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면

레코드의 B면이 딱히 이러저러한 곡들로 채워져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B면만의 고유한 자리가 분명히 있기에 모든 곡들이 이곳에 어울리지는 않는다.

한동석_BartlebyStreet#04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50×120cm_2013

한동석_BartlebyStreet#03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8×200cm_2013

"진짜 세상의 모습은 이런 것이야." 유달리 도시의 거리를 산책하다보면 종종 실제적인 세계 속에 있다는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진짜 세상의 모습이 이런 것이야?" 동시에 아무도 '진짜'임을 의심하지 않지만 어떤 공간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낯설고 불가해한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한동석_남모를 고별극#0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5×35cm_2010

한동석_남모를 고별극#04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5×35cm_2010

이러한 물음의 지점에 남겨진 단서들을 수집하고 재구성하여 이야기를 만들었다. 의문과 추측이 씨줄과 날줄로 짜인, 시작도 끝도 물음표인 애매모호한 이야기일 뿐이다. 다만 애초의 물음이 출구를 찾기 힘든 미로와 같았다면, 작업과정을 통해 물음은 해답과는 무관하게 문제를 푸는 과정을 즐길만한 퍼즐이 되기를 바랐다.

한동석_A good hypnotic subject_비디오_00:03:35_2015

한동석_독백은_HD 비디오_00:03:24, 무음_2014

한동석_단식광대에 관한 다섯 개의 장면_HD 비디오_00:08:00_2015

아마도 본격적인 현장의 장소성과 시간성을 비껴간 이러한 작업 방식 때문인지, 몇 점 안되는 나의 작업은 모두 B면을 위해 존재해왔던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 같다. 제작 시기와 주제가 상이한 작업들을 이러한 가정에 걸맞게 추려보았다. 이번 전시로 B면끼리 서로 기대고 마주하고 이웃하며 새로이 형성될 B공간의 대기 속을 설레는 마음으로 거닐어 보려한다. ■

Vol.20150807d | 한동석展 / HANDONGSEOCK / 韓東奭 / photography.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