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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이 책은 북노마드 미술학교 a. school의 '작가 워크숍(artist workshop)'의 결과물이다. '워크숍(workshop)'의 뜻이 '공동수련'이라는 데 착안해, 한 명의 작가(임영주)가 5명의 참여 작가(김윤경 김희정 박성경 양세륜 양은영)들과 함께 3개월간 '공동수련'과 '개인수련'을 가졌다. 그 결과물은 『공동수련: 辱 욕보다』展(2015. 8. 14~8. 29, a. space)으로 이어졌다.
■ 수련 일지 보고서 / 수련 일지 보고전 소개
타인의 세계에서 나를 생각하다 - 수련 일지 보고전 『공동수련: 辱 욕보다』 2015. 8. 14~ 8. 29 a. space 『공동수련: 辱 욕보다』는 북노마드 미술학교 a. school(에이스쿨)에서 주최한 작가 워크숍 프로그램의 결과 보고 전시다. 작가 임영주의 진행으로 총 3개월간 5명(김윤경, 김희정, 박성경, 양세륜, 양은영)의 젊은 작가들이 워크숍에 참여했다. 이때 임영주는 '공동수련'이라는 주제를 제안했다. 여섯 명의 작가들이 모여서 함께 수련(修鍊)을 하자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단련시키기 위한 소기의 목적을 갖고 수행에 임했다. 그 목적이란, 타인들 속에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기분(氣分)'에 대한 탐구였다. 공동수련을 기획하고 이끈 임영주는 기분과 관련하여 조금 더 구체적인 화두를 생각하던 차에, '욕보다'라고 하는 일종의 중의어로 수련의 큰 주제를 조율했다. 일상에서 '욕보다'라는 단어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다'라는 뜻과 '몹시 고생스러운 일을 겪다'라는 사전적 의미로 사용된다. 임영주는 3개월간의 공동수련을 통해 "몹시 수고로움과 수치스러움을 동시에 뜻하는 '욕보다/욕되다'라는 기분"에 대해 집중해보려 했다. 이는 조금 거창하게는 한 개인의 실존에 스스로 다가가려는 노력이며, 타인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쉽게 숨기고 회피해버리는 동시대인에 대한 반성적 사유다.
나는 공동수련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그들의 모임에 한 차례 초대됐다. 낯선 이들 속에 앉아 그들의 공동수련에 대한 소회를 듣는 것이 그리 편하고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들은 최대한 자신을 의식하며 겪었던 감정의 구조에 대해 차분하게 들려줬다. 그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꺼내는 동안, 나는 막연하게나마 타인들과 섞여 있는 세계 속에서 자신의 실존적 감정에 집중하는 이들 행위의 실체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그것은 '불안'이었다. 수고로움과 수치스러움으로 요약된 한 개인의 기분은, 결국 사르트르(Jean-Paul Sartre)가 말했던 것처럼 타인들로 가득한 이 세계를 넘어서서 한 인간이 자신을 전적으로 의식할 때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대상이 없는 감정으로서의 이 불안은 가장 실존적인 증거인데, 공동수련중인 여섯 명의 작가들이 모두 모인 장소에서 내가 그것을 느꼈다는 것은 어쩌면 모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어디까지나 '공동의' 수련을 지향했으며,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꼈을 지극히 현실적인 개인의 기분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스스로를 살폈다. 그것은 타인들 속에서 자신(의 기분)을 숨기고 본연의 심적 불안에 대해 끝까지 회피하려 했던 일련의 무책임한 태도를 거스르는 행위이기도 하다. ● 이번 공동수련을 이끈 임영주는 지금의 현실이야말로 '개인'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때임을 자각했다. 마치 엄청난 전쟁으로 개인의 실존이 위협받던 시대에 현실의 폐허 속에서 실존주의가 우회적인 힘을 발휘했듯이 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르트르가 느꼈던 것처럼 실존주의는 단순한 명상 혹은 사치스러운 부르주아 철학이라는 오해로 대중의 뭇매를 맞기도 했고, 극단적으로는 "인간의 수치스러운 면을 강조하고, 도처에서 인간의 비열한 면, 수상쩍은 면, 메스꺼운 면을 보여주면서도, 반대로 몇몇 유쾌한 아름다운 면, 즉 인간 본성의 밝은 면은 등한시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한 오해에도 불구하고 사르트르는, 세계 속에 내던져진 인간이 홀로 남겨진 자신의 존재론적 의미와 대면하는 일에 집중했다. 이는 타인들과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지옥 속에서도, 그 절망을 뛰어넘어 인간 스스로 자신을 되찾는 과정을 함의한다. 어쩌면 의식하지 않았더라도, 임영주의 제안은 한 인간 개인의 행동을 지배하는 환경 안에서 '사유하는 주체'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일말의 작은 노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공동수련에 참여한 다섯 명의 젊은 작가들은 저마다 스스로를 들춰내는 데 크게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유의 흔적은 고스란히 작업으로 기록됐다.
먼저, 김윤경은 공동수련을 하는 동안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면서 문득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옙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의 글에 묘사된 '몽상가'의 모습을 떠올렸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그가 인용한 도스토옙스키의 『빼쩨르부르그 연대기』에서 몽상가란 "이따금 초점을 잃은 눈빛에 창백하고 피로가 누적된 표정의 주의가 산만한 사람, 항상 마치 무언가 끔찍하게 고통스럽고 뭔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일에 빠져 있으며, 이따금은 고통 속에 찌든 데다가 마치 힘든 노동으로 피로에 지쳐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묘사됐다. 현실에서 부유하듯 살아가는 몽상가의 태도는 그 어떤 변명의 여지없이 비난받기 십상이고, 그러한 비난이 몽상가인 한 개인에게는 어찌할 수 없는 수치와 피로감을 떠안겨준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 늘어놓은 물건들은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무언가 텅 빈 듯한 행간들 속에서 관객은 한 몽상가의 지루하고 창백한 사유를 잠시 엿볼 수도 있다. 그의 영상 작업에 등장하는 머리 감는 몽상가처럼,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실존에 다가가는 작가의 행위는 자칫 쓸모없는 노동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에 김윤경은 그러한 몽상이 사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변호한다.
김희정은 타인들로 둘러싸인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점검했다. 밑도 끝도 없는 경쟁에 내몰린 자신의 처지를 자꾸 돌아보면서, 그는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든 삶의 모순에 직면했다. 때문에 그는 수련 기간 내내 불안한 존재감, 설명할 길 없는 자신의 정체성, 자유에 대한 기만, 세계와의 단절감 등으로 한없이 무력해진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는 데 집중했다. 그가 전시장 한쪽 벽에 낙서처럼 끼적거린 흔적들과 바닥에 쌓인 지우개 가루들이 그가 고민했던 만큼의 무게를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그는 작업실에서 하찮은 벌레들을 잡으려 열을 올리던 자신의 모습을 불현듯 자각하면서 일종의 인간으로서의 커다란 수치감을 느꼈다. 그는 미물에 대한 불평등한 폭력적 태도, 자유와 희망에 대한 살인적 기만으로 자신의 행위를 극단까지 몰고 가 거기서 자신의 실체와 대면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마치 그 순간을 기념이라도 해두려는 듯, 그가 죽인 벌레들을 미처 내다버리지 못한 채 일일이 스캔해서 진열했다. 설령 그러한 작가의 수고가 아무것도 구제할 수 없다 할지라도, 그의 행위는 그가 자신을 사유하는 절차이자 하나의 방식인 것이다.
한편 박성경은 그가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물리적 공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살폈다. 요즘 그는 한 전시 공간의 스태프로 일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공간을 관리하는 그는 매일 습관처럼 바닥의 먼지를 쓸어냄으로써 공간에 대한 일체의 변화와 개입을 차단한다. 외부로부터 쓸려 들어온 이물질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고 엉키고 커져 어느 순간 예상치 않았던 어떤 실체를 만들어내기라도 할까봐 그런지, 그는 원천적으로 그러한 변화에 대한 상상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외부에서 들어온 그것들이 서로 뒤엉켜 몸집이 커지기라도 하면 그 공간을 빠져나갈 수 없어 뜻하지 않은 틀에 갇힐 게 분명하다. 그는 "지하(전시장)에 앉아서 그러한 먼지들을 대하는 순간 문득 나 같다는 생각이 들기고 했다"고 말한다. 몸이 무거워져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안주할 수밖에 없는 위기를 그는 늘 경계한다. 이는 2011년 일본에 거주하면서 실제로 겪었던 동일본 대지진과 2014년 세월호 사고에 대한 일종의 심리적 후유증 같은 것이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들에 대한 죄책감과 불안이 그를 늘 짓눌렀다. 그래서 그는 외부에서 온 먼지들이 전시 공간에서 몸집을 더 키우기 전에 쓸어 담았다. 그리고 그것을 언제든 그 공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부피로 한 줌 한 줌 덜어낸 모양이다.
양세륜은 조금 더 구체적인 자신의 경험을 기억해냈다. 1년 전, 그는 어느 끔찍한 살인 사건의 목격자였는데 당시에 믿을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그의 노력은 그 사건을 의식의 저편에 밀어넣는 것이었다. 불의한 사건에 대해 침묵하면서 그는 의도적으로 기억을 지우려 애썼다. 그런데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한 기억이 공동수련을 하던 중 불현듯 되살아났다. 사회에 대한 불신, 자신의 태도에 대한 불만, 인간의 존엄함이 사라진 현실에 대한 냉소가 사라졌던 기억들과 함께 복구된 것이다. 그는 일체의 흔적이 사라진 사건 현장에 다시 찾아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공간에서 그때의 사건을 다시 추적해나갔다. 이때 그가 주목하는 일은 그 사건에 대한 재수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윤리적 판단에 나서는 것도 아니다. 그는 오히려 그때의 사건 속에 있었던 자신의 존재를 역추적해나가는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서, 당시의 보도기사를 수집하고 사건 기록 등을 나름대로 재구성하면서 사건에 대한 임의의 몽타주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그의 작업은 그 사건과 마주했던 자신을 다시 찾는 일이다.
끝으로, 양은영은 수련 기간 동안 현실에서 매우 위태롭게 살아가는 작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탐구했다. 예컨대, 어느 날 택시로 작품을 운송하면서 택시기사로부터 듣게 된 '배고픈 작가'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잔소리처럼 듣던 '돈벌이'에 대한 부담이 그에게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 그의 창작 활동은 늘 현실의 경제 활동과 비교되기 일쑤였고, 그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난보다 더한 수치를 경험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 어느 누구에게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온 작가의 삶은, 그의 말마따나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고 현실과 타협점을 찾으려는 마음"의 지배를 받아왔다. 그의 작업은 그러한 모순과 갈등의 지점을 계속해서 교차하고 있다. 그를 향한 택시기사와 어머니의 현실적 우려가 있는 반면, 그것을 아랑곳하지 않으려는 듯 과자 한 봉지를 단숨에 먹어치우는 작가의 모습이 그의 영상 작업 속에 나란히 담겼다. 거기에는, 누가 누구에게 수치감을 주고 누가 누구에게 수고를 끼치는지조차 모호한 관계가 계속해서 교차하고 있다. ● 이렇듯 『공동수련: 辱 욕보다』전에 참여한 다섯 명의 작가들은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통해 각자 개인의 존재에 대해 사유했다. 이번 전시에서 각자의 실존적 자기 고찰은 적어도 현실에서의 부당함과 고립감, 죄책감, 수치감 등 일련의 개인적 불안을 발생시키는 '기분'에 몰입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서, 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 속에 노출된 부조리와 갈등은 어떻게 보면 그 위계적 상황에서 떨어져 나와 본연의 실존적 감정에 자유롭게 이를 수 있는 철학적 사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여섯 명의 작가들은 수련 기간 동안, 타인들로 둘러싸인 세계 안에서 한 개인의 실존을 탐구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내해야 했다. ■ 안소연
■ 본문 중에서 2014년 11월, 북노마드 미술학교 a. school로부터 전시를 목적으로 한 워크숍을 진행해줄 것을 의뢰 받았다. 난감했다. 첫째로 수업을 할 내용이 없었고, 둘째는 나 역시 워크숍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왔지만, 워크숍이 무엇인지, 그 시간과 공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 그렇게 여러 날을 고민하다가 워크숍(workshop)의 뜻(혹은 우리말)이 '공동수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종교, 기(氣), 무예 등 갖가지 수련회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었던지라, 이거라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에 워크숍, 다시 말해 공동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 우선 내가 주로 생각하는 단어 중 하나로 수련의 주제를 삼기로 했다. 나는 믿음이나 성(性), 통속적인 판타지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것들보다 좀더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싶었다. 그중에서 내가 준비하고 있던 작업인 '욕된 방'이 떠올랐다. 지난해부터 나는 '기분(氣分)'이라는 게 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몹시 수고로움'과 '수치스러움'을 동시에 뜻하는 '욕보다/욕되다'라는 기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공동수련: 辱 욕보다』라는 이름으로 수련 및 전시에 참여할 작가들의 신청을 받았다. 그리고 5명의 작가와 3개월간의 수련을 시작하였다. ● 우리는 '수고로움'과 '수치스러움'이라는 두 가지 혹은 한 가지 기분에 집중했다. 평소의 작업 방식과 달라서일까. 작가들은 공동수련을 다소 낯설어했다. 그래서 나는 작가들에게 작업 혹은 작품을 잊고 자신의 기분에 집중해주기를 요구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고, 수련 일지의 결과물로 물건, 글, 그림, 영상들이 만들어졌다. ① 2015. 5. 6 소개하다. 평균 26세의 다섯 명의 작가들은 멀쩡해 보였다. 수치스러운 마음이나 수고로움과는 거리가 먼 듯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나눈 뒤, 주로 내가 이야기했다. 참여 작가들은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내가 겨우겨우 건네는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주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첫 대화를 마무리할 때쯤 과자와 빵을 나누어 먹으며 얼굴을 익혔다. 예정된 2시간에서 30분이 지났지만 다들 자리를 뜨지 않았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여전히 어색함이 감도는데도 작가들은 떠나지 않고 우물쭈물 서성거리고 있었다. 나는 왜 그러는지 정말 궁금했다. ② 2015. 5. 13 털어놓다. 두번째 시간. 먼저 내가 준비해온 글을 읽고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김윤경 작가가 입을 뗐다. 몹시 부끄러워하며 작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할 말을 다하는 김윤경 작가는 시와 소설과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시계를 보니 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쉽지만 다음주 수요일에 만나자고 했다. 이번에도 작가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았다. 왜 집에 가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제야 자리를 떠났다. ③ 2015. 5. 20 부추기다. 양세륜 작가와 양은영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힘이 넘쳐 보이는 양세륜 작가의 그림은 그녀와 달리 평온해 보였다. 양세륜 작가는 지난해 집 앞에서 살인 사건을 목격한 뒤로 이웃은 물론 사회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에대해서도 실망이 컸다고 했다. 양은영 작가는 공동수련 전날 참여하는 단체전 설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택시기사에게 혼이 났다고 했다. 그것도 모자라 엄마에게 욕을 먹으며, 자기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양은영 작가는 그럴 때면 과자를 아주 많이 먹는다고 했다. 두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남은 수련 기간을 작업 대신 이러한 '욕됨'을 단련하는 것으로 대신하자고 했다. ④ 2015. 05. 27 비우다. 수련을 시작하기 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주제가 5명의 작가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신들의 기분에 더 집중해달라고 말했다. 작업이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우리는 수치스러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년에 우리에게 불현듯 찾아온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박성경 작가는 울었다. 나도 울었다. 나머지 세 명도 울먹거렸다. ⑤ 2015. 6. 2 기뻐하다. 처음 자신에 대한 수치스럽거나 수고로운 부분을 꺼내기 힘들어하던 참여 작가들은 어느 순간 집요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집요함을 즐기고 있었다. 지난 시간의 무거운 마음과 달리 기뻐하는 듯해 마음이 놓였다. 김희정 작가는 벌레를 죽이고 수집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잡히지 않는다며 속상해했다. 우리는 20일 정도 각자 개인수련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개인수련) ⑥ 2015. 6. 23 점검하다. 다시 모였다. 모두들 얼굴이 밝아 보였다. 두 시간으로 설정된 수련 시간은 더이상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개인수련 기간에 벌어진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역시나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아 세 번 네 번 인사에 인사를 거듭하고 자리를 파했다. (개인수련) ⑦ 2015. 7. 27 준비하다. ⑧ 2015. 8. 14 선보이다. 공동수련에 임하는 5명의 작가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Q 1 하루 일과 중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Q 2 어떤 상황에서 수고로움 혹은 수치스러움을 느끼나요? 두 가지 기분을 동시에 느끼는 상황도 있나요? Q 3 당신에게 떨쳐버리고 싶은 사건/기억이 있나요? 있다면 그것이 당신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Q 4 요즘 당신의 기분을 좋게 하는 건 어떤 것/행위/상황인가요? Q 5 3개월간의 수련 기간 동안 당신의 어떤 부분을 단련하고 싶었나요? Q 6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공동수련을 한다는 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Q 7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업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 질문에 대한 답은 최대한 솔직하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지은이 소개 임영주 ●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평소 다양한 종교와 통속적 믿음에 의해 지탱되는 관계들에 관심을 갖던 중 성교에 의하지 않고 어떤 사물에 감응됨으로써 잉태하여 아기를 분만한다고 믿는 '감생설화(感生說話)'에 매료 되어 이를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첫번째 개인전 『축감생 祝感生(갤러리 도스, 서울, 2013)을 시작으로 『Unfaithful Belief; 삼신뎐 三信傳』(레스빠스71, 서울, 2014), 『거기, 巨氣』(스페이스 선, 서울, 2014) 등을 통해 그간 모아온 갖가지 이야기들 가운데 일부를 엮어서 전시와 책으로 선보였다. 2015 퍼블릭아트 뉴 히어로, 제37회 중앙미술대전 작가로 선정되었다. 현재 금호창작스튜디오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김윤경 ●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현재 휴학중이다. 사람의 내면과 그 안의 미묘한 감정에 대한 평면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희정 ● 인천가톨릭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스스로를 '스토리텔러'라고 정의하고, 일상의 드로잉을 기반으로 내면의 심연을 재현하고 이야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원 연결운동』(갤러리 골목, 서울, 2012), 『신진작가 공모전』(아트피플, 서울, 2012), 『숙골로 스쾃 커뮤니티』(숙골로 지역 일대, 인천, 201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박성경 ●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일본화, 홍익대 일반대학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논문 「슬픈 기억에 대한 파토스적 표현 연구」가 있다. 『동경 미술대학 연합 제작』(국립신미술관, 도쿄, 2012), 『멘토 멘티』(한원미술관, 서울, 2012), 『도술: 축지법과 비행술』(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13), 『낙법 연구』(북노마드 a. space, 서울, 2015) 등에 참여했다. 양세륜 ● 추계예술대학에서 동양화,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일상적 풍경에 자신의 기억과 느낌을 함께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Campus Ten Art Festival』(한화 63빌딩, 서울, 2013), 『사랑과 사람 사이』(팔레 드 서울, 서울, 2015)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양은영 ●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도심 속 인위적 공간들과 그 안에서 느끼는 불안정한 감정을 사물 또는 풍경화에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원, 투, 쓰리』(팔레 드 서울, 2014), 행궁동 점거 예술 축제(행궁동 일대, 수원, 2012), 숙골로 스쾃 커뮤니티 프로젝트(숙골로 지역 일대, 인천, 201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 차례
6 『공동수련: 辱 욕보다』전을 기획하며 - 임영주 / 작가, 『공동수련: 辱 욕보다』전 기획자
8 수련 일지
92 타인의 세계에서 나를 생각하다 - 안소연 / 미술평론가
99 기분, 마음 활동의 펼침과 접힘 - 윤동희 / 북노마드 대표
Vol.20150815c | 공동수련 辱: 욕보다-북노마드 미술학교 a. school 수련 일지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