻듯이, 등산을 하다가 살아 있는 듯한 바위에게 혼잣말을 건네듯이, 우리는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주는 위로를 계속 받고 있다. 작가는 사물의 그러한 토닥임을 잘 찾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평생 큰 바위 얼굴을 보다가 마침내 그 바위 얼굴을 닮아버린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처럼 우리도 어느 샌가 우리를 위로해주는 자연과 사물의 그 소박한 모습들을 닮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 전혜정

Vol.20150818a | 헬렌 정 리展 / HELEN CHUNG LEE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