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일요일 휴관
유진화랑 YOOJIN GALLERY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24 (중동 1124-2번지) 팔레드시즈 2층 18호 Tel. +82.51.731.1744 www.yoojingallery.com
길 잃은 레이서 ● 나는 레이서다. 오직 꿈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길을 잃었다. 뚜렷하지 않는 나무 사이사이, 혼돈과 채워지지 않는 욕구와 고민들로 불확실한 숲을 지나고 있다. 미로같이 얽혀 있는 나무 사이로 험난한 꿈의 길을 찾고 있다. 나는 레이서다. 레이서는 멈추지 않는다. 항상 그래왔듯이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 강민석
나의 작업은 인공물로 가득 찬 도심을 벗어나 자연으로 향하는 여행에서 시작된다. 허물없는 솔직한 대화를 위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대상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 대상을 찾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자연의 모습은 나의 '상상' 이라는 여과지를 만나면서 차츰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그 모습은 단순히 재현된 장면이 아닌 시공간과 오감이 섞여 복합적인 상태로 나타난다. 내가 인식하는 자연은 각 개체들의 독립된 형상 보다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시각을 통해 받아들여진 물리적 요소들이 자신의 나머지 감각기관과 '경험'이라는 시간적 요소의 축적물과 만나 이루어지는 결과물이다. 나는 이렇게 인식된 자연을 「그려서 새긴 이야기」시리즈를 시작으로 조화로운 형상을 찾고자 한다.
내가 찾아간 자연속의 특정한 장소들은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연 구성체들의 이야기들 한데 어우러져 있는 장면으로 연출된다. 이렇게 인식된 자연속의 공간은 필묵의 변화와 다양한 시점, 그리고 자신이 그 장소에 머물며 적은 글귀들이 섞여 나타난다. ● 특정한 공간에서의 인식은 좀 더 나아가 인식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그려서 새긴 이야기「Eye&mind」'시리즈를 통해 자연을 이루는 구성요소들의 조화를 이전의 구성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불규칙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려 한다. ● 자연물의 조화로움에 대한 탐구는 나아가 각각의 개체들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다. 얽히고설켜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개체들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존중'과 '화합'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자연을 바라본다. 나는 이러한 자연을 표현함에 있어 자연을 이루는 일부인 인간으로서 개입하여 인위적 행위가 더해졌을 때도 자연의 조화를 나타낼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찢어 붙여진 종이는 인위적 행위의 개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성된 작은 요철들은 일반적인 붓질에 또 다른 충돌을 만들어내며 예측 불가능한 불규칙적인 선들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형성된 선들이 모이고 모여 다양한 농담의 먹과 만나 조화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가를 실험한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관심과 특징을 관찰 하는 과정은 현대를 살아가는 자신이 새롭게 경험하는 것과 과거에 믿어왔던 것들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내적 혼란에 대한 스스로의 대처 행동이다. 작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과 현실속의 자신은 끊임없이 갈등을 만들어 낸다. 갈등에서 오는 오류에 대한 질책과 합의를 통해 동시대속의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한다. 이러한 내면의 상황을 「Eye&Mind」 가변 설치 작업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현 시점의 자신을 돌아보고자 한다. ● 작업이 설치된 공간은 내면을 대변 하는 공간이 되고 이 공간 속에 있는 구체들은 지각의 과정에서 생성된 사고의 조각들이다. 응축되어 있지만 팽창되거나 펼쳐질 가능성이 잠재되어있는 지각 과정의 시발점을 나타낸다. 이 구체들의 안쪽에 배치된 평면 작업은 내적 사고의 원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미래의 결과물을 암시하기도 한다. ■ 차현욱
Modern Life ● 상처로 얼룩진 껍질. 현대인의 모습이다. 홧김에 우연히 집어던진 바나나 껍질에서 나의 초라한 모습을 보았다. 나는 이후, 배접한 장지 위에 먹으로 바나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탐스러운 노란 빛깔을 지닌 젊은 바나나에서 점차 노란색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검게 변한 나이 든 바나나를 그려나갔다. 그리고 껍질. 현대인의 겉모양은 미끈한 노란색을 띄지만 내면은 헝클어지고 힘없는 바나나 껍질을 닮아있다. 내가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 바나나는 화면 위에서 장시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리운다. 처음의 검은 먹 선에서 시작한 바나나는 수십 번의 채색안료를 안착시키기를 반복하면서 선명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의 검은 반점과 윤곽은 무광의 분채로 완성된다. 나는 선명한 색채와 무광의 검정색을 이용해 현대인의 화려한 외면과 허기진 내면을 동시에 표현하고 싶었다.
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대상들은 경험을 통한 의식의 경계와 신체의 반사적 무의식의 경계사이에서 진행된다. 그것은 '생각하는 것'과 '그리는 것 사이'의 어떠한 지점이 만나는 것이다. ● 상처받은 바나나(Modern Life), 얼굴 없는 인체-토르소(I GOT A WOMAN), 우리의 이야기(Black Writing), 말과 글 그리고 그림(한글그림) 등과 같은 나의 작업시리즈들은 모두 '생각하는 것'과 '그리는 것 사이'의 지점을 시각적 평면회화로 그려 내린 것 들이다. ● 나에게 있어 회화의 근원적 힘은 정신과 몸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물리적 경험인 '몸'과 팽팽한 긴장을 조율하는 '정신'의 평행은 예술의 핵심 구동력이다. 그것은 우리의 바다와 같아서 때에 따라선 잔잔한 물결을, 또 다른 때에선 거친 파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섬세한 회화의 물결은 화면의 결을 타고 흐르며, 거친 파도는 대상을 집어삼키는 회화의 태풍을 낳기도 한다. 나는 주변에 존재하는 대상들(인체, 바나나, 문자, 별과 달, 무형의 형상)을 직간접으로 그려내며 대상의 몸에 정신의 물결을 일으키기를 원한다. 그것은 새하얀 화면 위에 처음 목탄을 그어 내릴 때의 긴장감으로 일축될 수 있다. ● 그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려내는 대상은 즐겁거나 유쾌한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능적인 측면일 것이다. 밝고 어두운 것은 그 자체로 상반된 모습이지만 사이를 이어주는 중간의 경계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나는 우리 삶의 흑과 백이 아닌 사이의 경계를 그려내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2015) ■ 청신
Vol.20150731f | 여름이야기 SUMMER Story展